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도 부럽지가 않은 세상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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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도 부럽지가 않은 세상이 올까?
  •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 승인 2022.06.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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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예술은 사회를 반영한다고 한다. 그래서 노래를 듣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 여긴다. 실제로 음악의 경우 노랫말에는 시대와 사회의 흔적이 묻어있다. 제이 클래프가 부른 노래 <mama, see>의 노랫말을 읽어보자.

“너무 흔해 빠져 / 메인이 될 수 없는 뉴스 / 속에는 우리네 차례가 아니었을 뿐인 소식들 / 그곳을 간신히 내가 피하면 족하다는 / 식으론 살 순 없잖아요 / 엄마 세상이 이런데도 / 나의 웃는 얼굴만을 바라요 / 엄마 세상이 커졌다는데 / 어떤 죽음만은 간편해요 / 난 셋의 딸의 엄마가 / 믿고 맡길 만한 세상을 바라요 / 엄마가 사나운 꿈을 꿀 일 / 없는 안전한 세상을 바라요”라는 노랫말은 누가 뭐래도 2019년 한국의 기록이다.

올해 2월 장기하가 발표한 EP [공중부양]의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에도 눈길이 오래 머문다. 인디 신을 넘어선 스타로 활동하다 밴드 활동을 중단한 뒤 모처럼 발표한 음반에는 장기하 자신의 이야기 같은 노래들이 줄을 잇는다.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부럽지가 않어>,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로 이어지는 수록곡들은 제목만 들어도 노랫말이 그려진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 곡 <부럽지가 않어>가 특히 인기다. 유튜브의 뮤직 비디오 조회수는 200~500만 수준이고, 정은지와 이용진이 경상도 사투리와 노숙자 버전으로 부른 영상도 화제다. 선생님 버전, 며느리 버전 등에 이어 공공운수노조 노동자 버전까지 나왔다. 장기하가 워낙 셀럽이기 때문이고, 노랫말이 코믹하기 때문일까.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음악은 노랫말과 사운드로만 시대를 반영하진 않는다. 음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역시 시대를 반영한다. 인기는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증거다. 멜로디의 아름다움과 보컬의 아우라만으로 인기를 끌어낼 수는 없다. 자기 이야기라고 느끼거나 재미있다고 인정하지 않으면 인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부럽지가 않어>에 호응할까.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 난 괜찮어 /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라고 래퍼처럼 읊조리는 장기하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요즘 사람들이 너무 자주 부러움을 느끼기 때문일까. 만약 부러움을 모르고 산다면 장기하의 노래를 들어도 심심하기만 할 것이다. 장기하의 노래가 생뚱맞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곳곳에 자랑이 넘친다. 다들 보고 듣고 입고 먹고 읽고 다닌 곳을 알뜰살뜰 빠짐없이 전시한다. 과시한다. 자신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성찰적이며 예술적인지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핸드폰의 카메라는 또 다른 손이고, 소셜미디어는 자신의 삶을 쇼윈도로 바꿔주는 진열창이다.

그러다보니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라고 노래하는 장기하의 목소리가 특별해질 수밖에 없다. 모두가 비교와 우열의 강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그 강박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하라고 날 때부터 가진 게 많아서 부러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십 만원을 가지고 백만원 가진 사람을 부러워해보고, 백만원을 가지고 천만원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다가 내린 결론이다.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부러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때때로 우리는 욕망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장기하의 노래를 좋아하는 일이 대리만족일 가능성도 농후하다. 여전히 부러운 일 투성이인데, 장기하의 노래를 들으며 아닌 척 시치미를 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노래가 인기인 건 이제 부러움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어떤 노래는 세상의 반영일 뿐 아니라 변화의 예고편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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