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시장 사람, 000군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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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시장 사람, 000군수 사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2.10.0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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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사중우어 옹치봉후(沙中偶語 雍齒封侯)’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직역하면 ‘사중우어’는 모래땅 위에서 남모르게 주고받는 말, ‘옹치봉후’는 옹치를 제후에 봉하다라는 뜻이다. 한 고조 유방이 측근들에게만 벼슬을 내리자 나머지 장수들이 모래땅에 모여 모반을 의논했다. 그러자 장량은 유방에게 가장 미워하는 사람을 제후에 봉하라고 조언한다. 유방은 옹치를 제후로 임명해 조직원들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웠다고 한다. 이는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옛 우리 속담대로 ‘미운 놈 떡 하나 더준다’는 의미다.

민선8기가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났다. 충북도내 지자체 중 여러 지역의 단체장이 바뀌었다. 단체장이 바뀐 지역에서는 이래 저래 뒷소리가 많이 들린다. 어느 조직에나 있게 마련이지만, 지자체마다 000사람이 있다. ‘000국장은 000시장 사람’ ‘000과장은 000군수 사람’ 하는 식으로 분류된다. 자연히 지자체장이 자주 교체되는 지역은 000사람도 많다.

청주시는 민선8기가 되도록 연임한 시장이 한 명도 없다. 이 때문인지 선거 때나 선거 후나 어수선하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모 씨는 모 시장 사람으로 찍혀 4년 동안 핍박을 받았다, 또 다른 사람은 모 시장 사람으로 알려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등의 말이 떠다닌다. 얼마전 간부 회식 자리에서 모 국장이 000사람이라고 낙인찍혔다는 얘기가 있다. 공개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청내에 삽시간에 퍼졌고 외부 사람들에게도 전달됐다. 그런가하면 도내 군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고 한다. 모 씨는 “작은 군지역에서 000사람, 000사람 나뉘어져 있다. 선거 한 번 할라치면 직원들간 갈등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충북도교육청에서는 전 교육감 사람으로 알려진 모 씨가 도의회 도중 꾸벅꾸벅 졸았다는 내용이 기사화된 적 있다. 당사자는 나중에 “알레르기 비염 약을 먹어 졸음을 참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이유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의회 경시 운운하며 뒷소리를 했지만 이는 예민 반응일 뿐이고, 약 부작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이 사람도 전 교육감 사람으로 찍혔기 때문에 도의회에서 졸았다는 사실이 전국에 알려졌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특정 단체장과 가까이 지내 000사람으로 불린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 않고 그 단체장 재임시절에 일을 열심히 하고 승진까지 했다고 000사람으로 불린다면 당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공직사회는 말이 많다. 작은 군지역의 공무원은 몇 백명이지만 도·시 지역은 몇 천명씩 된다. 그러다보니 서로 경쟁자라 ‘남의 불행을 내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헛소문 또한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단체장에게는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단체장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인의 장막’에 갇히기 쉽다. 단체장이 인사를 단행할 때는 감정적인 이유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해야 하는데 헛소문이 작용할 때가 있다고 한다. 전임 도지사·교육감·시장·군수에게 발탁됐거나 인정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해서는 안될 일이다. 한 고조의 유방처럼 기지를 발휘하는 단체장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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