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옛 남주동,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어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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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옛 남주동,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어수선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9.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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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3개 구역 중 5개 조합설립, 고층아파트 건설 추진 중
중앙동은 상권활성화 성공, 카페·음식점·술집·옷가게 모여 인기

 

옛 청주시 남주동 거리
청주시 옛 남주동 거리

 

지금 청주시 원도심의 모습
옛 남주동과 중앙동

 

과거에 청주시 남주동이라고 불렸던 곳은 가구점골목을 끼고 있는 오래된 동네다. 현재는 성안동으로 통합됐다. 육거리시장과 혼수거리가 지척에 있다. 지금도 육거리시장은 전국적인 전통시장으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으나 혼수거리와 가구점골목은 예전같지 않다. 가구점골목은 한 때 청주시내 가구 도매시장 역할을 하며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청주시 현도면에 청원가구마을이 들어서면서 쇠퇴했다. 한복과 이불, 그릇 등을 판매하는 혼수거리는 달라진 문화에 밀려 자연스레 침체됐다.

이 일대에서는 현재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모두 1~13구역까지 있다.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노후·불량주택이 밀집된 구역에서 기반시설이나 가로망을 유지한 채 1만㎡ 미만으로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미니재개발이라고도 부른다.

이 사업은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다. 그런데 정부가 2018년 각종 사업절차를 간소화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적용받는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따른다. 그래서 기본계획수립, 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등의 단계를 생략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됐다.
 

무심천변에 38층 고층아파트 빽빽
 

더욱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처럼 고층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쪽으로 간다. 이 곳에서는 이미 13개 구역 중 5개가 조합설립을 했고 청주시 건축·경관·교통 공동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을 받았다. 현재 남주8-남주1-남주2-남문로1-남주9구역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지하 4~5층, 지상 38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때문에 미니재개발이라고 보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 청주시가 원도심 경관지구를 지정하고 고도를 제한했기 때문에 현재는 주춤한 상태지만 만일 경관지구가 해제되면 이 동네도 고층아파트단지로 확 바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육거리시장 부근의 무심천변을 따라 38층에 달하는 고층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이 또한 도심 경관을 해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청주시의 옛 남주동 일대를 한 바퀴 돌아보니 매우 낙후돼 있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때문에 개발된다는 소문이 돌자 건물이나 집을 수리하지 않아 환경은 점점 열악해져가고 있다. 한마디로 동네 전체가 어수선했다. 한 쪽에는 주민들이 놓고 간 듯한 쓰레기더미도 쌓여 있었다. 가구점골목에 들어서니 일부 점포는 닫혀 있었다. 금요일 오후였으나 손님이 없어 거리는 한산했고 많은 상점에 ‘할인’ 문구가 붙어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나는 이 동네에서 더 오래 살고 싶지만 개발에 밀려 이사를 가야 한다. 세입자들은 개발을 원치 않고, 집주인은 원하는 분위기다. 개발업자들이 와서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좋아질 것처럼 말을 하니 그런 것 같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면 왜 모두 고층아파트를 짓는지 이해가 안된다. 우리 동네에 맞는 개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개발을 해도 언제 아파트가 들어올지 모른다. 부지하세월이다. 이렇게 지저분한 상태로 몇 년을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분위가 크게 달라진 청주시 중앙동 거리
분위가 크게 달라진 청주시 중앙동 거리

 

중앙동 일부 구간 ‘환골탈태’
 

이에 반해 청주시 중앙동은 원도심 공동화를 이기고 사람이 모이는 거리로 재탄생했다. 그래서 타 지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중앙시장과 중앙극장 등이 있던 중앙동은 한 때 청주지역의 대표 상권이었다. 하지만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자 쇠퇴의 길을 걸었다. 상가 공실률이 50%를 넘어선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자 주민들은 2013년 중앙동 도시재생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살 길을 모색했다. 이 때 충북대 도시공학과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다.

반영운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006년부터 학생들과 중앙동 현장조사를 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청주시 공무원들과 함께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을 신청하고 사업비를 확보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중앙동 상인들과 소나무길을 만들었다. 지금은 빈 점포가 사라지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거리가 돼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주시와 상인, 전문가들은 2006년부터 소나무길을 차없는 거리로 바꾸고 청소년광장과 옛 청주역사를 재현했다. 또 중앙동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으로 확보한 국비와 시비를 들여 가로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이렇게 되자 중앙동 일부 구간에는 걷고 싶은 거리가 만들어졌다.

지금 중앙동의 골목 골목에는 예쁜 카페, 음식점, 옷가게, 술집, 빵집 등이 들어섰다. 몇 년 전부터 유동인구도 늘었다. 일부 음식점들은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청주 중앙동 맛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맛집이 줄줄이 나온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청주시 중앙동 거리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청주시 중앙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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