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교육, 국가교육과정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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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 교육, 국가교육과정에 없다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10.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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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단체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글 관련 100여 단체 회원들이 국가교육과정 국어과 내용에 ‘토박이말’ 성취 기준 등을 반영해달라는 내용의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567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 고유어(토박이말)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국가교육과정에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2 국가교육과정 개편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그 시안에 관련 사항이 반영되지 않아 한글 관련 단체 등의 반발을 불렀다.

앞서 지난달 1일 토박이말바라기, 한글학회 진주지회 등 전국 90여 단체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에 토박이말이 들어가길 바란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보냈다. 핵심 내용은 개정 국어과 내용에 토박이말 관련 성취 기준을 다시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부터,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된다. 그렇지만 시안에 이 같은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토박이말바라기를 비롯한 한글문화연대 등 100여 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30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교육부가 총론 및 교과 교육과정 정책연구진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일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가 진행 중인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렸다. 한국교원대 종합교육연수원 교원연수관 1층 합동강의실에서 계획된 국어 교과 공청회 시작 30분 전에 연수관 앞 계단에서 진행됐다.

교육과정 시안에 없어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국가 교육과정에 토박이말 꼭 넣어 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읽고 우리 고유어를 되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순우리말(고유어)의 값어치와 종요로움을 아신다면 토박이말을 교육과정에 넣어주세요.”라는 호소문이 적힌 긴 현수막과 비슷한 내용의 문구가 쓰인 종이를 펼쳐 들고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점점 사라져가는 토박이말로 세모꼴(삼각형), 네모꼴(사각형), 흰피톨(백혈구), 붉은피톨(적혈구), 쑥돌(화강암) 등 여러 가지의 보기를 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이들 순우리말이 검색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문장이나 평소 말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수막에 쓰인 단어 ‘종요로움’은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매우 긴요하다’는 뜻을 가진 ‘종요롭다’에서 나온 순우리말이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한글학회가 들어 있는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과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같은 교사단체, 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참여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우리 글자인 한글은 뛰어난 글자, 우수한 문자로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해 놓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어서 “정작 한글의 바탕이며 어머니와 같은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2009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챙겨 가르쳤던 좋은 본보기가 있다”면서 “전통문화와 관련된 교과에서 챙겨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거울삼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챙겨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이들은 다음의 3가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고유어 쇠퇴 막아내야

첫째,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과 교육과정 총론이 추구하는 인간상에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똑똑하게 앞세워 줄 것. 둘째, 모든 학교급, 학년군, 영역에서 토박이말을 챙길 수 있도록 국어과 내용에 관련 성취기준을 마련해 줄 것. 셋째,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뒤 처음 만들었던 교과서에서 썼던 토박이말 바탕의 쉬운 용어들을 쓸 수 있도록 교과서 편수 자료와 교과서 검정 기준에 넣어 줄 것.

성명서 끝에서 단체들은 “토박이말을 앞서 가르치고 배워야 우리 겨레 문화를 잘 알고 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이며 2022 개정 국가교육과정이 바람직한 쪽으로 바뀌기를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서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이름씨, 그림씨 등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이를 명사, 형용사로 바꿔 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 한자 병기도 막았듯이 교과서에 토박이말이 많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이창수 토박이말바라기 상임이사는 “일본식 한자말이 가득한 교과서로 교육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외래종에 몸살을 앓는 생태계처럼 토박이말도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초등 교사인 그는 “국가 교육과정 총론·각론에는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면서 "더 안타까운 것은 앞선 교육과정에 토박이말 관련 성취 기준이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시안을 최종 수정‧보완한 뒤 행정예고 및 교육과정심의회를 10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다음달에는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고, 올해 말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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