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내가 아닌 공동체가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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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내가 아닌 공동체가 보였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13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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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 4년 차 강현순 대표의 유쾌한 고백
문화유산 전공 대학원생, 사회적기업 대표로 변신 ‘화제’

청주행복교육지구9 예술나눔끌리지

 

“‘끌리지란 말은 순 우리말이죠. 예술에 끌리지, 나에게 끌리지? 등등. 우리말이 참 예쁘죠.”

예술나눔 끌리지의 강현순 대표는 2019년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현재 공주대 문화유산대학원에서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학생이며, 2020년부터 예비사회적기업 대표로 활동 중이다.

 

예술나눔 끌리지에선 아이들과 흙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했다.
예술나눔 끌리지에선 아이들과 흙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했다.

 

인생의 행로 바뀌었다

 

강 대표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이후 미술학원과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10년 전쯤 봉명동에 작업실 겸 사무실을 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했다.

그러다가 2019년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게 됐고 지인들의 권유에 밀려 사업을 신청했다. “넓은 공간을 혼자만 사용하는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흙체험을 하면 아이들 정서발달에 좋잖아요. 공예프로그램은 많아도 흙을 주제로 한 수업은 많이 없어서 아이들과 남는 시간에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교육지구 사업에 응했지만 갈수록 일이 커졌다.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특히 예술나눔 끌리지가 위치해 있는 봉명동은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인근에 공단이 있고, 집값이 저렴하다보니 러시아계 아이들과 부모들이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다.
 

예술나눔 끌리지의 강현순 대표는 2019년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예술나눔 끌리지의 강현순 대표는 2019년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최근엔 봉명사랑네트워크를 통해 마을 주민들을 만나서 같이 수업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 15명과 도자기 체험 수업을 진행했어요.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일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1021일 마을 축제인 봉황제에선 행복교육지구 수업을 통해 만든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예술나눔 끌리지의 예술로 통하다수업은 초등학생 1학년부터 4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진행됐다. 기본적으로 을 만지고 놀며 작품을 만드는 것 외에도 흙을 통해 경제의 단위인 화폐를 직접 만들어본다거나 마을을 관찰하는 등 수업 내용도 올해는 이전보다 더욱 풍성하게 구성했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2019년 마을교육연구회 활동을 통해 수업 내용을 개발했어요. 16주차 수업을 만들어냈는데 그 중 우리 마을 관찰하기미술로 배우는 경제생활수업안이 나왔죠라고 설명했다.

보통 한 과목당 16주차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이 충분히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강 대표는 수업엔 일반아동과 취약계층 아이들이 함께 와요. 이 동네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아이들이 더 많이 오면 좋겠는데, 사실상 아이들 등하원을 부모들이 책임져야 하니 맞벌이 가정에선 쉬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에요. 노력한 만큼 변화가 눈에 띄게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뀌어요. 그렇기 때문에 희망을 놓으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소셜미션이 생겼다

 

그는 행복교육지구 수업을 만나면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두 아이를 키우고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아이를 다 키워놓고 나니 주변이 보이더라고요. 소외계층 아이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바뀌었어요.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방치한다면 그 다음 세대가 더욱 힘들어질 것을 직감하겠더라고요. 마을과 공동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는 올해 공주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문화유산을 전공하기로 한 것도 지역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수업 내용을 짜면서 문화유산과 관련한 내용이 많았는데 정작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지금 상당산성에 대한 에세이를 쓰고 있는 데 민영휘 일가의 땅이 너무 많다는 걸 알고 화가 났어요. 이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인데 이제는 달리 보이고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도 생겨요.”

10년 전 봉명동에 작업실을 내고 조용히 살고자 했던 강 대표는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봉명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2020년부터 시작한 예비사회적기업도 대표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을 다 키웠으니 남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나이를 먹다보니 나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서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종의 소설미션을 갖고 살아가는 요즘이 제일 행복해요. 청주행복교육지구가 제 인생에서 정말 많은 걸 바꿔놓았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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