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자치단체장에게 주어지는 시간 4년은 그리 길지 않다. 현안 파악하고 계획 세우고 일 좀 하려고 하면 끝난다는 얘기가 있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취임한 지 아직 3개월이 안됐다. 3개월은 짧지만 4년도 금방 간다는 점에서 지금 여유가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청주시에서는 청주시청사건립, 원도심 고도제한, 우암산 둘레길 조성, 중앙공원 역사공원화 사업, 방서동 알코올전문병원 건립과 관련한 현안들이 분출했다.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아마 앞으로는 이런 일 외에 숨어있는 사안들까지 터져나올 것이다. 사실 인구 86만명의 청주시는 조용할 날이 없다. 충북의 도청소재지이며 충북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청주시에는 현안이 많고 그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검토중’ ‘생각중’인 현안이 많아 시민들을 다소 답답하게 만든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청주시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다. 박승찬(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시장님은 예비후보와 당선인 신분일 때 방서동 알코올 전문병원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혔다. 취임 후에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7회에 걸쳐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취임 후에는 이에 대해 한 번도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시장은 “그동안 담당부서 직원들과 수차례 회의를 하고 다각도로 검토했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건축주와 주민들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 찾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청주시는 알코올 전문병원 사용승인을 안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병원을 매입할 의사도 없다. 그리고 새로운 대안도 아직 없다. 주민들은 아이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병원 준공이 12월이다. 주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하루빨리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런가하면 이영신(민주당·오창읍) 의원은 같은 날 중앙공원 역사공원화 문제에 대해 정확한 의사를 물었다. 그는 “이 사업을 중지시킨건지, 취소시킨건지 답변이 너무 애매하다”고 말하자 이 시장은 “보류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한 대책, 방안이 확정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검토중’ 같은 모호한 대답이 계속되자 이 의원은 “이 사업에 대해 의지는 있느냐”고 잘라 물었다. 그러자 이 시장은 “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다그치자 ‘그렇다’고 한 것인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원도심 고도제한 문제도 ‘원도심 고도제한 TF’가 8월 23일 주민설명회에서 고도제한 해제를 약속한 뒤로는 추진된 게 없다. 이 때의 주민설명회는 청주시가 할 일을 TF에게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청주시 공무원들은 이 시장에게 주요 사업을 보고하고 의견을 구하러 가지만 종종 답을 듣지 못한다고 말한다. 시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결재를 미룬다는 것이다. 파도는 밀려오는데 언제까지 생각만 하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