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의 현장, 그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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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현장, 그 시작은?
  • 맹은영 충북도 신성장동력과장
  • 승인 2022.07.1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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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까지도 아니고 1800년대 후반 정도의 세상으로 뚝 떨어진다면 나는 과연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장 핸드폰 알람 없이 일어날 수 있을 지부터 걱 정이다. 다른 지역을 가는 여정에 네비게이션 없이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식기 세척기의 편안함을 잊고 쭈그려 앉아 가마솥을 닦고 있을 수 있을지, 인터넷 뉴스의 신속함 없이 동네 사람들의 뒤 늦은 소문만 듣고 사는 불편함을 감당 할 수 있을지 암튼 여러 가지로 상상만 해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나는 얼리어답터도 아니고 평소 디지털기기를 열심히 활용하지는 않지만,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일상이 편리해 지고 이전보다 다양한 삶을 살게 된 점 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 지역의 몇몇 기업을 방문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일상생활을 넘어 제조현장에서 도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공장은 식품제조회사로, 제품 포장 단계에 로봇을 설치한 곳이었다. 로봇이 완제품이 든 무거운 상자를 운반체에 쌓고 2차 포장까지 담당하는 경우로, 단순작업이지만 힘이 많이 드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일손을 구하기 힘든 요즘 공장근로자들의 작업 만족도를 높이고 많은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어 회사 차원에서도 매우 만족도가 높았다.

 두 번째 공장은 화장품회사로,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갖춘 경우였다. 스마트공장은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데이터화하여 관리하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G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다. 화장품미세한 차이로 제품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데, 생산과정 중 시스템에서 완제 품 상태를 예측할 수 있어 불량으로 인한 제품 폐기,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었다.

또한 주문-출고 전 단계를 디지털로 관리하여 원료 입고, 생산라인 배정, 물류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충북도는 최근 화장품 관련 기업이 똘똘 뭉쳐 중소벤처 기업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클러스터지 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원료-생산-포장-판매 등 전 단계의 11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번 사업은 온라인 시스템을 구성하여 원료 수급, 생 산라인 가동 계획, 물류 등을 체계적으 로 관리하고,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후기나 임상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면서 원료나 공정을 개선하거나 디자인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다.

 고령화, 저출산 등 여러 문제로 생산 현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이러한 생산현장의 디지털 화는 많은 기업인들이 꿈꾸는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소규모 영세기업의 경우 아직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스마트공장에 대한 높은 관심과 달리 높은 유지비용과 전문인력 부족등이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일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점점 사람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여전히 사람이 중요하다. 일상과 산업현장의 디지털화는 위험 노동을 줄여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고, 로봇이 대체한 인력은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에 집중 투입함으로써 기업은 성장하고 근로자는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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