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무렵’작가는 사람과 사물에게 안부를 물었다
상태바
‘입동 무렵’작가는 사람과 사물에게 안부를 물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6.30 1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은숙 시인 여섯번째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발간
매주 작가 인터뷰 진행…지역문화생태계의 매개자가 되다
김은숙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그렇게 많 은 날이 갔다』를 고두 미출판사에서 펴냈다.
김은숙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그렇게 많 은 날이 갔다』를 고두 미출판사에서 펴냈다.

 

김은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가 최근 도서출판 고두미에서 발간됐다. 5년 만에 발간한 이번 시집은 34년간 몸담아온 교직을 마감한 개인 생활의 변화와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심정적·신체적인 생애적 변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대전환의 시기를 건넌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김은숙 시인(62)의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입동 무렵’이 다. 입동무렵은 작가 자신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는 요즘 사물을 보며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안부를 묻는다. 목련의 안부, 구름의 안부 등 코로나19의 광풍 이 지나간 뒤 살아남은 모든 것들에게 시인은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그는 사실 퇴직 이후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도 그는 열정적인 교사였다. 수석교사를 맡으면서 강의법을 고안했고, 다양한 수업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초창기 청원고 학년부장을 맡으면서 학교의 기틀을 놓기도 했다. 유능한 교사였던 그는 정년을 6년 정도 남기고 학교를 떠났다. “그즈음 몸이 갑자기 아팠다. 한번도 쉬어본 적 없는 삶에 쉼표를 찍고 싶었다. 며칠 고민하고 바로 명예퇴직 신청서를 냈다. 그만큼 열심히 했기에 후회가 없었다.”

열정적인 사회주의자

그는 요즘 자칭타칭 ‘사회주의자’로 불린다. 각종 문화행사에 그는 감초처럼 나타나 사회를 본다. 또 지역 서점인 꿈꾸는 책방과 유튜브 채널인 ‘와우팟’ 에서 작가를 만난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한다.

학교 밖 세상에서 그는 학생 대신 작가들을 매주 꾸준히 만나는 셈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사서 꼼꼼히 읽어 보고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몇 해 동안 약 150여명의 작가를 오롯이 만났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와 독자의 ‘매개자’가 됐다. “작가들의 책이 계속해서 나오려면 최소한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동네 서점이 살아있어야 하고, 출판사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

김 시인은 꾸준히 지역의 작가들을 소개하는 일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충북문화재단 웹진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 내륙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얼마 전 내륙문학회 50주년 기념 문집발간 및 기념식을 훌륭하게 치러냈다.

 

김은숙 시인은 온· 오프라인에서 매주 작가들을 만나 세상 에 알린다. 사진은 유 튜브 채널 와우팟 ‘다독다독’프로그램 을 진행하는 모습. 이 날의 초대작가는 '그냥, 2200km를 걷다' 의 김응용 씨였다.
김은숙 시인은 온· 오프라인에서 매주 작가들을 만나 세상에 알린다. 사진은 유 튜브 채널 와우팟 ‘다독다독’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이 날의 초대작가는 '그냥, 2200km를 걷다' 의 김응용 씨였다.

 

지역의 공간 담아낸 시

이번 시집에는 정북동토성, 이정골 돌장승, 고두미출판사, 꿈꾸는 책방, 월리사, 무심천, 미동산수목원 등 그가 청주 곳곳에 머물고 새긴 발길과 정서를 담아 청주의 공간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한다.

생활문화 공간으로서의 청주의 정서와 숨결을 한 편의 시작품에 고스란히 새겨서, 문학 콘텐츠로 살아나게 한다. 김은숙 시인의 이번 시집은 청주시 문화도시조성사업 ‘기록문화 예술표 현활동’문학분야 수혜작품으로 유일하게 선정됐다.

시인은 “지난 2018년 낸 <부끄럼주의보> 이후 쓴 시를 다듬어 세상에 내놓았다”며 “혼자 길을 걸으며 바람의 숨결과 먼먼 구름과 노을 그리고 흔들리고 스치는 것들과 뒷모습이 하는 말을 받아 적었으나 함께 부려놓은 마음 스산하여 무늬가 되지 못한 헐거운 새김이 민망하다”라고 밝힌다.

시인의 이전 시집에서처럼 나무와 풀꽃이 바람과 구름과 햇살을 만나고 대지와 호흡하는 식물성의 시들, 자연에서 발견하고 깨달은 의미를 새긴 작품이 많이 보인다.

시집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고민과 삶의 지향, 고통의 흔적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도종환 시인은 “김은숙 시인의 시에는 ‘가을의 심장에 귀를 대고 / 흐느껴’ 우는 언어가 있다. ‘혼자 늙어가는 저녁’이 있고, 오래 걸어서 ‘붉고 넉넉한 노을의 시간’까지 온 뜨거운 발자국이 있다. 그런가하면 ‘한 그루 적막으로 서 있는 때죽나무의 지긋한 균형’같은 것도 있다. 그런 김은숙 시인의 시들 중에 ‘입동 무렵’에 가 있는 시 여러 편이 눈에 띈다. 입동 근처를 서성이는 시들. 그런 시들이 가리키는 시간은 눈물도 울음도 침묵인 시간, 섣부른 언어도 기약도 허락하지 않는 시의 시간이다”라고 평했다.

강찬모 문학평론가는 “김은숙의 이번 시집은 ‘계절’이 시가 되고 ‘가족’이 시가 되고 세상에 방치된 ‘변두리’가 시가 되어 마침내 삶에 포섭된 모든 생명들의 미세한 떨림까지 시의 ‘안쪽’으로 독백한다. 표제인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는 온축(蘊蓄)된 시간에 대한 종언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기왕의 시간을 묻고 천착하는 회고적 현실 환기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은숙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인하대 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6년 <오늘의 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해 『아름다운 소멸』, 『손길』, 『부끄럼주의보』 등 5권의 시집과 산문집 『갈참나무 숲으로』를 펴냈다. <충북작가회의> <내륙문학회> 회원이며, 제13회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