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숨은 장학 실천...권순창 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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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숨은 장학 실천...권순창 은행 지점장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07.0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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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 딛고 고향사랑 꾸준한 실행...IBK기업은행 오산지점장

음성 무극중에 총 5300만원 전달…“여력 닿을 때까지 계속”

 

권순창 IBK기업은행 오산지점장.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타향에서 은행 지점장에 올라 충북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숨은 인물이 있다.

지난 4일 충북 음성 무극중학교 교장실에선 조촐하지만 뜻깊은 장학금 수여식이 있었다. 10명의 학생들에게 각 30만원씩 전달한 장학기금 300만원은 청송장학회 명의다.

이날 장학금을 직접 전달한 사람이 권순창(58) 청송장학회 이사장이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내곡리가 고향인 권 이사장은 기업은행 경기도 오산지점 지점장이다.

특별한 것은 권 지점장 개인이 청송장학회 기금을 마련해 17년째 거르지 않고 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해인 2006년 5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300만원씩을 무극중학교에 전달하고 있다.

이날 장학금을 전달한 권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저도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을 이기면서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다”며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비를 해결하기 위해 ROTC 25기 장교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비 마련 등 어려운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5년이 넘는 장교 생활을 자청해 공수부대 대위로 전역했다”고 밝혔다.

청송장학회 이사장인 권순창 IBK기업은행 오산지점장이 무극중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 “환경을 탓하지 말고 선생님에게 잘 배우고 틈틈이 열심히 공부해서 장차 모교에 장학금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건강하고 학교생활 멋있게 하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에 학생들은 “청송장학회 화이팅!”을 외쳤고, 유재호 학교장은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고마움을 알게 돼 권 이사장님의 뜻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사회봉사’ 좌우명

권 지점장은 3남 1녀 중의 장남으로 슬하에는 2녀 1남을 뒀다. 장남으로서 가정환경에 보탬이 되고자 장학금 혜택을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했고, 자녀 양육에 뒷받침이 되고자 1992년 전역과 동시에 은행 입사를 지원해 기업은행에 들어가 2017년 지점장에 올랐다.

그는 자녀들을 성장시키는 가운데 은행 입사 15년차가 되면서 고향의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힘을 보태야 되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게 됐다. 평소 마음먹었던 일로 스스로 모교에 연락해 2006년 500만원을 지원했다. 이듬해부터는 300만원씩 장학 기금을 전달했다. 매년 가정 형편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 10명에게 청송장학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는 것이다.

권 지점장의 이런 선행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고 권혁우 선생이라고 한다. 그의 백부이기도 한 권 선생은 무극중학교 과학 담당 평교사였다. 권 선생은 각별한 정성과 열정으로 제자들을 길러낸 참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제자들은 우송(愚松)이라는 별호를 따서 우송장학회를 발족해 무극중학교 후배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같은 학교 32회 졸업생인 권 지점장은 권 선생님과 선배들의 뜻에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별도의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별히 알리지 않고 꾸준히 선행을 이어온 이유인 셈이다. 고향의 쌍봉초와 무극중, 무극고를 졸업한 그는 대학 때부터 줄곧 회계 경영을 전공했다. ROTC 장교를 거치면서 한남대, 명지대 석사와 서울대 대학원 MBA과정을 수료하는 등 끊임없는 학구열을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

매주 고향을 찾아

권순창 지점장의 이런 선행에는 그의 아내 최병숙씨의 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동향인 음성군 삼성면 출신으로 삼성초·중교와 청주여고.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34년 동안 초등학교 교직생활 후 명예 퇴직한 경력에서 그의 든든한 내조가 읽힌다.

권 지점장은 군대와 직장 등에서의 수차례의 표창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2016년 고향에서 받은 금왕읍민상 수상이 각별하게 마음에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평생직장인 IBK기업은행의 모토가 중소기업 육성이기에 좌우명인 사회봉사와 상승 작용돼 소명 의식을 갖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 중소기업에 신용으로 30억원을 적기 지원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모습을 본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했다. 향후 퇴직 후에는 군(軍)과 금융 분야를 접목해 지원하는 금융 컨설팅을 영위할 계획이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청송장학회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주말에도 고향집에 내려가 정원을 손보며 선후배들과 어울릴 생각이라며 선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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