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에 미쳤던 이시종, 중단한다는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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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에 미쳤던 이시종, 중단한다는 김영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7.2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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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전 지사, 1995년부터 무예에 집중…퇴임식에서도 직원들에게 무예 부탁
김영환 지사,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건설에 방점…무예 예산·인력지원 중단 지시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
이시종 전 충북도지사

 

이시종 전 충북지사와 김영환 현 지사는 매우 다르다. 이 전 지사는 행정가, 김 지사는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 지사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공직에 투신했다. 영월군수, 충남도 기획실장 등을 거쳐 민선 충주시장,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다. 반면 김 지사는 정치인의 길로 들어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때문에 두 지사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주력하는 사업 또한 차이가 있다.

이 전 지사가 3선을 하는 동안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세계무예마스터십이다. 그는 충주시장이던 1995년 택견인들을 만나면서부터 무예에 집중했다. 거의 무예에 미쳤다고 할 만큼 몰두했다. 그 세월이 30년 가까이 된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무예산업을 일으킬 계획이었다. 이 전 지사는 기회있을 때마다 “무예에 필요한 각종 스포츠용품 산업을 추진하고 무예문화제를 열어 충북을 무예스포츠의 메카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퇴임 3일전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찾아가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세계 유일의 무예경기대회다. 대한민국과 충북을 무예의 성지로 만들어 무예산업을 육성하면 국부창출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며 전통무예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가 및 지자체는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주최하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전통무예진흥법을 맨 처음 발의한 것도 이 전 지사가 국회의원 때였다. 또 그는 퇴임식장에서도 직원들에게 “무예마스터십과 인재양성을 잘 부탁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김영환 지사는 7월 1일 취임한 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건설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선거 때부터 “대청호·충주호·괴산호 등 충북도내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저수지,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종교·역사·문화유산 등을 연계하는 관광 프로젝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충북도는 도내 시군을 망라한 범충북 레이크파크 TF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인프라를 엮어 어떤 프로젝트를 내놓을지 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김영환 충북도지사

 

 

이시종 위원장 반응 궁금
 

김 지사는 무예마스터십에 관심이 없다. 그는 그동안 “검토해 보겠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으나 지난 2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마침내 세계무예마스터십의 중단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무예마스터십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오늘부터 이와 관련된 행사에 도의 예산과 인력지원을 중단하겠다. 그동안의 예산과 인력투입, 공과에 대해 엄격히 분석해 도민들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도민들의 공감이 부족한 현실에서 충북도가 이 행사를 이끌고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동안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청주와 충주에서 각각 1회씩 열렸다. 여기에 226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WMC 위원장은 이시종 전 지사다. 충북도는 청주시 수동에 WMC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원 2명을 파견했다. 올해 WMC에 들어가는 예산은 16억3000여 만원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도지사 바뀌면 가장 먼저 정리될 사업이 세계무예마스터십이라고 봤다. 이 전 지사의 무예에 대한 열정은 인정하지만 도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해 지속 추진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 그동안 이 대회를 이끌고 간 건 이 전 지사 혼자였다. 도민들 사이에서 반대여론이 심했음에도 12년 도지사 재임시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말이 많았다. 김 지사는 앞으로 무예마스터십에 들어간 예산과 인력, 공과를 분석해 도민들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무예마스터십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향후 김 지사가 세계무예마스터십과 함께 현재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의 싹을 실제 잘라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 25일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에 8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그간 충북도의 핵심사업이었던 여러 사업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 지사가 이 전 지사의 흔적지우기에 돌입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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