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화되고 변칙적으로 바뀌는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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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화되고 변칙적으로 바뀌는 날씨
  • 배민기 충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장
  • 승인 2022.08.10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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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전 세계가 폭염으로 난리다. 매해 나오는 얘기지만, 올해는 특히 유럽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영국 런던 북부지역 기온이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363년만에 처음으로 섭씨 40.3도를 기록했다. 이는 7월 평균기온이 약 20도 남짓이었던 영국에서는 불가능할 거라 생각됐던 일이라고 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45도를 넘는 기록적 폭염에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 중심으로 사망자가 1,500여 명 넘게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 폭염과 동반된 건조한 날씨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여 프랑스는 약 27ha에 달하는 면적에 피해를 보고 약 14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스페인도 크고 작은 마을의 산불로 약 7ha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탈리아 북부는 폭염에 더해 7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농업용수로 활용되는 강의 수위가 평년보다 80% 가까이 줄어들었으며, 46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유례가 없던 4,515명의 온열질환자와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2018년 폭염과 높은 기온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도 넓은 1,800ha가 불에 탔고, 33명의 인명과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희생된 2020년 최악의 호주산불을 생각하면, 지구상 어디도 폭염으로 인한 안전지역은 없다고 생각된다.

최근의 우리나라 날씨의 특징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폭염이 찾아오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고, 또 기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최저기온과 최고기온의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올해 폭염주의보와 열대야가 6월부터 이미 시작됐으며, 역대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되었다. 역대 가장 덥다는 얘기는 해마다 들리는 얘기라 전혀 새롭지 않다. 역대급 기상 이벤트를 이제는 거의 매년 겪어온 셈이다.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일찍 끝나는 것이 아니라 7~8월 말까지 계속되니 더위에 고통받는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 셈이다.

둘째, 폭염일수, 열대야 일수,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도 폭염일수가 전국 최고 수준이며(7.26일 기준 13) 열대야 일수도 지난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한편,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던 말이 삼한사온(三寒四溫)이었다. 이는 경험적으로 겨울철이면 3일 춥고 4일간 포근한 날이 반복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포근한 기간이 자꾸 길어져 다시 추워지는데 15~20일 정도 걸린 적도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 겨울은 며칠만 견디면 춥지 않다. 폭염과 더불어 겨울철 평균기온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최고기온이 올라가면서 춥고 더운 온도차이가 더욱 커졌다. 같은 해는 아니지만 같은 지역 기준 2021년 한파의 최저기온과 2018년 폭염의 최고기온 차이가 약 60정도에 이를 정도로 온도변화의 폭이 커졌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기온이 추울 때는 아주 춥고 더울 때는 아주 더우며,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아예 오지 않다가 올 때는 단기간에 엄청 쏟아부으며 어디서 이런 일이 일어날지 종잡을 수도 없는 등 극단적이고 변칙적인 말썽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날씨 참 이상하다는 말이 일상화되어가고 있는 요즘이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덥거나 춥거나 많은 비가 와도 조금 불편할 뿐 실내에서 날씨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상관이 없을 일이다. 폭염의 경우, 그 고통은 대부분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떤 이유에서건 외부에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의 몫이다. 날씨로 인한 피해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이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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