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계, 김영환 지사 문화예술인프라 구축할까 관심높아
서울전시관 어때?
취약한 문화인프라
이시종 전임 지사에게 ‘문화’라는 단어는 없었다. 김영환 지사가 취임하자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전임지사와는 다른 행보를 기대한다. 심지어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지난 12년은 잃어버린 세월’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지사는 12년 임기 내내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예산 2%를 약속했지만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다. 매번 1.08%~1.13% 사이만을 오갔다.
여하튼 이런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서일까. 김 지사는 취임하면서 충북도청을 충북도립미술관처럼 여기고 시민들에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거나 서울에 미술관을 개관하겠다는 등 문화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최근엔 충북미술협회에서 청주 성안길 빈 점포 몇 곳을 대관해 갤러리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도에 제안했다. 위치는 옛 청주우체국 뒤 APM건물 사이라고 알려졌다. 이를 두고 충북민예총에서는 “특정 협회에서 공간을 임대지원 받아 사용하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표한 상태다. 현재 의견을 조율중이다. 무엇보다 이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에 충북민예총 예술가들은 반발하고 있다.
수년째 논의만 계속
충북엔 문화시설 인프라가 취약하다. 충북도립미술관이 없고, 문학관도 없고, 공연장도 도서관도 없다. 이렇듯 없는 게 너무 많다 보니 도립미술관을 짓겠다고 하면, 문학인들은 문학관이 없다고 하고 마찬가지로 공연계와 도서관계도 아우성이다. 타 광역시도에는 이러한 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충북도는 걸음을 떼지 못하고 세월만 보냈다.
그러다 보니 충북문화재단은 수년 전부터 ‘복합문화시설’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공연장과 전시장이 함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영환 지사 또한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상태다.
도립미술관의 경우 충북과 강원도만 없다. 충남은 이전 양승조 지사 시절에 계획을 세워 홍성에 약 1000억원을 들여 도립미술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국내 갤러리아백화점을 설계한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가 미술관을 설계했다.
지금은 도립미술관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건립추진위가 구성됐다. 건축‧설계 전문가 1명, 학예사 2명, 팀장 1명 등으로 도립미술관 TF가 구성됐다. 가안이지만 1년 도립미술관 운영비 또한 수십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충남은 이번에 서울 전시장 격인 ‘CN갤러리’를 오픈한 데 이어 조만간 ‘섬 비엔날레’를 띄울 예정이다. 양승조 전 지사가 문화예술에 방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국비 예산을 확보한 사이 충북도의 문화예술 인프라는 점점 더 열악해진 셈이다.
미술시장이 없다
충북엔 미술시장이 없다. 개인 갤러리들도 모두 미술관 형태로 전환한 지 오래다. 상업기능을 하는 갤러리가 없다보니 전시 또한 협회전 및 단체전, 친소관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외 미술시장이 활황이었지만 이러한 수혜를 지역작가들은 누리지 못했다.
지난 2012년 8월 개관한 숲속갤러리는 도지사 옛 관사를 리모델링해서 전시장으로 쓰고 있다. 도심권에 있는데다 관이 운영하는 유일한 갤러리이다보니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통 3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1년에 60~70회 전시가 파도처럼 밀어닥치듯 열리고 있다. 전시기간은 6일이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정해져있다. 보통 단체전 위주로 행사가 열린다.
그러다보니 전문 예술가들은 지역에 전시공간이 있어도 메리트가 없어서 서울행을 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전문 예술가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김영환 지사가 임기 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잃어버린 12년의 공백을 한 순간에 채우기는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예술은 일단 돈이 많아야 한다. 충남은 당진에 대규모 산업벨트가 조성되면서 자금이 많아졌다. 충북은 돈이 별로 없지 않나. 공간을 하나 열더라도 철저한 계획과 향후 운영비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그냥 친한 사람들이 원한다고 해서 공간을 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