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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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헌사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5.1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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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영상위 ‘시네마틱#청주’ 지원작 '38년생 김한옥'
채승욱 감독 12년간 어머니의 삶 기록하고 영화화
가족들과 함께 촬영영상 보는 38년생 김한옥 여사(가운데).
가족들과 함께 촬영영상 보는 38년생 김한옥 여사(가운데).

 

관객석에선 ‘조용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모두에겐 ‘어머니’가 있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순간에 어머니는 존재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38년생 김한옥>은 질곡진 삶을 살아갔던 우리시대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과장 없이 펼쳐진 삶의 파노라마에 관객들은 상영시간 내내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청주영상위원회(위원장 박상언, 이하 청주영상위)가 진행하는 지역영상 제작지원 사업 <시네마틱#청주>의 2021년 지원작인 <38년생 김한옥(감독: 채승훈)>이 지난 5월 7일 오후 2시 문화제조창 본관 5층 공연장에서 첫 공개 시사회를 가졌다.

나의 어머니

<38년생 김한옥>은 감독이 직접 어머니인 김한옥 여사의 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첫 촬영을 시작한 2010년부터 최근까지 12년간 삶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방대한 양의 시간과 세월이 담긴 필름을 이번에 영화로 만들기 위해 1시간 45분으로 축약했다.
 

 

채 감독은 평생 고달프게 살았으나 역경에 굴하지 않았고 늘 시대와 가족의 주변부로 치부됐으나 묵묵히 시대와 가족의 모든 순간을 지켜온 한 여성의 생애사를 그려냈다. 그 시대의 어머니는 참 외롭고 가난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삶을 먼저 내어주고, 자녀들을 보듬었다.

김한옥 여사의 삶 또한 아픔이 많았다. 김한옥 여사의 아버지는 늘 외지로 떠돌았다. 아버지와 새엄마는 어린 자녀를 혹독하게 다뤘다. 끼니가 부족해 그는 이웃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충북 괴산으로 시집와서는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그리고 시누이까지 13명의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하루도 편치 않았던 고된 삶에 뜻하지 않은 병까지 얻었다. 위암 판정을 받았지만 삶을 쉬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어머니의 강인함으로 암을 이겨냈다.

하지만 늘 돈을 많이 벌어 효도하겠다던 큰 아들이 간암에 걸렸고, 남편은 뇌경색을 얻었다.

채 감독은 영화를 찍는 도중 아버지와 형을 하늘로 보냈다. 그 현장 또한 영화 필름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시대의 어머니, 할머니에 대한 진실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38년생 김한옥>의 제작을 총괄한 ‘예술로 통하다’의 이소리 대표는 “이 영화는 감독 한 사람의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넘어 이 시대 모든 어머니에 대한 헌사”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명의 노래를 이어온 세상 모든 어머니들 앞에 이 영화를 바친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 상영회에선 주인공인 김한옥 여사 및 자녀들이 참석해 꽃다발을 증정하기도 했다.

“지역의 인물과 사건 다루고파”

채 감독은 청주대 연극영화과 86학번으로 청주를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다. ‘직지’를 다룬 작품 <우리>는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2019년에 수상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연극무대화한 작품 <치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채 감독과 연극무대 <치마>에서 무대영상제작자로 만난 이소리 대표는 “청주를 소재로 한 삶의 이야기들이 세상에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소리 '예술로 통하다'대표
이소리 '예술로 통하다'대표

이 대표는 5년 전 아티스트 미디어 그룹인 ‘예술로 통하다’를 설립하고 그간 다양한 예술영화들을 제작·지원해왔다. 이번 영화 ‘38년생 김한옥’에서 이 대표는 역사적인 자료가 없는 부분은 직접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대체했다.

이밖에도 그는 청주보도연맹사건을 다룬 ‘이유 있는 날개짓’, 영동 노근리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다큐 ‘그날 곡계골’에서 애니메이션 작업 및 제작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청주지역의 저력 있는 예술가들과 지역의 숨겨진 사건 및 아픔 등을 소개하고 있다. 화려한 사건이 아니라 조명 받지 않았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싶다. <38년생 김한옥>작품도 지역의 여성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많이 보면 좋겠다. 단체상영회 등이 많이 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영화 <38년생 김한옥>은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한독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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