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와 우파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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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는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6.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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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 구분 기준과 유효성 논쟁 (2)

전회에서 : 좌파/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평등’입니다. 우파들은 그 기준에 ‘자유’를 끼워넣고 싶어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에도 어긋납니다. 근대 유럽과 우리 현대사에서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은 대부분 좌파였습니다.

그렇다면 ‘자유’는 정치세력을 구분할 때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자유는 급진 혹은 극단(the Radical, the Extrem)과 온건(the Moderate)이라는 구분에서 그 기준이 됩니다. 온건파는 자유주의적 헌정질서(정치적 표현의 자유,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는 의회제도, 경쟁적인 정당체계 등)를 존중하고 이를 준수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급진(극단)파는 이를 경멸하고 증오하며, 볼세비키혁명이나 군부쿠데타와 같은 파국적 정치격변을 흠모합니다.
 

극좌 혁명가의 아이콘인 레닌은 20세기에 최고의 영예와 최악의 오명을 함께 받았다.
극좌 혁명가의 아이콘인 레닌은 20세기에 최고의 영예와 최악의 오명을 함께 받았다.

 

결국 가치 지향(평등-불평등)에 따라 좌파/우파가 구분되고, 좌우파 모두 그 내부에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자유-반자유)과 관련하여 온건파/극단파로 구분되어, 모든 정치세력은 극좌, 온건좌파, 온건우파, 극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좌와 극우는 이념적 지향에서는 정반대이지만, 그 정치적 정서나 전략에서는 일치점이 있기에 ‘극좌와 극우는 서로 통한다’라는 말도 성립하는 것입니다. 실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Benito Mussolini)는 사회주의 폭력혁명을 도모하다가 극우 파시즘의 창시자가 되었고, 극좌 노동운동가였던 김문수는 극우 정치인으로 변신해 국회의원과 경기지사를 지냈습니다.

좌파/우파 vs 급진/온건 vs진보/보수

우리 사회에서는 좌우파보다는 진보(the Progressive)와 보수(the Conservative)라는 구분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좌우파는 평등에 대한 태도에 따른 구분입니다. 이에 반하여 진보와 보수는 ‘변화’에 대한 태도에 따른 구분으로, 변화에 대하여 적극적이면 진보, 소극적이라면 보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류사회는 보다 많은 사람과 영역으로 평등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쪽으로 변화 발전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좌파=진보, 우파=보수라고 이해하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좌우파의 구분은 공간적 비유에,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시간적 비유에 기초하고 있기에, 양자의 구분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용법상의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1980년대말 구소련이 붕괴할 때였습니다. 당시 소련 정치권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세력과 사회주의 체제의 지속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립했는데, 이때 전자는 우파이면서 진보파라고 불리었고, 후자는 좌파이면서 보수파라고 불리었습니다.

이러한 좌파/우파와 진보/보수 구분의 부조응은 우리 사회에서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신(Neo)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보수’로 지칭되는데 대하여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대 사회는 경제적 자유와 시장경제가 확산되는 체제로 진화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이를 주창하는 자신들은 ‘진보’에 해당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사회 좌파들은 자신들이 ‘좌파’라고 불리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해방과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좌파에 덧씌워진 빨갱이 프레임 때문에 좌파보다는 ‘진보’라는 단어를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좌우파 구분은 철 지난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기말부터 정치세력을 좌파/우파로 나누는 것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1) 기존의 좌우파의 구분(사회경제적 평등-불평등의 대립)으로 포섭하기 힘든 생태·젠더·소수자·반핵·반전(평화) 등의 새로운 의제가 등장했다, 2)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범람이나 현실 공산주의 붕괴로 우파의 절대적 헤게모니가 수립되어 기존의 좌우파 대립구도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3) 거의 모든 선진 국가에서 이념적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중도적인 혹은 좌우 모두를 포괄하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주장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1) 1960년대 이후 생태와 젠더 등의 새로운 의제를 내세우며 등장한 정치세력들로 현재는 그 내부에서 좌우파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으며, 2) 좌파에는 공산주의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력들이 존재하기에 공산주의의 몰락을 좌파의 몰락과 동일시 할 수 없고, 3) 중도파 혹은 실용파란 기본적으로 좌우파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좌우파의 구분 자체가 없어지거나 둘 중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역사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좌파/우파의 구분이 여전히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주장은 자칫, 우리 사회의 패악 중 하나인 이념 대결이나 진영 논리에 따른 정치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성찰적이고 발전적인 토론과 합의는, 서로 간의 가치와 지향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대립과 갈등의 접점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명확히 하는 것은, 서로 간의 갈등을 극단화 하거나 진영 논리를 강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그러한 차이와 갈등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맹목적인 기술관료주의만 강화하거나 상대를 섬멸하려는 전체주의를 초래할 뿐입니다. 그러한 대립과 갈등의 근간에 평등이라는 주제가 있고 좌우파라는 구분이 있는 것입니다.

시대와 상황, 의제와 목표의 변화에 따라 좌우파의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그 대립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사회는 아직도 여전히 불평등하며, 보다 평등한 사회를 향한 인간의 열정과 분투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좌우파의 구분과 대립은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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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나, 대학 졸업후 우연히 고시공부를 하게 되어 사법고시, 행정고시, 지방고등고시 3과에 합격했다.
10여년 검사,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대학시절 공부했던 정치학에 미련이 남아,
현재는 법조현장에서 물러나 공증인 일을 하며 정치와 역사에 대한 글을 쓰고, HCN충북방송 정치시사 토론프로그램(리얼토크 한판)에 고정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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