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띄우기,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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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띄우기, 너무 과하다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5.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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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올림머리 흰 장갑 김건희, 바이든과 박물관 관람’ ‘김건희 여사, 한미정상회담 만찬장에 올림머리하고 등장’ ‘김건희 이번엔 반묶음 머리, 尹과 열린음악회 깜짝 등장’ ‘올림머리부터 반묶음까지, 김건희 달라진 헤어스타일’. 최근 여러 언론이 보도한 김건희 여사 관련 기사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단발머리, 한미정상 만찬서는 올림머리, 청와대 열린음악회에서는 반묶음 머리를 했다고 보도한 곳도 있다.

언론은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 장소, 사안 등에 대해 보도한다. 요즘 가장 관심받는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일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올림머리부터 반묶음까지 헤어스타일을 분석해 보도한 언론들을 보고 놀랐다. 대선 때 김 여사의 논문표절 의혹과 경력 부풀리기 의혹, 기자와의 7시간 전화통화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언론들도 이제는 하나같이 김 여사의 외모에 주목한다. 대선 당선 전후가 달라도 이렇게 다르다. 보도가 아니라 도배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신문 방송이 김 여사 기사를 크게 다룬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김건희’라고 치면 김건희의 패션, 헤어스타일, 화장지, 팬카페, 애견, 옛사진 등이 잇따라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 단어가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이다. 이 정도 관심이면 머지 않아 김 여사에 관한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게 공개될 것 같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사진, 구인사를 방문한 사진, 후드티를 입고 경찰견을 안은 사진 등이 보도됐다.

물론 외국의 퍼스트 레이디에 대한 소식도 자주 흥밋거리가 된다. 재임 당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무엇을 입고 무슨 가방을 들었는지에 대한 뉴스가 빠지지 않고 나왔다. 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국내언론들의 김건희 띄우기는 과하다. 그래서 보는 내내 불편하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김 여사에게 ‘beautiful’이라고 했고, 윤 대통령에게는 결혼을 잘했다는 의미로 ‘married up’이라고 했다는 기사도 대부분의 언론이 과하게 다뤘다. 한미정상회담을 하는데 회담 내용이 중요하지 미국 대통령의 덕담이 뭐가 그리 특별하다는 말인가.

영부인의 역할은 정해진 게 없다. 너무 튀면 튄다고, 아무 것도 안하면 안한다고 가십에 오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들을 사회참여형, 내조형으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영부인의 역할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굳이 김 여사의 외모대신 철학과 생각을 보도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언론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말기를 바랄 뿐이다.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에 대해 떠들썩하게 다루고, 작은 행동마저 과하게 포장해 전달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전달만 하기를 원한다. 요즘 김 여사를 다룬 기사를 볼 때마다 매우 오글거린다.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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