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주민들이 가꾼 역사문화마을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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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와 주민들이 가꾼 역사문화마을의 위용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09.2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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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훌쩍 넘은 교회·학교·집 즐비한 양림동
선교여행길·문화예술여행길·전통문화여행길 따라 답사

 

와, 갈 데 많구나. 광주 양림동 지도. 지도/ 양림동 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
와, 갈 데 많구나. 광주 양림동 지도. 지도/ 양림동 행정복지센터 홈페이지

 

창간 29주년 기획 '청주시 원도심 어떻게 가꿀까' 
1 지금 청주시 원도심의 모습
2 민선7기와 8기의 현격한 차이
3 이범석 시장의 원도심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4 타도시 사례
5 청주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곳
광주 양림동에 가보니

‘청주시 원도심 어떻게 가꿀까’ 시리즈의 일환으로 타도시 사례를 취재했다.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과 대전광역시 소제동·대흥동을 방문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도시가 원도심 및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구도심 활성화 대책으로 대규모 개발을 기획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게 가장 쉽지만 그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구도심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면서 원주민들도 경제적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과제다.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교회, 학교, 집들이 즐비하다. 광주시와 시민들은 꾸준히 뭔가를 남겼다. 역사를 남기고, 문화를 남겼다. 그래서 이곳은 지금 역사문화마을이 됐다. 양림동에 근현대사 100년의 시간여행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건 당연하다. 건물을 부수지 않고 남겼을 때 후손들은 어떤 선물을 받는지 양림동은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이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번잡한 도시의 고층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은 이런 곳을 찾아다닌다. 인터넷에서 ‘양림동 산책 여행’ ‘양림동 근대시간여행’이라는 글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역사와 문화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양림동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됐다.

양림동에 가면 세 가지에 놀란다.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있다는 것, 역사적인 인물이 많다는 것, 예술적 향기가 물씬 풍긴다는 것이다. 청주에서 자동차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양림동은 특별한 곳이었다. 건물은 대체로 낮았고, 화려하지 않았다. 옛 것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에 오래된 동네 냄새가 났다. 지도 한 장 들고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았다. 군데 군데 카페와 음식점도 많다. 단 하루를 바쳐야 한다.

양림동 테마여행은 크게 선교여행길, 문화예술여행길, 전통문화여행길 세 가지가 있다. 선교여행길은 양림교회-오웬기념각-어비슨기념관-선교기념비-최흥종기념관-유진벨기념관-우일선선교사 사택-호랑가시나무-선교사묘지-커티스메모리얼홀-수피아홀-윈스브로우홀-기독병원 제중역사관을 둘러보는 것이다. 양림동은 광주전남 기독교 선교의 발상지로 광주의 예루살렘이라고 불린다.

 

유진벨선교사 기념관
유진벨선교사 기념관

 

양성현 씨가 펴낸 ‘양림동 걷다’라는 책에 의하면 “100여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문물을 양림동에 들여온 선교사들은 양림산 자락의 땅을 구입하고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우고 기독교를 전파했다. 1897년 미국 남장로교 해외선교부는 선교사들을 한국으로 보낸다. 이후 1904년 미국 남장로회 한국선교회는 광주에 새로운 선교부 설치를 결정한다. 유진벨 선교사의 지시를 받은 김윤수 씨는 광주에서 땅 값이 싼 양림산 자락을 사들였다”고 한다.

선교사들은 이 곳에서 기독교와 신문화를 전하고, 학교를 지어 근대교육 토대를 마련했으며, 병원을 지어 환자들을 돌봤다. 이 때문에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건축물들이 많다. 이 중 우일선선교사 사택은 광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으로 1910년에 건축됐다. 선교사묘지는 선교사와 가족들 27명의 묘가 안장된 곳이다. 이어 수피아여학교는 1907년 유진벨 선교사가 선교부 직원 자녀들을 가르친 게 계기가 돼 1908년 광주 최초 근대식 여학교로 태어났다. 광주 최초의 근대병원인 제중병원은 1905년 건립됐다. 광주 최초의 서양의사인 오웬 선교사는 여기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했다. 이 병원은 현재 광주기독병원이 됐다.

 

서양식 건축인 오웬기념각
서양식 건축인 오웬기념각

 

역사적으로 기려야 할 인물 많아
 

그리고 문화예술여행길은 한희원미술관-정추생가터-펭귄마을-공예특화거리-정율성생가터-김현승거처-이강하미술관-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이이남스튜디오-양림미술관을 여행하는 코스다. 펭귄마을은 주민들이 2013년 화재로 방치된 주택을 정리하고 버려진 물건을 골목 담벽에 붙인 게 시작이었다. 일종의 정크아트인 셈이다. 펭귄은 다리가 불편한 동네 어르신들이 뒤뚱뒤뚱 걷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 주변에는 공예를 특화시킨 거리도 있다.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율성은 중국 국가인 ‘중국인민해방군 군가’와 중국 아리랑 ‘연안송’ 등 360여 곡을 작곡해 중국의 3대 음악가로 추앙받는 인물. 다형 김현승은 ‘가을의 기도’ ‘K도시에 바치는 시’ 등을 쓴 양림동의 대표 시인이다. 이이남스튜디오는 미디어아트작가 이이남이 선교사 사택 터에 마련한 공간이다.

또 전통문화여행길은 양파정-뒹굴동굴-최승효가옥-이장우가옥-숭일학교터-3·1만세운동길-조아라기념관-피터슨선교사 사택-유진벨선교기념관-사직전망타워로 이어진다. 조아라기념관은 민족운동, 여성운동, 민주화운동에 앞장 서 광주의 어머니라 불린 조아라 여사를 기념하는 곳이고, 피터슨선교사 사택은 5·18 때 신군부의 폭력을 국내외에 증언하며 진실을 알렸던 피터슨의 집이다.

유진벨선교기념관에서 만난 안내인 정장윤 씨는 “건축가, 종교인, 신학생, 일반 관광객 등 많은 사람들이 양림동을 찾아온다. 여기에는 100년 넘은 건축물들이 많고, 이 건축물들은 문화재청에 의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면서 “선교사 사택 15채 중 7채는 화재에 훼손됐거나 멸실됐다. 지금은 8채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양림동에서는 건물이나 상징적인 것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많은 것들이 보존돼 있다. 이복계 전 양림동문화유산보존및발전협의회장은 “2009년 2월에 광주시 남구청과 양림동 직능단체 대표들은 양림동 문화유산보존 및 발전협의회 협약을 맺었다. 양림동을 광주 대표 역사문화관광마을로 만들기 위해 협조하자는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각 단체별로 공모사업을 따와 동네 사람들도 모르게 추진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양림동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자는 의식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모든 게 공예작품인 펭귄마을
모든 게 공예작품이 되는 펭귄마을
양림동 곳곳에 쓰여 있는 김현승 시인의 시 '가을의 기도'
양림동 곳곳에 쓰여 있는 김현승 시인의 시 '가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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