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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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6.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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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 구분 기준과 유효성 논쟁 (1)
자크 루이 다비드의 '테니스 코트의 서약'. 1789년 6월 루이 16세의 의회해산 조치에 맞서 시민 대표들은 테니스 코트에 모여 이에 불응하기로 서약한다. 이 사건은 프랑스혁명의 중대한 분기점이 된다.
자크 루이 다비드의 '테니스 코트의 서약'. 1789년 6월 루이 16세의 의회해산 조치에 맞서 시민 대표들은 테니스 코트에 모여 이에 불응하기로 서약한다. 이 사건은 프랑스혁명의 중대한 분기점이 된다.

 

좌파(the Left)와 우파(the Right)는 정치공간에서 두 편으로 세력을 구분 지울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정치세력을 나눌 때 사용하는 것에는 이외에도 보수/진보, 급진(극단)/온건도 있고, 친노·비박·반문·친일·종북이라는 말처럼 친(pro)라든지 반(anti)이라는 접두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많은 기준 중에서도 좌파/우파 기준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보수/진보, 급진/온건, 친/반이라는 단어 속에는 특정한 정치적 정향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좌와 우라는 단어속에는 사실 아무런 정치적 내용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본래 좌와 우는 단순히 위치를 지칭하는 물리적 단어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단순히 위치를 나타내는 좌와 우라는 말이 어떻게 하여 특정한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게 된 것일까요? 누군가를 혹은 어떤 집단, 운동을 좌파적/우파적라고 할 때, 그것을 나누는 근본적 기준은 무엇일까요?

프랑스혁명기의 의석 배치에서 기원

정치 세계에서 좌파/우파라는 구분이 도입된 것은 아주 우연적인 계기에 의한 것입니다. 18세기말 프랑스혁명 당시 혁명에 찬성하는 공화파와 이후 혁명 과정을 주도한 급진적인 자코뱅파가 의사당내에서 의장석 기준으로 주로 왼쪽에 앉고, 혁명에 반대하는 왕당파나 혁명 과정을 온건하게 이끌려는 지롱드파가 주로 오른쪽에 앉은 것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나 좌우파에 상응하는 구분과 대립은 그 이전의 역사에서도 흔한 것이었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의 과두파/민주파, 고대 로마공화정에서의 귀족파/평민파, 중세 이탈리아에서의 교황파/황제파/공화파, 영국내전에서의 왕당파/의회파/수평파간 대립도 실질적으로는 좌우파간의 대립이었다고 할 것입니다. 즉 좌우파의 개념을 사용하여 정치세력을 구분하는 것은 프랑스혁명 때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그러한 구분과 대립은 인류 역사의 시원 때부터 함께 한 것입니다.

그러나 좌파/우파의 구분은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입니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정의당의 위치에서 보면 우파적이지만, 국민의힘의 위치에서 보면 좌파적입니다. 또한 우리공화당의 우측이나 정의당의 좌측에 보다 급진적인 정치세력들이 등장한다면, 전체 스펙트럼은 좌측 혹은 우측으로 이동할 수 있고, 이 경우 각각의 정치세력은 보다 덜 우파적/좌파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좌우파의 구분 기준은 ‘평등’

그렇다면 좌파/우파는 전적으로 상대적인 것으로 단지 우리편을 규합하고 반대편을 비난하고 적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구분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치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좌파/우파를 구분하는 특정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그 구분 기준은 ‘평등’이라고 말합니다. 좌파는 평등지향적이고, 우파는 불평등지향적 즉 우파는 평등의 확장과 심화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는 말입니다.

좌파/우파와 마찬가지로 그 구분의 기준이 되는 평등이라는 개념도 고정불변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을 선언했지만, 흑인들이 백인과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링컨은 그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좌파적이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혀 좌파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정치철학자 밀(John Stuart Mill)은 여성이나 노동자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너무나 급진적인 것이어서 밀은 주류 사회로부터 수많은 조롱과 야유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주장한다고 하여 그 사람을 좌파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대체의 역사를 보면 18세기에는 신분적 평등, 19세기에는 정치적 평등, 20세기에는 사회경제적 평등이 정치세계의 주요한 대립 주제였습니다. 18세기 시민혁명기에 좌파들은 봉건적 신분질서의 폐지(신분적 평등)를 요구했고, 그 이후 19세기에 좌파들은 모든 시민들이 동등한 참정권을 갖는 보통선거제(정치적 평등)를 요구했고, 20세기에 좌파들은 노동자의 권익과 서민 복지의 향상(사회경제적 평등)을 주장해 왔습니다. 이처럼 평등의 범주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고 그에 따라 좌파/우파의 구분도 변하는 것입니다.

좌우파의 구분 기준은 ‘자유’?

그러나 이러한 구분에 대하여 우파는 불쾌할 것입니다. 평등은 좋은 말 같은데, 자신들을 불평등지향적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우파는 여기에 ‘자유’라는 말을 끼워넣고 싶어합니다.

우파는 자유지향적이고 좌파는 평등지향적, 혹은 우파는 자유지향적 좌파는 반자유지향적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전혀 별개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2개의 기준으로 정치세력을 나눈다면 결코 2개의 세력으로 양분할 수 없습니다. 수리적으로 3개 혹은 4개의 세력으로 나누어야만 합니다.

자유라는 기준을 끼워놓고 싶은 우파의 주장은 역사적으로도 틀립니다. 인류의 역사와 우리 현대사에서 자유를 위해 싸운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근대 유럽에서 절대군주와 봉건귀족에 맞서 자유를 주장하며 싸운 사람들은 우파가 아니라 좌파였고, 우리 현대사에서 군사독재에 맞서 자유를 외친 이들도 우파가 아니라 좌파였습니다.

인류 역사에서건 우리 현대사에서건 자유는 결코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오히려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은 좌파가 더 많았습니다. 이론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자유는 좌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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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현 공증인(변호사)

필자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대학 졸업후 우연히 고시공부를 하게 되어 사법고시, 행정고시, 지방고등고시 3과에 합격했다.
10여년 검사,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대학시절 공부했던 정치학에 미련이 남아,
현재는 법조현장에서 물러나 공증인 일을 하며 정치와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HCN충북방송 정치시사 토론프로그램(리얼토크 한판)에 고정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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