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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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의미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8.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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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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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은 모순되는 것들이 있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면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면서 한편으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란다. 물론 세상만사 절대적 진리는 없는 법이라지만 되새겨보면 어떤 것이 정답인지 궁금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교육정책이 1년마다 휙휙 바뀔 때 이를 비판하는 말로 흔히 쓴다. 한편으로는 교육도 수요자에 맞춰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역시 앞선 말과 비교하면 모순 같다. 전자는 한 번 정한 교육정책이 꾸준히 지속되길 바랄 때 인용하는데, 후자는 시대가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쩌면 너무 오래된 말이라 요즘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본래 이 말은 중국 제나라 재상 관중이 썼다고 알려진 <관자>라는 책의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을 심는 것은 종신지계(終身之計)”라는 구절에서 왔다. 종신지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100년짜리 계획이 아니라 평생 갈 계획이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는 제법 알려져 있지만, 뒷 구절까지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곡식은 한 번 심어서 한 번을 얻고, 나무는 한 번 심어 10배를 얻고, 사람은 한 번 심으면 100배를 얻는다.” 이 구절은 바로 앞 구절과 뉘앙스에 약간 차이가 있다. , 교육 계획이 100년을 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교육은 100배의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의미에 가깝다. 종신이 100년으로 바뀐 것은 이 100배에서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곡식이나 나무가 심어놓는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농부가 일년지계라는 곡식을 기를 때, 봄부터 일을 해서 가을에 겨우 빛을 본다, 십년지계라는 나무도 10년은 키워야 비로소 빛을 본다. 이 비유에 빗대면, 종신지계라는 인간은 결국 평생을 길러야 한다. 나는 <관자>의 이른바 백년지대계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평생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5세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이라는 학제 개편 안은 결국 교육부장관이 사임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입학 연령 하향의 표면적 이유는 사교육 차이를 줄이고 사회적 약자도 공교육을 일찍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지만, 저출생 고령화 시대의 대책의 일환으로 입학연령을 낮춰 빠르게 사회에 투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들이 있었다.

현재의 6-3-3 학제는 1951년 교육법 제정 이후 그대로다. 70년이 넘도록 계속 유지되어온 학제지만, 그간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 지적도 일리 있다.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에 맞춰 교육도 따라서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화를 학교교육만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현재 우리는 평생의 준비를 초중등교육 12년에 압축해서 배우고 있다. 정규교육과정 뿐 아니라 각종 범교과교육 법령들이 학교교육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많은 과정을 좀 더 일찍 경험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 차라리 학교는 기본에 충실하고, 다른 것들을 평생교육으로 보장하겠다는 제안은 어땠을까? 이번 학제 개편 안은 연령 하향이 가져다주는 교육적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섣부른 제안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 것인지 논해볼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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