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대다수 떠나고 ‘공가’ 표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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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대다수 떠나고 ‘공가’ 표시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8.2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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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청주시외버스종합터미널 가경동으로 이전한 후 쇠락 가속화
몇 년 후에는 고층아파트 빽빽하게 들어서, 상전벽해 느껴질 듯

 

청주 사직1, 2동 전경
청주 사직1, 2동 전경

 

혼란스러운 청주시 사직동
사직3구역은 지금

 

사직동은 전국 도시에 다 있다. 사직동은 조선시대 도성에 설치된 사직단이 있는데서 유래됐다. 옛날 중국 주나라 예법을 적은 주례의 ‘고금기편’에 “왕이 새 도읍을 정할 때 왼편에 종묘, 오른편에 사직을 둔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조선도 이 원칙에 따라 궁의 오른쪽에 사직단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사(社)는 토지신, 직(稷)은 곡물신을 의미한다. 사직단은 토지신과 곡물신에게 제사 지내던 아주 중요한 곳이다. 조선은 농업국가라 봄에는 곡식의 파종, 가을에는 수확이 풍성하기를 비는 제례를 여기서 지낸 것이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그러나 청주시 사직동에서는 지금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사직1·2동과 인근 모충동에서 사직1~4구역과 사모1~2구역 재개발이 진행된다. 구역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붙인 이름. 한 때 이 동네가 청주시내의 대표적인 주택가로 이름을 날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6개 구역의 재개발 속도 또한 모두 달라 한 쪽은 주민들이 이주하고, 한 쪽은 사업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 형국이다. 주민들이 추진하다보니 구역별 일관성이 없어 요즘 사직1·2동 전체가 매우 혼란스럽다.

사직동은 어느 도시나 중심에 있다. 청주시 사직동은 무심천이 지척에 있고 문화·예술·체육시설 다수가 소재한다. 과거에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 1982년 9월 1일에는 1동과 2동으로 나뉘었다. 사직1동에는 서원구청, 서원보건소, 청주예술의전당, 체육관, 한벌초, 청주의료원 등의 공공기관이 있다. 그리고 사직2동에는 청주시립미술관, 충북교육도서관, 청주여중, 사직초 등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청주시내 외곽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자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 사직동도 아파트단지로 빠져나가는 주민들로 인해 인구감소와 노령화 현상이 심화됐다. 1997년 청주시외버스종합터미널이 가경동으로 이전하면서 이 현상은 더 가속화된다. 터미널 자리에는 두산위브더제니스아파트가 들어섰다. 터미널 전에는 이 곳에 뽕나무밭과 번데기공장인 ‘남한흥산’이 있었다고 한다. 이 터미널을 따라 사직1동에는 여관골목이 형성됐다. 다른 도시에도 역과 터미널 주변에는 숙소가 모여있다. 그러나 터미널이 이전하자 여관골목도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걸었다.

청주시는 지난 2007년 사직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사직동 전체에서 추진되는 재개발 정비사업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곳은 사직3구역이다. 사직3구역은 무심서로~사운로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해당된다. 단 사운로 쪽 큰 도로변의 상가와 사직1동 행정복지센터, 용화사, 서부교회 등은 재개발지역에서 제척됐다.

3구역은 현재 97.5%의 주민이 이주했다. 주민들의 이주가 시작되기 전 2021년 8월 기준 520가구였으나 지금은 13가구만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3구역 재개발조합은 이 곳에 현대·금호건설이 추진하는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의 아파트 2330세대를 건설한다. 오는 2025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사직3구역 골목 모습
사직3구역 골목 모습

 

“지금이라도 기록을 남기자”
 

사직3구역을 한 바퀴 돌아보니 적막감만 흐른다. 간혹 자동차와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 조용하기만 하다. 오가는 주민들도 거의 없다. 동네 주민들이 모여 얘기꽃을 피우던 경로당은 문을 닫았고, 찬거리를 팔던 슈퍼마켓은 간판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어린이놀이터의 그네와 미끄럼틀도 작동을 멈췄다. 철거하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주택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러자 사직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재개발사업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사직1동 한바퀴 주민편집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떠나는 사람들과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는 주제 아래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연화 사직1동 행정복지센터 행정민원팀장은 “지난해 사직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사라져갈 동네의 기록을 남기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이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와 여러 활동을 기획했다. 명사초청 강연, 선진지 견학, 마을 아카이빙 강연 및 실습, 마을기록 전시회 등이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이 동네에 살던 주민 20명을 인터뷰하고 사진찍는 일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일 주민자치위원장은 “추억이 많은 동네와 사람들의 기록을 남긴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올 11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고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오래된 동네가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없어지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재개발사업은 왜 대규모 고층아파트 건립으로 끝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재개발 한다고 해야 결국 사직동 전체에 고층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는 것이다. 살기좋던 사직동 주택가가 몇 년 후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뀌면 숨이 막힐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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