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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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안으로 들어온 ‘돌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8.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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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행복교육지구 ③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
사천푸르지오 아파트 주민들 뭉쳐서 돌봄교실 진행해
동네 주민에서 선생님으로 변신, 아이들 만족도 높아

아파트 안은 비교적 안전하다. 신규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문제는 이를 잘 가꾸고 이용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사천푸르지오 아파트 입주민들은 올 한해 의미있는 모험을 시작했다. 먼저 이 아파트 관리소장인 임경빈 씨가 나섰다. 그는 입주민 중에서 사천초 돌봄교실을 신청해도 인원수 제한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수가 약 15~20명이라는 자료를 보게 됐어요. 우리 아파트에서 그 아이들을 수용해 돌봄교실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청주시와 청주교육청에서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하는 것을 알게 돼 신청했어요라고 말했다.

 

사진왼쪽부터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을 이끌고 있는 박지선 사무국장, 지은희 대표, 오정희 돌봄교사, 임경빈 관리소장.
사진왼쪽부터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을 이끌고 있는 박지선 사무국장, 지은희 대표, 오정희 돌봄교사, 임경빈 관리소장.

 

아파트 내 돌봄교실 

 

현재 청주시내 아파트 몇 곳이 아파트 내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다. 임경빈 소장은 먼저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뜻을 같이하는 입주민을 모았다. 정확히 7명이 안내문을 보고 모였다. 이후 돌봄교실을 운영하기 위해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공동체를 꾸리고 사업을 3월부터 진행했다.

지은희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 대표는 솔직히 처음 안내문을 봤을 땐 내 아이도 돌보기가 힘든데 남의 아이를 어찌 보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어요. 그러다가 맘이 바뀌어 한번 알아보자하고 왔다가 대표까지 맡게 됐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지선 씨는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건강과 육아 문제로 퇴직한 상태에요. 새로 일을 하자니 육아가 계속 걸리더라고요. 그러다 안내문을 봤고, 적은 시간이지만 봉사개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보였어요라고 말했다.

 

안내문을 보고 모여든 이들

 

60대인 오정희 씨는 안내문을 보고 봉사차원에서 참여해보자고 결심했죠. 어른들을 위한 봉사를 오랜 시간 해왔어요. 봉사는 어른들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젊은 엄마들과 나이 차 때문에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딸처럼 여기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정작 제 손주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봐주지 못했는데 아파트 안에서 손주 또래 아이들을 매일 보고 있네요라고 말했다.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다양한 체험 및 방과 후 수업을 받는다.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다양한 체험 및 방과 후 수업을 받는다.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들은 매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사천초 저학년 1학년부터 3학년 학생 12명이 이용 중이다. 처음엔 좀 우왕좌왕했지만 지금은 요일별로 프로그램이 가동중이다. 외부에서 오는 강의 프로그램도 많다. 논술, 요리, 미술, 창의과학, 코딩 공부 등.

박지선 씨는 아이가 4학년이라 돌봄교실엔 오지 못했는데 만약 둘째가 있으면 이곳에 꼭 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그램도 좋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까 더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배운 각종 놀이 수업이나 교육 방식을 집에 가서 적용해보기도 해요. 여러모로 저를 성장시켜 주는 공간이에요라고 강조했다.

돌봄교실에서 아이들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논다. 지은희 대표는 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것도 다시 보게 돼요. 만들기 교재의 경우 기성품은 너무 단조롭더라고요. 아이들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교재를 찾게 돼요. 제 아이 키울 때도 이렇게 못해 봤는데, 남의 아이를 돌보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사천행복마을공동돌봄교실은 지금 대기자가 넘쳐난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입주민들도 지금은 이들의 활동에 지지해주고 있다. 아이의 부모님들이 여름에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사들도 온 적도 많다.

오정희 씨는 아이들이 저를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아이들이 참 착해요. 물론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작은 마찰은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면서 즐겁게 생활해요. 이러한 공간이 아파트마다 생기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은희 대표는 다 처음 해 보는 거라 잘할 수 있을지 자기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모두 합심해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어요. 제 아이도 이곳에 보내는 데 만족도가 높아요. 이러한 공간이 계속해서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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