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을 바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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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을 바꿀 시간
  •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 승인 2022.05.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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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꽤나 안전지향적인 나는 새로운 시도를 잘 못하는 편이다. 늘 가던 길을 선호하고 옷을 사도 비슷한 계열의 색상을 고르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제안들에 호기심은 생기지만 선뜻 직진을 택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관행을 거스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심지어 그것을 실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이라는 단어로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다.

이러한 시도들 중 눈이 번쩍 띄었던 사례는 최근 알게 된 서울시의 컴팩트시티 추진방향이었다. 그 중 하나는 ‘신내4컴팩트시티 공공주택 사업’으로, 도로 위에 도시를 만든다는 아이디어였다.

서울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위에 축구장 네 배 크기(2만7000㎡)의 대규모 인공대지를 마련해 주거공간과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한다고 한다. 2차선 도로도 아닌 도심과 외곽을 연결하는 도시고속화도로상에, 그것도 신규로 설치되는 도로도 아니고 운행 중인 도로 위에 도시를 건설한다니 SF영화에서 보던 공중도시가 떠오른다. 이 도시의 테마는 ‘연결도시’, 즉, 도로로 단절되었던 두 지역을 인공공간으로 연결하여 주변 지역과 소통하는 열린 도시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버스 차고지를 활용한 ‘장지 공영차고지 입체화 계획’이다. 이는 버스 차고지 시설을 지하화하고 그 위에 대규모 도시숲과 행복주택, 생활SOC를 층층이 배치하는 ‘적층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공해·소음을 유발하는 혐오시설을 도심을 연결하는 인프라이자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시설로 전환하려는 시도만으로도 그 결과가 기대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도시건축에서만이 아니라 농업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바로 우리도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유전자 데이터분석 기반 한우개량시스템 구축사업’이다. 우리나라의 한우개량은 정부의 지원 아래혈통, 발육성적, 질병검사, 외모심사 등을 거쳐 선별된 연간 60여두의 보증씨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다보니 유전적 변이가 축소되고 한우 집단의 근친도가 증가하여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우리도는 수소만이 아닌 암소에 집중, BT와 IT 기술을 적용하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역 한우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중이나 등급이 상위인 한우의 모개체 분석을 기반으로 우량 암소의 난자를 선별하는 1차 작업을 거친다.

이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량 송아지를 생산할 최적의 조합을 찾아 고품질의 수정란을 생산, 이식하는 2차 작업을 진행한다. 기존에는 축산농가가 보유한 소의 유전능력 확인없이 다른 지역이나 농가에 팔아버리거나 비육우의 경우 더 좋은 상태까지 키우지 않고 도축해왔으나, 이제는 지역내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우량종자 선별과 축산농가 간 유전자 공유로 초우량 한우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은 보은과 충주 2개 시군에서 먼저 시도되는데, 최근 진행한 농가 대상 사업설명회에서 처음에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함과 기존 방식에 대한 안정성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도전에 의욕을 보여주고, 함께 참가하는 지역 농가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순조로운 시작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협력기관들도 “우리 지역에서도 코끼리만한 한우 한번 키워보자”는 진담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은 나 역시 늘 시도를 주문하고 나도 강요당하는 말이지만, 이를 기꺼이 하는 누군가를 만나 함께 일을 한다니 너무 신난다. “소는 누가 키우나?”라고 던지는 질문들에 이제는 나몰라라가 아니라 ‘우리가’, ‘데이터가’, 그리고 ‘지역이’ 키운다는 자부심이 생긴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시도, 우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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