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올려치기 문화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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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올려치기 문화의 단면
  • 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 승인 2022.09.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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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청주 서원고 교사
김승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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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학의 커뮤니티사이트에서 대한민국을 망친 최악의 문화라는 글이 인기를 끌었다. 결혼, 학벌, 취업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 평균치가 있는데 그보다 훨씬 상회한 위치를 평균이라고 주장하는 현상 때문에 눈만 높아지고 현실을 부정적으로 파악한다는 주장이다. 글쓴이는 이를 평균 올려치기라고 불렀다.

이 평균 올려치기는 일종의 생존자 편향과도 같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전투기 강화를 위해 전장에서 돌아온 전투기들의 외상을 분석하여 주요 취약점들을 보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분석 결과 비행기의 외상 대부분이 날개 및 꼬리에 집중되어있었다. 미군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부분을 강화하자는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날개와 꼬리가 파손되는 전투기는 살아서 돌아오지만, 엔진이나 조종석 등이 파손되면 전투기가 귀환조차 못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렇듯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케이스만을 바탕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을 생존자 편향이라고 한다.

비슷한 사례를 과거로 거슬러 가면, ‘엄친아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의 약자인 엄친아는 외모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엄마들이 아들을 혼낼 때 엄마 친구 아들은 1등이라더라”, “엄마 친구 아들은 대기업 다닌다더라라는 식의 표현을 하던 것들이 단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왜 엄마 친구 아들은 항상 능력이 뛰어날까? 엄마들의 대화에서 자랑할 사례들만 공유되기 때문이다. 자랑하지 못할 사례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니 공유되기 힘들다. 결국 평균은 높아지고 나는 주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핵심은 실제로 평균이 상향화되었는가가 아니다. 실제와 상관없이 평균을 상향화시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출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는 아이를 낳으면 악기 하나 다루고 운동 한 두 개 배우고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 같은 곳을 보내고 싶다며 이것이 자기가 생각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말했다. 친구의 이 말은 앞선 맥락보다 좀 더 나아갔다고 느꼈다. 앞서는 인식에서 평균의 상향을 얘기했다면 이러한 사고는 인식에서 최저의 상향으로 넘어간 것이다. , 이것이 최소한이라는 것은 이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식들은 결국 우리나라의 출생률이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국평오라는 말이 있다. 국민평균은 5등급이라는 뜻으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중이 전반적으로 우매하다는 비하 용어라고 한다. 그러나 5등급이 평균인 것은 세상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마치 IQ의 평균이 100인 것과 마찬가지다. 평균 점수가 올라가면 5등급의 위치는 올라가겠지만, 그렇다고 평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이 당연한 사실이 우매하다는 개념과 연결되는 것은 역시 실제 평균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실제 평균인 5등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평균을 계속해서 상향화해서 인식하는 것이 국평오의 실제 맥락이다.

친구의 얘기와 국평오의 맥락은 그런 점에서 하나로 묶일 수 있다. 실제 평균을 무시하고, 평균 이하의 것에 눈을 감고 보지 않는다. 이렇게 다수는 소외되고 상위 일부의 사례들이 과대표되어 실제 문제가 왜곡된다. 수십억대 부동산의 등락을 매일 얘기하는 뉴스들이 그 예다. 다수의 시민들은 손도 대지 못할 곳에 대한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된다. 언론이 더 낮은 곳을 보도하길 바란다. 우리의 평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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