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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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6.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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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행정’은 뭐에 비유해야 할까. 매뉴얼대로만 하는 ‘식물’인건가. 사천동에 사는 박성준 씨의 사연을 듣고 있으면 참으로 답답하다. 청주시의 행정처리능력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

박성준 씨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청주시 공무원들은 발산교 교량공사를 진행하면서 집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박 씨의 집을 무단침입해 측량을 한 뒤 통보하듯 담장 안 땅 일부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를 거절한 박씨에겐 ‘공익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이 사업은 ‘공익사업’에 해당이 되지 않았다.

박 씨는 집 앞 발산교 교량공사가 진행되면 집 진출입로가 막힐 것을 처음부터 우려했다. 교량이 높이를 낮춰달라는 박 씨의 요청에 시 관계자들은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회의까지 열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었다. 아니, 중간에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담당자는 수차례 바뀌었고, 민원인의 요구에 응답했던 담당 과장은 일을 매듭짓지 않고 영전했다. 결과는 더 참담했다. 교량의 높이는 기존설계안보다도 높게 설치됐다. 교량 때문에 박 씨의 집은 교량의 높이만큼(1m 50cm)가량 ‘꺼진 집’이 됐고, 교량 때문에 진출입로가 막혔다. 그러자 시는 경사도가 높다는 이유로 집 앞에 펜스를 쳐놓아 출입구를 막았고, 다른 쪽 출입구를 만들기 위해 1억원을 세워 ‘가도’를 만들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사업은 2020년 5월부터 진행됐는데, 2021년 6월 이 집은 충북개발공사가 진행하는 ‘넥스트폴리스’개발사업에 땅이 수용되기로 결정됐다. 결국 이중 삼중 예산이 집행된 것이다. 청주시는 충북도가 벌이는 산단사업에 이 부지가 수용예정지라는 것을 몰랐을까.

박 씨는 국민권익위에 문제제기했고, 국민권익위는 도에 감사를 요청했다. 국민권익위와 충북도의 감사과정에서 해당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교량 높이를 낮추겠다”고 확언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이 부분에 박 씨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인다. “그 자리에 공사이해관계자들이 다 모여있었다. 협의를 통해 교량 높이를 낮추겠다는 답변을 듣고 담당공무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연신했다. 지인들에겐 일이 잘 해결됐다며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청주시 행정은 박 씨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실제 교량은 원래 계획안보다도 더 높게 설치됐다. 원래 계획안은 지면에서 28도 가량 경사였지만, 실제는 36도에 달했다.

박 씨는 최근 청주시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결론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청주시 행정은 이 문제를 진짜 풀지 못하는가. 이쯤되면 소통전문가라도 영입해야하지 않을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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