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박병석 국회의장의 실사구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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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박병석 국회의장의 실사구시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04.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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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제안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중재안은 오히려 정국을 혼돈으로 이끌었다. 박 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합의와 양당 의원총회의 승인이 있었다. 그러나 중재안이 알려지자 김오수 검찰총장과 고검장 모두가 사표를 제출했다. 여야 주력 지지층의 여론도 싸늘했다. 급기야 국민의힘 최고위는 재논의를 요구했고 윤석열 대통령당선인 측도 중재안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찬성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여당 강경파에선 민주당 원안을 통과할 것을 주문했고, 일각에선 박병석 의장을 직권 남용으로 고발도 했다. 정국이 극한 대치 상황으로 치닫고, 국민 혼란을 부추긴 꼴이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다시 만나 논의했지만 불발됐다. 결국 여야는 26일 저녁 법사위 소위와 안건조정위에서 대치했다. 민주당은 꼼수 탈당해 무소속 몫을 차지한 민형배 의원의 가세로 안건조정위 문턱을 가볍게 넘었다. 이어진 법사위 회의에서 박광온 위원장은 자정을 넘긴 27일 0시께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각각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중재안을 번복한 국민의힘은 검찰의 공직자 및 선거범죄 수사권을 고집했지만, 민주당은 기존 합의대로 부패·경제 범죄로 검찰 수사범위를 제한하면서 선거범죄 수사권을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두는 수정안으로 의결했다. 야당은 차수변경 절차 하자 등을 지적했지만 무시됐다.

민주당은 이제 박 의장의 협조를 통한 본회의 표결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박 의장의 섣부른 중재안 제안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중재안을 던진 당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원내대표에게 의장의 최종 중재안을 전달했다”며 “오늘 반드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회의 모든 활동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국익과 국민 관점에서 임해야 한다는 정치적 신념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여야 원내대표하고 심야 회동을 비롯해 수차례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는 점을 공개했다. 또한 전직 국회의장들과 정부의 책임 있는 관계자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장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것도 양당 원내지도부에 통보했다”고 압박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해 박 의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실사구시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루자고 했다. 당시 그는 “짙게 배인 진영논리를 걷어내고 이념의 과잉을 털어내야 한다”며 “실사구시의 정치로 국민통합을 이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은 타협의 정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 먼저, 국익 먼저 살피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박 의장은 자신의 실사구시 정신과 서둘러 마련한 이번 중재안에 대한 연관성을 설명해야 한다. 특히 공개적인 설명회나 토론회도 없이 일부 소수와의 비밀 회동 형식을 통한 중재안 마련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였다. 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정당이며 21대 국회 임기는 절반 이상이 남았다. 국민 다수가 공감할 검찰개혁법안이 마련된다면 언제든 상정 통과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5월 9일, 박 의장의 임기는 5월 29일까지다. 두 사람의 임기와 중재안의 연관성은 없는가. 박 의장 블로그에는 자신의 지역구 사업비 확보 현황이 제일 앞에 게시돼 있다. 이런 것들이 박병석 국회의장의 실사구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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