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시 활성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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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택시 활성화 아직 멀었다
  • 윤상훈 기자
  • 승인 2022.09.28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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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스트레스에 배터리 교환비용까지…기사들 만족도는 바닥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전기택시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택시 기사들의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의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전기택시 보급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택시 기사들의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의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 정책과 맞물려 전기택시가 급증하는 추세이지만, 정작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기피 차종으로 외면받고 있다.

최근 전기택시를 구매한 개인택시 기사 김주영 씨(가명)는 반복되는 충전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김 씨는 심야에 택시 영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최소 20~30분 이상은 빈 충전장치를 찾아 배회한다. 유휴 충전기가 없는 날에는 빈 자리를 찾을 때까지 집과 주차장을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씨는 차량 보조금 등 혜택만 믿고 성급히 전기차를 구매한 것을 후회할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제조사들의 전기차 사양 안내문에 따르면 일반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완전충전까지 9~12시간이 걸린다. 급속 충전기라고 해도 완충까지는 30~50분은 잡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전기차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아파트단지마다 충전기를 늘리는 등 정책적 배려를 하고 있지만, 1~2년 사이에 급증한 전기차의 충전 수요를 고려하면 오히려 부족하다는 게 전기택시 기사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제천시의 경우 지난 2018년에는 31대에 불과하던 전기차 등록대수가 201975, 202084, 2021527대로 급증했다. 택시의 경우에도 전체 609대 중 전기차는 89대에 달해 3년 전보다 775대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전기는 2021274대로 그쳤다.

특히 1일 주행 거리가 220(개인)~440(법인)로 일반 승용차의 5~10배에 달하는 택시의 경우 완충을 해도 하루 정도밖에 운행을 하지 못하다 보니,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 정도만 충전하면 되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충전에 따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씨는 일반인들이야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필요한 만큼만 충전하고 운행해도 되지만, 영업용 택시는 귀가 후 취침 시간에 완충을 하지 않으면 다음날 영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전기택시 기사들 중에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경우는 충전 스트레스가 덜하지만, 공동주택에 사는 기사들은 매일 밤 충전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때문에 전기택시 기사들은 공동주택단지에 택시 전용 고속충전소를 설치하고, 지역 거점마다 전기택시용 초고속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부족한 인프라 확충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쉽게 탈착이 가능한 택시 전용 전기차를 상용화하고 충전된 보조배터리를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전용 시설을 갖추는 등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수명이 다한 기존 배터리를 새 배터리로 교환할 때 드는 막대한 비용도 택시회사나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 수명이 보통 10년 정도 보장되지만, 시간 당 주행 거리가 극단적으로 많은 영업용 택시의 경우는 3~4년이면 배터리를 교환해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 교체 비용이 약 2000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택시 회사나 개인택시 기사가 부담하는 배터리 감가상각비는 연간 500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전기차를 운행 중인 개인택시 기사 정주원 씨(가명)전기차를 구매하면 보조금이 지급되고 부제 규제를 받지 않는 등 혜택이 있다고 해서 구매했지만, 배터리 교체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혜택보는 게 아니다정부 보조금 지원에 따른 의무 사용기간만 지나면 현재 운행 중인 전기택시를 매각하고 LPG차량으로 바꾸겠다는 기사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자동차와 배터리 회사 등에서 고속충전 기술과 재생배터리 기술 등을 개발해 수년 내에 상용화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차피 몇 년 뒤면 지금 택시는 내구 연한 때문에 처분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승용차는 몰라도 택시만큼은 전기차가 시기상조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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