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에 ‘사회주의’이상이 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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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에 ‘사회주의’이상이 등장하다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09.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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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읽기 (2)

 

전회에서 : 토머스 모어가 그리는 이상사회인 유토피아는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소유와 착취가 없지만, 모든 것이 풍요롭고 모든 이들이 행복합니다.

 

유토피아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그들의 의식과 문화는 오히려 너무나 소박하고 경건합니다. 모두가 검소해 1년 내내 허름한 망토 1벌로 만족하고, 술집도 사창가도 없고, 귀금속에 가치를 전혀 부여하지 않고, 모두 정직하기에 조작과 왜곡을 일삼는 변호사도 없습니다. 그러면서 라파엘은 지혜나 덕성은 팽개치고, 육체적 쾌락과 물질적 화려함에만 빠져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가 한탄합니다. 유토피아인들의 이런 삶의 철학은, 서구 문명인들을 상대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시애틀(Seattle) 추장과 월든 호숫가의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를 연상케 합니다.

 

유토피아섬 삽화

 

자연의 섭리는 우리가 그것 없이는 살기 어려운 그런 기능을 금은에 부여하지 않았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단지 그것이 드물다고 값진 것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너그럽고 한량없는 어머니와 같은 자연의 섭리는 공기, , 땅과 같은 자신의 최상을 선물을 외부에 드러내놓고 쓸모없고 무익한 것들은 눈에 띄지 않는 먼 곳에 감추어 둔 것이다.유토피아인들은 요강이나 그 밖의 아주 천한 기물들은 모두 금은으로 만든다. 또한 노예들을 묶는 사슬과 족쇄 그리고 범죄자들을 표시하기 위하여 금으로 만든 가락지와 사슬 등을 채운다.그들은 별 또는 태양까지 바라볼 수 있는 처지에 조그마한 보석 따위의 돌이 시원찮게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을까 의아해한다.

실제로 어디에 쓸 목적도 없이 다만 바라보고만 있기 위해 돈을 쌓아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요?금을 감추어 놓고는 다시 쓰지도 않고 아마 다시 보지도 않는 그런 사람들에 대하여 무어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들은 그걸 잃지 않으려고 마음 졸이고 있는 가운데, 실은 그걸 잃어버리고 있는 거지요. 왜냐하면 그걸 땅속에 감추어둠으로써 자기 자신도 못 쓰고 다른 사람들도 못쓰게 한다면, 그건 잃어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보물을 감추고 나면 마치 모든 근심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좋아 죽을 듯합니다. 누군가가 그걸 훔쳐 갔는데, 훔쳐 간 줄도 모르고 십 년 후에 죽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십 년 동안, 그 돈이 도둑맞았다거나 그대로 있거나, 그것이 그 사람에게 무슨 상관이 있었습니까?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로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들은 종교에도 관대합니다. 그들은 기독교와 같은 유일신 관념이 없이, 대체로 영혼은 불멸하고 이승에서의 선악의 행동에 따라 내세에서 보상과 처벌을 받는 종교 관념을 갖고 있었고, 다른 종교라도(비록 기독교라도) 그것이 조용하고 온건하고 이성적 방식에 따르기만 하면 관대하게 대우했습니다. 놀랍게도 모어가 말하는, 유토피아인들과 같은 종교적 자유와 관용의 정신은 그로부터 12세기가 지난 후에나 유럽에서 인정되고 보편화된 것입니다. ≪유토피아≫에는 이외에도 사형제도 반대(대신 노예로 속죄케 함), 불치병 환자의 안락사, 전쟁에서의 인도주의 원칙, 동물 학대 반대 등 현대에 이르러서야 논의되고 인정된 여러 진보적인 사고의 단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 반해, 거주이전 자유 제한, 성적 자유 제한, 노예와 용병제 인정, 가부장적 가정 운영 등 모어 자신의 전근대적 인식의 한계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가 없는 이유? 우리의 상상력 부족 때문!

 

장애를 이겨낸 헬렌 켈러,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현대미술의 거장 피카소, 흑인인권 운동가 마르틴 루터 킹, 프랑스의 국민배우 이브 몽땅, 영국의 세계적 가수 존 레넌…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리 교과서들은 말하지 않지만, 이들은 모두 사회주의의 열렬한 신봉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든 차별과 억압에서 해방되어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한 사회주의 사회가 모든 인류의 이상이자 미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사유재산제도가 폐지된 사회주의 세상은, 터무니없는 몽상이거나 종북(從北)과 같은 위험한 생각일 뿐입니다. 어쩌면 이는 우리의 편견이나 강박관념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라파엘이 그런 나라에 대한 아무런 상도 지닌 게 없거나 아니면 그릇된 상만 지니고 있으니까라고 한 것처럼.

 

우리 인류는 5백년 전까지만 해도 왕과 귀족이 없는 세상을, 3백년 전까지만 해도 노예가 없는 세상을, 1백년 전까지만 해도 국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4백년 전까지만 해도 흑인·인디언·여성은 말하는 짐승에 불과하다고, 2백년 전까지만 해도 노동자와 빈민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면 세상은 무지와 약탈로 가득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왕·귀족·노예·국가가 없어져도, 흑인·인디언·여성·노동자·빈민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도, 세상이 파멸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기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더욱 정의롭고 풍요로워졌습니다. 사유재산제도 폐지와 사회주의 세상이라는 것도 어쩌면 바로 그와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편견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상상에서 시작됩니다.

 

천국도 없고,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상상해 봐요. 노력해보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오늘 하루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해 봐요 / 국가라는 경계도 없다고 상상해 봐요. 어렵지 않아요. 서로 죽이지도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해 봐요 / 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봐요. 당신이 상상할 수 있을까요. 탐욕을 부릴 필요도 없고, 굶주릴 필요도 없고, 인류애가 넘쳐나요.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상상해 봐요 / 날 몽상가라고 부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같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세상을 생각할 거예요. -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노랫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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