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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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8.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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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요즘 ‘심심한 사과’가 이슈다. 지난 20일 서울의 콘텐츠 전문 카페는 웹툰작가 사인회를 진행하며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런 공지문을 올렸다고 한다. “사인회 예약이 모두 완료 되었습니다.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여기서 심심은 한자로 甚深이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다.

그러자 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심심한’을 할 일 없어 지루하고 따분한 상태로 이해했다. 바로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니네 대응이 재밌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한 때 이 내용이 트위터를 달궜고 급기야 여러 언론이 보도했다. 그 끝에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문맹률이 무려 75%에 달한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OECD 조사가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해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글을 읽을 줄 아는 것과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은 별개다. 글을 읽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한자공부를 하지 않고 독서 또한 하지 않는 세태를 지적하고 싶다.

한문을 가르치는 청주의 이두희 선생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한자공부를 너무 안한다. 학교에서도 한문과목이 뒷전이니 아이들이 ‘안중근 의사는 무슨 과 의사냐’고 묻는 거 아니냐. 한자문화권 중 우리나라 아이들이 한자에 가장 약하다. 일본처럼 국한문 혼용을 했으면 안 그랬을텐데 너무 아쉽다”고 통탄했다. 한자를 모르니 안중근 의사(義士)를 의사(醫師)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우리국어의 70~80%는 한자로 돼있다. 그런데도 요즘 학교에서는 한자를 열심히 가르치지 않는다. 한자공부를 하려면 따로 해야 한다. 만일 제대로 가르친다면 ‘심심한 사과’ ‘안중근 의사’ 같은 어이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심심한 사과’ 관련 보도가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은 “전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가르치는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요즘 단어를 급속도로 줄여 말하는 습관과 영어·한글의 엉성한 조합, TV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어거지 단어도 문제다. 방송에 나온 이후 확산된 ‘애정하다’ 같은 어거지 단어가 숱하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불편하다. 아울러 책을 읽지 않는 풍토도 문해력 저하 현상을 불러온다. 휴일에 집 근처 도서관에 가보면 입시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고, 순수하게 책을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간혹 성인들도 오지만 어린이자료실에 아이 데리고 가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대학 졸업하면 더 이상 읽고 쓰고 배우는 것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다. 문해력 저하는 전세대에 걸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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