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 돌보는 게 내 아이 위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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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아이 돌보는 게 내 아이 위한 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8.1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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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돌봄센터 운영하는 ‘슈퍼’학부모들
봉명동 일대 이주민과 한국 학생들 돌봐
​​​​​​​인근 봉명초 교장의 제안으로 돌봄 시작

청주행복교육지구-마을, 미래를 그리다 다사랑돌봄센터
올해 본지는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펼치고 있는 12곳의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봉명동 작은도서관 건물 1층엔 다사랑돌봄센터가 있다. ‘다사랑이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곳을 만든 이들은 이 지역 엄마들이다. 그것도 다둥이 엄마,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힘을 합쳐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절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세상에서 남의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사랑하는 이들이라니. 이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김미선 다사랑돌봄센터 대표는 사실 작년에 봉명초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진행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엔 부담도 되고 잘할지 의문도 들어 사양했죠라고 말했다.

첫해 그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에 아이들이 밟혔다. 지난해에는 자비를 들여 센터를 운영했다. 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행복교육지구 온마을 돌봄사업을 신청했다. 멈출 뻔했던 돌봄교실이 활력을 띠게 된 건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 덕분이었다.

김 대표를 도와 당시 봉명초 학부모회 임원들이 나섰다. 지금은 김은주 씨가 다사랑돌봄센터 사무국장, 방지연 씨가 팀장을 맡고 있다.

 

우리들이 꿈꾸는 세상

 

다사랑돌봄센터는 봉명초에 재학 중인 저학년 아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봉명초는 재학생 중 러시아 인근 지역에서 살다 온 아이들이 45%를 넘는다. 병설유치원은 러시아계 아이들이 70%를 넘었다. 그런만큼 다사랑돌봄센터는 한국아이들 10, 러시아계 아이들 10명을 받고 있다. 돌봄센터가 문을 여는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다.
 

김미선 다사랑돌봄센터 대표는 봉사가 익숙한 동네 일꾼이다.
김미선 다사랑돌봄센터 대표는 봉사가 익숙한 동네 일꾼이다.

 

김 대표는 한국아이들과 러시아계 아이들을 동수로 받기로 한 건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고 있죠. 아이들은 편견이 정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봉명동 토박이로 마당발이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지역봉사대, 학교운영위원회 등 각종 모임에 참여해 마을 일을 도왔다. 그의 이러한 성정때문일까. 이번엔 봉명동 주민자치센터, 봉명초 등 지역사회에서 다사랑돌봄센터에 대한 지원을 해줬다. 공간 리모델링부터 기자재 지원까지. 전기료 및 공과금은 시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공간을 만들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세세하게 공간을 기획하고 청소 및 물건을 채워놓은 건 엄마들의 몫이었다.

김 대표는 봉명동 작은도서관을 리모델링해서 지금처럼 시설을 갖추기까지 시간차가 있었어요. 그때는 주민센터 교실을 이용해 돌봄을 진행했죠라고 말했다.

 

소통의 공간, 봉명동 사랑방

 

다사랑돌봄센터의 열혈엄마들은 아침 9시에 나와 청소부터 한다. 방지연 팀장은 아침 4시에 일어나서 집안일을 다 해놓고 9시쯤 나와요. 돌봄센터는 12시부터 개방하지만 그 전에 이미 준비를 끝내놓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나마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있어서 아침부터 봉사하는 엄마들에게 최소한의 인건비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건비를 최저로 책정했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간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 달 인건비는 단 2만원이다. 방 팀장은 “2만원이 한 달에 한번 통장에 찍힐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요라며 웃었다.

국적을 떠나 이곳에서 아이들은 한마음이 된다. 아이들이 컵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국적을 떠나 이곳에서 아이들은 한마음이 된다. 아이들이 컵 쌓기 놀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사랑돌봄센터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고 말한다.

남의 아이들을 위해 복 짓는 일이잖아요. 그 복이 언젠가 내 아이에게도 올 것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면 순수하고 예뻐서 그만둘 수가 없어요. 만약 이곳이 없다면 이 여기 아이들은 갈 데가 없어요. 엄마 아빠가 새벽부터 일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점심을 비스킷 하나로 때우더라고요.”

다사랑돌봄센터의 강사들 또한 학부모들이다. 다사랑돌봄센터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기꺼이 강사로 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공예수업, 책 읽기, 요리교실, 숙제지도 등.

사실 러시아계 아이들이 많다보니 소통에 어려움도 있다. 지금 봉명초 4학년생인 리르코바 예와가 통역을 맡고 있다. 예와는 올해 이중언어 말하기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주민 엄마들, 한국 엄마들, 다사랑돌봄센터 운영진들이 함께 있는 채팅창에는 아이들의 활동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방지연 팀장은 여기서 통역사 역할을 맡는다. 간단한 러시아말을 배워 엄마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은주 사무국장은 시작은 김미선 대표에게 끌린 건데 일을 하다보니 이곳에서 행복감을 자주 느껴요. 아이가 장애가 있어 나중에 통합 센터를 운영하는 게 꿈인 데 전 지금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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