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에 ‘사회주의’이상이 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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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에 ‘사회주의’이상이 등장하다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9.07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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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읽기 (1)

이상주의 vs 현실주의, 이는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시작된 정치()의 근본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각각 대표하는 위대한 정치고전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1513년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완성하고(출간된 것은 1532), 그로부터 3년 뒤 영국의 모어(Thomas More, 14781535)가 이상적인 섬나라 이야기를 담은 유토피아(Utopia)를 출간했습니다. 이 둘에 의한 마키아벨리즘유토피아는 그 이후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모어는 보수적 카톨릭에서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존경받는 보기 드문 인물입니다. 그는 사후 4백 년이 지난 1935년 카톨릭 성자(聖者)로 추존되었고, 한때 마르크스주의 교황으로 불리던 카우츠키는 그를 사회주의 선구자로 칭송했습니다. 실제 모어는 하원의장과 대법관까지 승승장구했으나, 누구보다도 검소하고 경건한 생활을 했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정과 정의에 대한 충심도 깊었고, 반역죄로 사형을 당하면서까지 자신의 소신을 지켰고, 사형집행관에게 힘을 내시게, 다만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시게라고 말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습니다.

 

유토피아? 어디에서도 없는 곳!

 

유토피아(Utopia)’는 모어 스스로가 만든 단어입니다. 그리스어로 없다‘ou’장소라는 ‘topos’를 합친 것으로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유토피아2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은 가상의 섬인 유토피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가상의 여행가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Raphael Hythlodaeus)와 당대 유럽 현실을 비판하는 대화를, 2편은 그가 전하는 당대 유럽과 전혀 다른 유토피아인들의 생활상과 정신세계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토마스 모어
토마스 모어

 

당시 유럽에서는 사소한 절도죄를 범한 빈민들마저 교수형에 처했는데, 그럼에도 절도 범죄가 줄지 않았습니다. 이에 라파엘은 빈민들의 절도에 대한 형벌이 지나치게 가혹할뿐더러, 그럼에도 절도범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적 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과 병폐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종국에는 사유재산제도 자체를 폐지해야만 범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서민들에게 우호적이고 공정의 정신에 충만한 모어라도 이에 동의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어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이기심의 자극과 사유재산의 보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합니다. 모어의 반박이 우리의 상식입니다. 우리는 사유재산제도 그 자체가 폐지된 사회를 상상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사회로만 상상할 뿐입니다. 이에 대하여 라파엘은 당신이 그런 관념을 지닌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당신 마음에 그런 나라에 대한 아무런 상()도 지닌 게 없거나 아니면 그릇된 상만 지니고 있으니까라고 말하며, 그는 사유재산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사회를 이룩한 유토피아 섬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가상의 섬 유토피아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은 신분상 차이가 없이 사회적·정치적으로 평등한 지위를 가졌습니다. 공직자는 시민에 의해서 선출되고 임기는 1년입니다. 최고 통치자는 공직자에 의하여 간접 선출되는데, 종신직이지만 의례적일 뿐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각 도시에서 선출된 3명씩의 원로들로 구성된 원로원에서 정치를 수행합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위 간단한 언급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유토피아는 민주적이지만 다분히 봉건적(가부장적) 색채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대 유럽이 엄격한 신분상의 차별이 있고 군주와 귀족들이 지배하던 시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도 유토피아의 구상은 획기적입니다.

 

소유와 착취가 없는, 그러나 너무나도 풍요롭고 행복한

 

더욱 획기적인 것은 그 섬의 경제체제입니다. 그곳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완벽한 사회주의를 실현했습니다. 모든 토지, 학교, 식당, 병원은 공동으로 소유 관리합니다. 모든 시민들은 각자의 적성에 맞는 생업이 있는데, 모두들 16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 오락, 예술로 보냅니다.

이는 아무도 하나의 배타적인 활동 영역을 갖지 않으며 모든 이들이 그가 원하는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은 이 일을 내일은 저 일을 하는 것, 아침에는 사냥하고 오후에는 낚시하고 저녁에는 소를 치며 저녁식사 후에는 비평가 되는사회주의 세계에 대한 마르크스의 묘사를 연상케 합니다. 유토피아에서는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자(착취자)가 없어 6시간 노동만으로도 필요한 생필품 모두를 생산할 수 있고 각 가정은 모든 물품을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습니다. 라파엘은 이러한 유토피아의 사회주의적 정의관에 빗대어 당대 유럽의 현실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현재의 우리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귀족이나 대금업자, 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데, 한편에서는 노동자, 마부, 목수, 농부는 짐을 나르는 짐승들조차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을 계속하는데, 이게 무슨 놈의 정의인가?(오히려) 짐승들은 장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일꾼들은 지금 보수도 소득도 없이 죽도록 일할 뿐만 아니라, 늙어서 무일푼이 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질 지경이다.더 나쁜 것은, 부자들이 몇 푼 안 되는 그들의 품삯의 일부를 날마다 뜯어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속임수뿐만 아니라, 공적인 법의 힘으로 그러는 거다.이런 잘못된 처사를 이제 정의라고 왜곡해 놓았다.(그러나) 이들 탐욕스럽고 간악한 자들은 모든 국민이 쓰기에도 충분한 물품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지고도, 돈뿐만 아니라 돈에 대한 탐욕까지도 없앤 유토피아 공화국에서 누리고 있는 것과 같은 행복은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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