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쿼바디스(quo vad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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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쿼바디스(quo vadis)?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8.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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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변천과 미래의 모습 (1)

87년 민주화 이후 오히려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점증해왔습니다. 이런 정치불신의 한 가운데는 바로 정당제도가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정당과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의사와 이익을 대변하고 충족시켜 주기는커녕 당파에 따라 편을 갈라 개인적·집단적 이익을 추구하기에만 바쁘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 국회

 

정당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구미에서도 1960년대 반전·반핵·페미니즘·인종차별 반대·생태·동성애 등 새로운 사회운동이 등장하면서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였고, 21세기가 되면서는 인터넷과 SNS 등 새로운 미디어가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정당을 외면하는 이들도 증대하고 있습니다.

한때 정치의 핵심 기제로 평가받던 정당은, 태어난지 2백년도 되지 않아 총체적 실패와 위기에 처했다고 할 것입니다. 미래에도 현재의 정당 중심의 정치질서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살아남는다면 변화된 정치지형 속에서 도래할 새로운 정당의 모습은 어떠한 것이 될까요?

 

정치무대에 정당이 등장하다

 

우리 정당법은 정당을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정의합니다.

정당은 현대적 현상이지만, 사실 이와 유사한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바로 파벌(faction)’입니다. 고대 아테네의 과두파와 민주파로부터 프랑스혁명 때의 왕당파와 의회파와 같이, 특정한 정치세력이 집단(파벌)을 이루어 활동하며,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혹은 불법 쿠데타를 통하여 정치권력을 획득하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정치무대에 비공식적인 파벌을 대신하여 공식적인 정당(party)’이 등장한 것은 19세기가 시작되면서 입니다. 이때 처음 등장한 정당은 명망가 위주의 간부 정당(cadre party)’의 형태를 띠었습니다.

당시는 귀족과 부유층만이 선거·피선거권을 갖던 시대로 의원들은 사회 저명한 인사들에 한정되었고, 이들 한정된 의원들이 의회내에서 특정한 이슈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정당을 형성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의 정당은 의원들간의 느슨한 연합 수준에 불과하여 엄격한 중앙당 권위나 통제는 존재하지 않았고, 당원이나 지역구 조직이 존재하지 않아 의원·정당과 유권자들간 연계도 미약했습니다. 이후 정당은 여러 모습으로 진화되어 왔는데, 대체로 간부 정당 → 이념 / 대중 정당 → 포괄 정당 → 선거전문가 / 카르텔 정당 순으로 발전해왔다고 말합니다.

간부 정당체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 입니다. 산업화로 노동자들이 증대되고 이들에게도 선거·피선거권이 주어지자, 좌파들은 이들을 결집할 수 있는 정당을 설립하게 되고, 이에 대항하여 우파들도 종교 등을 명분으로 부유층·부르주아·자영업자·농민들을 규합하여 새로이 정당을 창당하거나 기존 정당을 쇄신하게 됩니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정당들을 대중 정당(mass party)’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것은, 독일의 사회민주당과 (카톨릭)중앙당, 영국의 노동당이 있습니다. 이들 대중 정당은 특정한 계급(이념)과 종교에 기반을 둔 노동조합·교회·상공인단체와 같은 사회집단에 지지를 호소했고, 선명한 이념과 정책·당원 중심의 당운영·엄격한 당규율·관료제적 조직·방대한 지구당 등을 특징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간부 → 대중 → 포괄 → 선거전문가와 카르텔 정당으로

 

1950년대 이르러 전후 경제성장으로 광범위하게 중산층이 형성되고, 포괄적 복지정책으로 그동안 정치대립의 중심축이었던 계급균열이 약화되자, 대중 정당은 포괄 정당(catch-all party)’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포괄 정당은 대중 정당과 달리 특정 계급이나 사회집단에 집착하지 않고, 광범위한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했습니다. 포괄 정당은 기본적으로 선거 승리와 집권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며, 계급과 이념의 중요성 감소·당원의 위상과 역할 감소·정당지도자나 공직후보자의 개인적 인물의 중요성 부각·정당간의 차별성 감소와 협력 가능성 증대·이익집단과의 연계 증대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정당 연구자들은 1950년대부터 등장한 포괄 정당 모델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포괄 정당의 성격이 여느 국가, 정당보다도 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포괄 정당은 1980년대 선거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미디어의 중요성 증대되면서, 몇가지 특징적 징후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유권자 지지 확대를 통한 선거 승리가 최우선 목표가 되다보니, 그와 관련된 정치적 전략과 홍보, 대중매체를 통한 상징 조작에 능숙한 교수·언론인·변호사 등 전문가의 위상이 증대되어, 포괄 정당은선거전문가 정당(electoral - professional party)’으로 진화합니다.

선거전문가 정당은 앞서의 포괄 정당의 여러 특징을 확대하고 강화합니다. 다만 포괄 정당과 마찬가지로 선거 승리를 위해 광범위하게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지만, 전문가와 대중매체,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현저히 증대되기에 오히려 정당의 유권자와의 직접적 연결 고리는 점점 느슨해 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현대 포괄 정당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카르텔 정당(cartel party)’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기성 정당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고 새로운 정당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치적 공모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기성 정당들이 공모하여, 자신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국고보조금을 독점하며 이의 증대를 꾀하고, 선거 패배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제한적 경쟁규칙을 도입하고, 환경이나 성 문제와 같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는 신규 정당을 막고자 진입장벽을 높이고, 나아가 인적·물적 교류를 통해 국가에 침투함으로써 국가 자원을 공유하는 국가와 정당의 공모로까지 발전한다는 것입니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정당은 기본적으로 시민사회를 대표하거나 대변하는 기능을 하는데, 카르텔 정당은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런 정당 본연의 의무를 내팽겨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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