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에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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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에 한 마디
  • 한덕현 발행인
  • 승인 2022.04.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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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여야가 합의한 검찰개혁 법안이 또 정국을 흔들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 법안은 4월중에 표결로써 합의처리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번 합의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현재 검찰이 수행하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수사 중 2대 범죄(부패·경제)에 대한 직접수사권만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궁극적으로는 검찰의 모든 직접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은 기소 및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역할만 담당하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별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1년 6개월 내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검찰에 씌워졌던 ‘무소불위’라는 오명은 불식되고 검찰이 독점해 온 기소권과 수사권이 완전분리 수순을 밟게 된다. 후속 작업까지 잘 마무리하면 우리나라 수사권은 검찰과 경찰, 공수처, 중수청, 네 개의 기관에 분산돼 상호 견제와 보완이 가능하게 된다. 수사권한이 분산되는 만큼 검찰조직의 정점인 총장(장관급)과 검사장(차관급)의 격하도 조만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것도 현재로선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 어찌보면 합의안을 놓고 벌어질 앞으로의 논란이 더 심각하고 실제적일 수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에 대한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도 그렇고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에 따른 영역설정 문제도 그렇다. 수사와 기소권이 분리된다고 하지만 수사에 관한 협력관계 규정, 검사의 의견 청취 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립, 경찰의 불송치 결정시 견제수단 마련, 복합 범죄에 대한 검찰의 대응방안,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 등 향후 입법 과정은 더 지난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일관된 목소리를 못내고 심각한 내홍을 겪는 현실이 안타깝다.

검찰권력의 힘을 빼겠다는 데만 천착한 나머지 수사기능을 분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한 때 대한민국 검사의 상징처럼 이미지화 됐던 홍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정치검찰로 변질된 지 오래인데, 그걸 개혁하려면 단순명료하게 독립된 국가수사국 설치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아직도 검찰과 줄다리기하면서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권이 안타깝다”면서 “검찰은 공소제기와 유지만 하고 ‘한국형 FBI'로 독립된 국가수사국을 설치해 모든 수사를 담당하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대체 유명무실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경찰 등 수사를 잡다한 기관에 흩어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그도 지금의 검찰 사태에 대해서는 검찰 책임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합의안에 따른 검찰 지휘부의 강력 반발에 대해 “정치수사를 통해 늘 정권의 앞잡이만 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라며 “새로운 사법질서에 순응할 준비나 하라”고 일갈했다. 합의안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회의장의 직접중재로 이뤄진데다 당초 국민의힘에서도 수용의사를 밝힌만큼, 여야 어느 쪽도 원천적으로 뒤집기는 쉽지가 않다.

역대 권위주의, 보수정권은 권력유지를 위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을 활용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 기관에 권력의 시녀이니 권력의 앞잡이니 하는 프레임이 붙여진 건 다름아닌 이같은 행태에 대한 국민 적대감의 발로이다. 특히 검찰은 권력의 추이에 따른 선택적 기획수사,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표적수사, 제식구 감싸기 등에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차출되어 악역을 자처한 것이다. ‘검사 윤석열’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조국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가 정치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현재의 검찰은 이미 비위가 수없이 드러난 윤석열 가족과 그 측근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수사해야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자신들의 수장이 임기중에 뛰쳐나와 정치판으로 들어가는데도 “이건 아닙니다”고 외친 검사가 있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린 문제에는 이번 합의안에 대한 집단행동처럼 벌떼같이 달려들면서도 국가에 의해 완벽하게 보장된 검찰권력이 일부 정치검사에 의해 오용되는 데는 한 마디도 안한 그들이다. 반성은커녕 합의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가 붕괴되어 마치 나라가 쪽박이라도 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 합의안이 비록 곳곳에 허점을 안고 있더라도 사법질서의 붕괴가 아니라 70년간 고착돼온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대전환으로 인식해야 그나마 답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개혁은 검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반역사의 수사를 획책케 한 정치의 책임이 크고, 또 이를 악용한 국가권력의 헌법농단이 더 큰 문제다.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검찰에게만 삿대질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마치 강도가 도둑놈을 나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합의안 논란에서 또 유령처럼 나타나는 건 막강한 검찰력에 기대려고 안달하는 권력의 관성이다. 이런 의도가 합의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사실상 파기선언 이후 노골화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검찰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지금처럼 외부의 간섭보다는 내부의 동력으로 추구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다. 2년 전 그 가능성의 일단을 보여준 사건이 있다. 굳이 사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검찰 스스로가 자기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초유의 해프닝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고위직 인사에 반기를 들고 사직한 문찬석 검사장이 당시 친정권 성향의 인물로 지목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그를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곧바로 임은정 검사가 반격한다. 문찬석을 한동훈 등과 함께 검찰 적폐의 3인방으로 꼽으며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일침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검찰 내부에선 한참동안이나 검사의 자질과 검찰의 중립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게 되는데 내부동력에 의한 검찰개혁은 이처럼 조직의 동티를 스스로 적출해내겠다는 신념과 의지가 선행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지금, 검찰이 자기 당위성을 인정받으려면 검사에서 불과 몇 달만에 대통령까지 거머쥔 윤석열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사례는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실체적 사실로써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윤석열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이고, 그에 대한 평가는 5년 후 임기가 끝나서야 내려야 할 것같다.
하지만 역동의 70여년을 관통하며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를 다져온 검찰과 검사의 노고를 잊지 않기에 그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려 한다. 물론 정치검사라고 지칭되는 윤, 한 이들은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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