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의 '무엇'] 파격적인 정책이냐 즉흥적인 실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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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의 '무엇'] 파격적인 정책이냐 즉흥적인 실험이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8.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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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편집부국장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지금까지 봐왔던 충북의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그는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의 정치 방향에 대해 속시원히 밝힌다.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고민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까발린다. 전직 지사가 벌인 업적에 대해 칭찬하면서도 모든 사업을 다 승계받을 수 없다며 선을 긋는다. 오송에 바이오, 오창에 2차전지 기업을 유치한 것에 대해서는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내지만 이 지사가 벌인 무예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이어갈 수 없다고 못 박는다.

이러한 솔직한 정치인이 충북 사회에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무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파격 행보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만큼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김 지사는 연임할 생각이 없는 거 아냐라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물론 그가 보여주고 하는 혁신은 충북도가 이대로 가다만 사라질 수밖에 없다라는 절박함에서 나온다. 실례로 충북 11개 시군 가운데 7개 시군이 행안부가 선정한 소멸지역에 포함됐다. 이대로 가다간 충북의 시군은 절반도 남지 않게 된다.

지금 그는 첫 번째 실험을 펼친다. ‘차없는 도청만들기다. 충북도청이 근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 공간이기에 이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선행조건이 공무원들의 차량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 이제 1200여명의 본청 공무원들은 자가 차량 대신에 셔틀버스나 택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단 이마저도 어려운 장애인, 임산부 등은 예외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도청에 차량을 걷어낸 뒤 지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은 정원에서 작은 음악회를 소소하게 열고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공무원들의 차량을 배제시키는 것이 탄소중립시대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으면 어떨까 싶다. 이는 올바른 조치이고, 환영받을만한 일이다. 하지만 도립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도청 공무원들의 차량을 배제시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도청은 하루아침에 미술관이 될 수 없다. 미술관은 미술관의 성격 및 규모를 갖추고 시작해도 성공할까 말까다. 능력있는 기획자도 필요하다. 그냥 기존의 공간에서 차량을 덜어낸다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금 도청은 업무공간마저 부족한 실정이지 않나. 행정을 너무 감상적으로 접근하지 말자. 정치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설득해도 될까 말까다. 행정은 실험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다른 어떠한 집단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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