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도대체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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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민주주의 도대체 어떻게 다른가?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6.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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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 의미와 역사적 관계 (2)

전회에서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별개의 개념입니다. 그렇기에 이론적·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없는 자유정부(근대 대의정부), 자유주의 없는 민주정부(초기 나치정부)도 가능합니다.

근대의 정치엘리트들은 비민주적 자유정부의 수립으로 이제 혁명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민중들은 결코 이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내내 민중들은 자신들에게도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달라며 보통선거제 쟁취를 위해 싸웠습니다. 그러면서 자유와 평등,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결코 대립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등장했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권리를 갖고 정부권력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민중들도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치적 권리를 가져야만 합니다. 이를 반박할 어떠한 그럴듯한 논리는 없습니다. 이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반드시 대립적이지만은 않고, 서로 병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서서히 퍼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선거권의 범위도 중산층·노동자·하층민·여성으로 점차 확대되어 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의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정치적 평등은 결코 기본권과 자유에 대한 위협이 아니며 오히려 민주주의 제도는 그 버팀목으로 권리와 자유를 필요로 한다.… 이상적인 의미에서든 현실적인 의미에서든 정치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권리, 자유, 기회의 체제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지 정의상으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민주적인 정부 체제가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위와 같은 정치적 권리, 자유, 기회를 민주주의에 근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면, 이론과 실천 모두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상충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민주주의 제도들은 가장 근본적인 권리와 기회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자유와 정치적 평등이 상호 갈등한다는 가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허상이라고 하겠다. 첫째,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은 일단의 기본권, 자유, 기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민주주의와 그 정치제도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의 범위를 넘어 기본권, 자유, 기회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 다알(Robert Dahl),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대립적·병존적 관계에서 필연적 관계로

이처럼 현대의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대립적, 병존적 관계를 넘어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필연적 관계로 인식합니다. 이렇게 양자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정립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자체내에서도 새로운 진보적 생각들이 등장했습니다. 자유란 단순히 국가기구로부터 벗어난다는 소극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도 실질적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과 후원을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해석이 등장합니다.

소극적 자유주의를 넘어 적극적 자유주의가 등장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도 새로운 생각들이 등장합니다. 민주주의란 단순히 모든 이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보통선거권의 실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생각이 등장한 것입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민주주의 개념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처럼 적극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개념의 등장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이제 서로를 북돋우는 밀월관계를 형성하면서, 20세기 중반에 인류사회는 희망이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그 희망과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밀월관계는 다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자유주의에서는 신(Neo)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조류가 등장했습니다. 이 신자유주의는 1980년을 전후하여 등장한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에서 기본적 정책 기조로 채택되어 그 이후 전세계에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이들 신자유주의자들은, 대기업과 국제자본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기업에게 노동자의 해고와 교체에 대한 더 많은 자유를 부여하고, 노동자들의 규율과 통제를 강화하고, 서민 복지를 축소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체제가 지속된다면, 자본권력의 지배력은 더욱 커져 민주정부의 능력과 영역은 점점 축소될 것이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확대될 것임은 명확합니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쇠락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립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그 미래는 열려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어떤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낼까요? 그리고 어떠한 조합이 우리 인류사회의 미래에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까요?
 

대한민국 촛불집회
대한민국 촛불집회

 

보다 발전하고 성숙한 자유민주국가란?

보다 발전하고 성숙한 자유민주국가는 여러 의미로 설명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1) 경제적으로, 노동자와 서민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본권력의 일방적·자의적 지배에서 벗어나, 그들의 사회경제적 자유와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때, 2) 정치적으로, 정치·관료권력이 자본권력에의 종속성에서 벗어나, 일반 서민들의 의사와 이익이 제대로 대변되도록 정치적·법적 제도와 수단이 보다 잘 정비될 때를 의미합니다. 즉 재벌 등 경제권력이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특권과 정치적 지배력이 제어되고, 그에 반하여 노동자와 서민들의 사회경제적 자유와 실질적인 정치적 평등이 확보될 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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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대학 졸업후 우연히 고시공부를 하게 되어 사법고시, 행정고시, 지방고등고시 3과에 합격했다.
10여년 검사,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대학시절 공부했던 정치학에 미련이 남아,
현재는 법조현장에서 물러나 공증인 일을 하며 정치와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HCN충북방송 정치시사 토론프로그램(리얼토크 한판)에 고정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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