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의 산실’은 청주다
상태바
‘영재교육의 산실’은 청주다
  • 나재준 청주 양업고 교감
  • 승인 2022.10.12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는 인쇄출판의 도시, 현재는 교육도시…AI 영재고 유치해야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은 2000년에 영재교육 진흥법이 제정되어 2002년부터 실시되면서 법률에 따른 영재교육이 시작되었다. 영재교육 진흥법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영재교육이란 영재를 대상으로 각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말한다.

 

철당간
철당간

 

현존 세계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현존 세계최고 금속활자본 직지

 

AI 영재고 유치, 충북과 광주 경쟁

 

현 정부의 지역공약 국정과제에서 인공지능(AI) 영재고등학교 설립이 반영된 곳은 충북과 광주광역시 두 곳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미 영재학교 광주과학고가 있어 영재학교가 없는 충북은 영재고등학교 설립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충청북도와 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설립 추진 중인 충북 AI 영재고의 타당성과 구체적인 운영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용역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AI 교육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중앙부처를 설득할 논리를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충북과 경쟁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2020년부터 AI 산업의 핵심이 될 국내 유일의 국가 AI 융복합단지를 첨단 3지구에 조성하고 있다. 국가 AI 혁신거점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산업 관련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AI 기업 유치 성과 등 AI 인프라 면에서 충북보다 한 발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과 교육의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충북이 광주광역시보다 한 발 앞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AI 등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곧 인간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는, 아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AI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AI도 사실은 인간의 뇌 구조를 기반으로 한 기록과 저장을 중심으로 출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기록과 저장의 인쇄물은 필사에 의한 것으로 자신들의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것과 그 기억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하기 위함이 기록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후 인쇄술의 발달로 그 기술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 기술의 발전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충북 청주는 예로부터 인쇄 문화를 주도한 기록문화의 성지였다. 755년에 작성된 신라장적은 통일신라 시대의 토지문서로 현재의 청주 지방의 서원 소경 부근 지역, 네 개 촌락의 호구, 전답, 가축의 필 수 따위를 상세하게 기록한 문서이다. 신라장적은 고대 청주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자료이다. 1305(충렬왕 31)에 청주 원흥사에서 간행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은 목판인쇄 도서이다.

이 책은 1377년 청주에서 선불교의 핵심요체인, 금속활자로 인쇄한 현존하는 기록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인 직지심체요절이 간행될 수 있었던 배경과 기반을 이미 조성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곧 14세기 초 청주에서 상당한 인쇄기술 및 그 기반이 조성, 축적되어 있었던 것을 말해주고 있는 증거인 것이다.

 

청주의 교육적 기반

 

또한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 명나라의 범립본(范立本)은 중국 고전에서 선현들의 금언과 명구를 뽑아 1393년에 명심보감을 편저했는데, 명심보감 원전이 나온 지 61년 후인 1454년에 목판으로 인쇄된 청주판 명심보감’(신간대자명심보감)을 간행했다.

이는 계유정난(1453년 단종 원년)과 관련해 인륜을 바로잡기 위한 일종의 윤리 교과서인 명심보감을 인쇄해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주 도심 한복판에 있는 국보 제41호 용두사지 철당간의 명문도 청주가 예로부터 교육을 중시했다는 증거로 제시되는데 고려 광종 13(962)에 세워진 철당간 명문에 학원경(學院卿)’학원낭중(學院郞中)’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는 교육 관련 관직명으로 알려져 있다.

1901년 예관 신규식 선생은 구한말과 대한제국의 개화기에 전국에서도 유례없이 먼저 신학문을 강습하고, 밀려오는 외세에 맞선 독립교육을 위해 자신의 고향인 문의군 동면 인차리에 가문의 사재로 신학문을 교육하는 문동학원을 설립하여 산동삼재(山東三才)로 일컬어졌던 신백우, 신채호 선생과 함께 지금의 영재교육을 실시하였다.

특히 1903년에는 덕남사숙(德南私塾)을 설립, 개교사를 통해 무를 경시하고 국민교육과 역사의식의 부재로 인해 국운이 쇠약해졌다며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하였고, 청주에서 유능한 교사들을 초빙하여 산술·측량·국사 등 10여 과목과 지··체의 3대 교육 덕목과 함께 부국강병 정신을 고취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19085월에 근대식 교육을 지향하는 영천학계를 결성해 근대화 교육에 앞장섰으며, 이후 1909년 신형우가 청주에 청동학교, 신승구가 문의에 문동학교를 설립하는 등 신학문을 가르치고, 개화기 인재들을 양성함으로써 이후 1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하는 등 충북 청주가 교육도시의 남상(濫觴)이라 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청주는 교육의 도시이고, 영재교육의 산실임을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충북만 자사고·영재고·국제고가 없으며, 광주광역시보다 한 발 앞서 AI 영재고등학교 유치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런데 일부에서 AI 영재고가 광주광역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주장은 교육을 통한 인재육성에 희망을 두고 있는 충북의 미래에 허탈감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전국 최초의 충북 AI 영재고등학교 설립을 위해서는 전 도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공론화하여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영재성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단순하게 특정한 학교가 청주에 설립되느냐, 타지역에 설립되느냐가 아니다.

 

나재준 청주 양업고 교감
나재준 청주 양업고 교감

 

우리 청주의 역사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그리고 도교육청은 좀 더 세밀하게 AI 영재고 학생 선발 과정에서 목적에 맞는 영재만을 선발하고, 선발한 영재는 목적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 등과 시스템 차원에서의 협력과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