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가격 고공, 서민들 걱정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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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유가격 고공, 서민들 걱정 태산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08.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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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대책 없어…기름보일러 탱크 채우려면 약 167만원
충북 관내 한 주유소에 유류 판매 가격표가 선명하다. 맨 아래의 1700원이 등유 가격으로 1859원인 휘발유 가격과 별차이가 없다.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국내 유가의 고공 행진으로 산업계는 물론 생활고에도 많은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취약 계층과 서민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국제유가 상승이 멎고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유가가 다소 하락 국면인 상황에서 실내등유(석유) 가격에 대한 정부의 시선이 없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습하고 지상군을 투입하며 전면적으로 침공한 이후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했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유가도 치솟자 정부는 일부 세금 감면을 통해 다소의 인하 효과를 이끌었다. 그러나 혜택을 받은 휘발유 및 경유와 달리 서민 등 취약계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등유에 대해 정부는 외면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전쟁 전 수준으로 하락하자 국내유가도 점차 하락 국면을 맞은 듯하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운송업계를 비롯한 산업계에 대한 대책은 이구동성으로 촉구돼 유류세 감면 혜택과 보조금을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들어서면서 도시가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농촌지역 등 기름보일러를 이용하는 서민층과 소위 말통 배달을 통해 석유난로를 이용해야 하는 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음성군 음성읍 농촌에 거주하는 A씨(71세)는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서 새벽녘에는 잠깐이나 보일러를 돌려야 하는데 기름이 없어서 못하고 있다”면서 “기름(등유)값이 너무 비싸서 배달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1년 전쯤에 다섯드럼(1000ℓ) 기름탱크를 채우는 데 90만원이 들었는데 지금은 따져보니까 165만원도 더 드는 것 같다”면서 “기름값이 더 떨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왜 우리 같은 서민들이 쓰는 석유값에는 세금을 깍아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이것으로도 겨울 못나”

감곡면에 사는 B씨(65세) 또한 “보일러 기름을 채워놔야 하는데 떨어질지 오를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다”면서 “금방 추워질 텐데 걱정이야”라고 근심을 드러냈다. 특히 B씨는 별도로 거주하는 부모님 댁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그는 “석유값이 오르면 어르신들은 아예 기름값 많이 들어간다고 보일러를 틀지를 않는다”고 전하면서 “장작보일러를 놔야할 지 펠릿보일러를 설치해야할 지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하우스 농사와 농산물 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걱정이 크다”면서 “정부가 취약 계층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농가주택은 대개가 방한에 취약해 보일러 가동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며 “다섯드럼짜리 탱크를 채워도 겨울을 나지 못하고 2월 중순께는 추가로 채워야 한다”고 농촌의 실상을 전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 가격 동향을 통해 살펴보면 이들 서민의 목소리가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 확인된다. 충북지역의 등유 평균 판매가격 변동 추이를 분기별로 분석하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도표 참조) 2019년 4/4분기부터 올해 현재 3/4분기까지 가격을 보면 ℓ당 959.88원에서 1672.72원으로 크게 변동됐다. 중간에 2020년 4/4분기에는 784.09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차츰 오르면서 올해 1/4분기 때는 1202.76원에 달했다. 그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3/4분기 현재 1672.72원까지 오른 것이다.

위에서 A씨가 밝힌 가격을 역산해 보면 90만원의 경우 ℓ당 900원, 165만의 경우 ℓ당 1650원의 결과가 나온다. 지난해 3/4분기 음성군 내 평균 판매가격 917.92원, 올해 3/4분기 평균 판매가격 1672.72원을 대입하면 엄살이 아닌 실제적인 등유가격으로 파악된다. 평균가격으로 볼 때 A씨가 계산한 것보다 오히려 ℓ당 17.92원 및 22.72원을 더 지불해야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는 게 실상이다.

단양소백농협, 일부 할인

이런 가운데 정부의 등유가격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농협이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해 영농비 절감을 위해 면세유 등유가격을 내려서 판매하고 있어 고마움을 사고 있다.

단양군의 단양소백농협(조합장 이기열)은 농산물 건조용 면세유를 9월 10일까지 할인판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백농협은 “실내등유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급등해 농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이에 8월 10일부터 1개월 동안 실내등유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은 고추 건조에 등유를 사용하는 농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년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6년기준 에너지총조사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저소득층에서 등유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확연하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등유 소비 비중이 18.8%에 달한다. 반면 500만원 이상∼600만원 미만 가구는 1.8%에 그쳤다. 주택 형태별로 살펴보면 단독주택 가구는 26.5%, 아파트 가구는 0.5%로 각각 나타났다. 도시가스 소비 비중은 단독주택 26.8%, 아파트 58.0%, 연립주택 69.9%, 다세대주택 72.4%, 상가주택 49.7%를 각각 차지했다. 결국 저소득층과 단독주택은 도시가스가 아닌 등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결과다.

따라서 정부가 아니면 자치단체 차원에서라도 등유를 이용하는 취약계층에 대한 조속한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서민층에 대한 국회 등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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