[박소영 기자의 '무엇'] "나를 추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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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나를 추앙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4.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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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국장

"나를 추앙해요.”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여주인공 염미정(김지원 분)의 대사다. 동네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남자 ‘구씨’에게 그는 갑자기 이 말을 내던진다. “한 번도 나는 채워진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를 추앙해요.”

염미정은 회사에서 관계에 미숙한 이들과 동호회 ‘해방클럽’을 결성한다. 항상 무언가 갇힌 기분이기에. 이들은 모여 ‘해방’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한다.

“모든 관계가 제겐 노동이에요”라고 외치는 염미정은 경기도 어느 변두리 시골에서 사는 인물이다. 싱크대 수리와 농사를 짓는 부모 밑에서 자란 삼남매는 삶이 너무나 단조롭고 촌스러워 갑갑함을 느낀다.

서울로 왕복 3시간을 출퇴근을 하는 이들은 하루하루가 고단하다. 길에 시간을 쏟느라 ‘저녁’이 없는 이들이 사는 동네는 나가는 이는 있어도 들어오는 이는 없는 곳이다.

삼남매 둘째 염창희(이민기 분)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집이 뉴욕은 아니더라도 서울쯤이라도 됐다면.” 변두리에 살고 있는 창희는 서울에 사는 여자친구를 놓아준다. 여자친구에게 “내가 어디에 사는 줄 아느냐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자신의 못남이 들키기 싫어 그는 일부러 여자친구에게 화를 내며 자신에게서 내쫓는다.

첫째 염기정(이엘 분)은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의정부에서 출퇴근을 하느라 매일 녹초가 된다”며 이제 서울에 사는 건 포기했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아직 포기하면 안된다”라며 조언을 건넨다.

서울에 사는 것과 서울 아닌 곳에 사는 것은 이제 우리사회의 계급이 돼버렸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지방에서도 사는 곳에 따라,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계급이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인프라가 가장 좋은 곳이 바로 강남이라고 하지 않나. 청주에도 스스로 ‘강남’에 산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언제나 사람들은 구분짓기 좋아하고, 나누기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사는 곳과 삶의 방식을 통해 우리안의 ‘계급’에 대해 꼬집는다. 결국 이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틀을 깨부수고 나와야 한다. 지루한 삶에 사랑하는 이가 나타날 것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 것이다.

이들은 매일 모여 밥을 먹는다. 그리고 비루한 삶에 대해 얘기한다. 우리들 삶도 비슷하다. 매일 단조롭게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비슷한 일상을 꾸린다. 그리고 무언가 갇혀있는 삶에서 해방을 꿈꾼다. 추앙한다는 것은 뭘까. <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는 추앙하는 것은 ‘응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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