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문화‧영성’ 보듬는 쌍샘자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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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문화‧영성’ 보듬는 쌍샘자연교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7.1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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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낭성면에 터잡고 농촌마을공동체 부활
교회 옆 도서관, 서점, 대안학교 설립 ‘느린 전진’
백영기 목사, 목회 30년 세월 엮은 책 발간도

쌍샘자연교회가 30주년을 맞이했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62)는 지나간 세월에 대해 그리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32살 젊은 목회자가 처음 터를 잡은 곳은 과거 청주의 달동네로 불린 모충동이었다. 92년 문을 연 쌍쌤교회에선 공부방을 운영하고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교회공동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백 목사는 돌이켜보면 목회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그때였다. 도시 재개발이 98년 전후로 이뤄지면서 철거가 됐고, 교인들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됐다. 교회를 접을 생각까지 했는데 남은 교인들이 잡아주었다. 더 이상 도시 빈민을 위한 목회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02년 지금 이곳 낭성면으로 오게 됐다고 회고한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의 미소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의 미소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9가정에서 다시 시작한 교회

 

2002년 청주시 낭성면 호정리 575번지로 처음 이주할 때는 교회를 포함해 9가정 뿐이었다. 교인은 20여명 정도였다. 그는 이곳에 오면서 3가지 주제를 설정했다. 바로 자연, 문화, 영성이었다. 교회이름도 자연을 붙였다. 쌍샘자연교회는 이 3가지 주제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20년의 세월을 또 보냈다.

지금 교회 옆에는 도서관 봄눈과 서점 돌베개가 있다. 한 때 지역의 농산품 판매장이었던 로컬푸드 매장인 착한살림은 인근에 낭성로컬푸드 매장이 생기자 문을 받았고, 찻방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 찻방 2층 노아공방에선 마을 사람들이 만든 도자기나 나무 작품을 판다. 또 최근에 흙집을 짓고 그 과정을 단행본 <흙집 숨 일기>으로 엮었다.

 

하늘에서 본 낭성면 호정리 쌍샘자연교회 주변 모습.
하늘에서 본 낭성면 호정리 쌍샘자연교회 주변 모습.
교인들이 3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교인들이 3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고 기념촬영을 했다.

 

도서관 봄눈에선 대안학교 수업이 종종 이뤄지고, 서점 돌베개에선 북스테이도 진행한다. 돌베개가 운영됐던 곳은 한 때 이곳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작은 식당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문을 닫았다. 돌베개는 교육협동조합 단비가 운영하고 있는데 타지에 살던 교사 부부가 학교를 그만두고 내려와 산촌유학, 자연학교 등 대안교육을 펼치고 있다. 교회의 모든 공간은 모두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한다. 교인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같이 참여한다.

씨앗이 뿌려져서 가지를 내고 열매를 맺듯 쌍샘자연교회는 세월이 지나면서 외형적으로도 공동체의 모습을 하나둘 갖춰 나갔다. 처음엔 9가구만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했지만 지금은 18가구가 이곳 주변에 정착했다. 지금 교인들은 약 100여명으로 늘었다. 교회가 있는 호정리에는 약 60가구가 살고 있다.

교회는 마을과 거스르지 않고 성장했다. 일례로 쌍샘자연교회 주변에 수십가구가 청주에서 이주하기를 수년째 희망하고 있지만 지역민들과 땅 문제로 갈등을 빚자 중단한 상태다.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

사실 마을에 교인들이 약 100가구 정도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 정도 규모이면 에너지 자립이나 공동체성을 띤 활동들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마을 사람들과 잡음을 내고 싶지는 않다.”

 

1992년 모충동에 처음 터 잡은 쌍샘교회 모습.
1992년 모충동에 처음 터 잡은 쌍샘교회 모습.
쌍샘자연교회 30주년을 엮은 책.
쌍샘자연교회 30주년을 엮은 책.

 

더디지만 단단하게

 

그는 지역, 주민, 사회적 약자가 함께하는 교회를 꿈꿨다. 교계에서는 이러한 목회 방식을 특수목회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하는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 직분과 직책보다는 역할을 함께 분담하고 서로 돕는 모습을 찾고 싶었다. 교회가 마을과 함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회가 죽는 데 마을이 살 수 있을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큰 눈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소중한 존재다.”

그는 지난 시간을 이번에 책으로 엮었다. <자연 문화 영성의 숨이 있는 쌍샘자연교회 이야기/도서출판 꽃자리>를 엮으며 지난 기록들을 들춰보았다. “더듬어 보면 보람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부딪혀 온 시간이었다. 결과만 갖고 이야기하는 세상이지만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그는 하나님의 메시지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창조주이기에 하나님이 만든 지구를 사랑하는 것또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는 것.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전국 100여개의 교회들은 녹색교회모임을 만들었다. 쌍샘자연교회도 녹색교회의 일원이다.
 

쌍샘자연교회의 모임들은 모두 나무, 산, 강 등 자연의 이름을 하고 있다.
쌍샘자연교회의 모임들은 모두 나무, 산, 강 등 자연의 이름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또래별 모임은 소백산, 지리산, 금강산이고 여전도회 모임은 섬진강, 두만강, 소양강이다. 또 교인들은 ‘1, 1, 1을 실천한다. 1전은 영성을 의미하고, 1소는 자연, 1감은 문화를 말한다. “1전은 하루 한번이라도 하나님을 향한 고백을 해보자는 것이고 1소는 나로 바로 서기 위해 내가 먼저 건강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1감은 나와 하나님의 관계뿐만 아니라 타인도 소중하다는 걸 깨닫자는 것이다.”

그는 한발 한발 공동체를 꾸려왔다. 자신만의 속도로, 천천히 교인들과 손을 잡고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더디지만 단단하게 땅을 일궜다. “생명이 있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다. 태어난 아기가 살이 붙고 시간이 지나 걷는 것처럼 살아있는 공동체라면 성장해야 한다. 그게 자연의 순리이고, 하나님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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