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이웃, 아이들을 함께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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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이웃, 아이들을 함께 키우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09.0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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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낙영로 12번길 사람들, 매주 토요일 골목학교 열다
빵집 사장, 전직 전기전문가 등이 마을 교사로 나서 수업
공작플러스 신수정 대표, 이웃과 즐거운 연대 이끌어 내

청주행복교육지구 4 공작플러스
 

청주시 상당구 낙영로 12번길 3번지엔 친절한 이웃들이 산다. 점심시간엔 같이 모여 먹을 것을 나누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기꺼이 서로 손을 내민다. 골목의 상인들과 아이들, 그리고 예술가가 만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 공동체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를 조건없이 돕는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구심점이 있다. 3년 전 이곳에 금속공예작가인 신수정 씨가 터를 잡는다. 신 씨는 집 근처에 공방을 얻기 위해 이곳을 처음 봤어요. 그때는 동네 어디에나 있는 오래된 방앗간이었어요. 아직도 간판은 안 뗐는데, 방앗간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자주 들락날락해요(웃음)”라고 말했다.

 

낙영로 마을 교사인 박철홍, 신수정, 안종근 씨. 신수정 씨의 작업실인 공작플러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작플러스는 마을 사랑방이다.

 

마을 방앗간이 돼다

 

그는 하는 일이 많다. 8년 전 공예가들이 모여 좀 더 새로운 공예수업을 만들기 위해 공작플러스를 만들었다. 이후 학교예술강사, 나전칠기, 금속공예 작가로 활동했지만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차 우연히 낙영로에 작업실을 얻게 됐고, 이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 동네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 아니에요. 가게를 내고 난 뒤 동네 분들이 한 두명씩 와서 관심을 보였어요. 도대체 뭐 먹고 사느냐고 걱정해주는 이웃부터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하라는 분들까지. 처음엔 이러한 호의가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했죠.”

그는 친절한 이웃들과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진짜 살아있는 문화예술교육을 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동네에 훌륭한 자원이 많았다. 신 씨는 청주행복교육지구의 마을속특색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공작플러스 ‘골목학교 낙영~SCHOOL’ 목공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모습.
공작플러스 ‘골목학교 낙영~SCHOOL’ 목공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모습.

 

공작플러스는 골목학교 낙영~SCHOOL’이란 주제로 목공작업실 프로그램을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개최한다. ‘행복한 날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박철홍 씨는 아이들과 빵 만들기 수업을 하고, 전기업에 종사했던 안종근 씨는 퇴직 후 이곳에서 아이들과 목공수업을 한다. 신 씨는 아이들과 버닝 예술가 체험, 업싸이클 유리공예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박 씨는 서울에서 요양차 내려오게 됐어요. 아이들과 좀 더 길게 수업하지 못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다 만들고 난 뒤 즐겁게 문을 열고 나가면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안 씨는 강사를 못 구해 쩔쩔맸다는 얘기를 후에 들었어요. 십 수 년전 오창에 공장들 지을 때 내려오게 됐어요. 퇴직 후 재능을 이렇게 아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좋죠라고 말했다.

신 씨는 강사비를 얼마 드리지 못하는데 정말 봉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수업을 해주세요. 모든 수업에서 기성품을 쓰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많은 연구가 필요한 데 그 과정 자체를 모두 즐겨요라고 말했다.
 

정을 나누다

 

가령 신 씨는 폐유리를 활용해 모빌을 만드는 수업을 하고 있다. 폐유리들은 모두 동네 분들이 가져다 준 것이다. 그는 낙영로엔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들뿐만 아니라 마을 회원들이 8명 있어요. 이들은 정말 필요한 게 있다면 다 구해다 주세요. 공예 재료부터 먹을거리까지 어떻게든 나누려고 하는 분들이죠라고 자랑했다.

인터뷰 하는 사이 동네 할머니는 보리밥을 했다며 놓고 갔다. 매주 수요일 12시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작플러스에 모여서 같이 점심을 먹는다. 각자 먹을 것을 가져온다. 이른바 이 프로그램은 낙영전이다. 처음에는 모여서 전을 부쳐먹자고 했는데 일이 점점 켜져 모인 이들이 먹고 난 뒤 이웃에게 또 나눠주기도 한다고.

신 씨는 마을 사람들을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마을의 고등학생들도 지난주부터 봉사활동을 오기 시작했어요. 또 기획 및 영상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공작플러스 이야기를 듣고 함께 도와주고 있어요. 연대가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공작플러스 프로그램에는 매회 다른 아이들이 온다. 그는 고정된 사람들이 회원처럼 와서 프로그램을 받는 게 아니라 정말 매회 다른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요. 청주시내로 범위를 넓히니까 용암동 지역 아이들이 수업을 못 받아서 할당제를 두기도 했어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하는 데 5분이면 마감이 돼요.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요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착한 이웃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를 끌어내고 가꿀 사람들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행복교육지구 프로그램은 이웃과 예술가, 아이와 어른을 하나로 묶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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