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의 문자 메시지와 김문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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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의 문자 메시지와 김문수 발언
  • 민경명 기자
  • 승인 2022.10.1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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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80 중반이 되신 막내 고모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막내 고모는 내가 어릴 적 엄마로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이 따랐다. 어머니는 어려운 집안 살림을 꾸리며 한창 농사철이 지나면 인근에서 생산하는 소창을 사 산간벽지를 돌며 보따리상을 하시느라 아직 시집 안 간 막내 고모가 대신 엄마 노릇을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 고모의 문자 메시지이니 반가움에 알림 소리를 듣고 바로 열어봤다. 내용은 이랬다.

"윤통은 취임 백일도 안돼서 폴란드 무기수출 50조에 이어 사우디 건설 800조도 따왔다. 언론 노조들이 뉴스에 날까봐 쉬쉬해도 비밀은 없다. 언론이 침묵하고 덮어버리고 있고 되레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하여 윤통 흠짓 내는 일에만 중점을 두어 국민들은 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이 내려간 것이다. 지지율이 회복하면 힘이 있어서 언론들 모조리 교체할 수 있다. 주인 바뀐 줄 모르고 짖어대는 xxx들이 언론방송인들이다.”

끝에는 나라 지키는 일이니 많이 퍼트려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사실 이런 류의 문자를 종종 받는다. 사실 관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극우 보수의 한풀이 같은 악바리가 넘쳐난다. 문재인은 문죄인으로 명명한다.

그런데 그 고운 고모한테서 이런 문자를 받게 되다니? 고모는 80이 넘으셨지만 아직 참 곱다. 평소에 꾸준한 몸 관리로 꼿꼿하시다. 다리 찢기나 허리 굽혀 펴기 하는 걸 보면 어찌 저리 잘 관리하셨나 싶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까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돌며 동화 구연 강사를 하셨는데, 여간 자랑스러워하지 않으셨다.

이는 물론 고모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애국'하는 일이라고 철통같이 믿는 애국자(?)의 호소에 퍼 나르기 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이런 내용의 메시지는 누가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인가?

이념 간,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점점 이념 갈등은 극우, 극좌로 가고 있다. 아니 정치적 이념 논쟁보다 더 무서운 혐오로 가고 있어서 문제다. 01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세상은 승자와 패자만 있고 중간이 없다지만 이를 상대에 대한 혐오와 패 가름으로 채워서 되겠는가? 이는 우리의 사고와 이념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조차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되면서 점점 깊은 편향적 내편 짜기에 몰입되어 가고 있다.

내가 우연히 본 유튜브는 그 사람의 취향 내지 정치적 성향까지 알고리즘에 의해 분리되고 거기에 맞춰 콘텐츠가 추천되면서 점차 01에 수렴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유튜브 정치가 난리다. 극단적 언어와 행동으로 주목을 끌어 독자 늘리기에 혈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너무하다 싶은 시위와 난동의 이면에는 유튜브 정치경제가 있음을 간과 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 첫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된 김문수 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2019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은 김일성 주의자라고도 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김위원장을 국감장에서 퇴장시키며 여야가 공방을 벌여 국감은 파행으로 끝났고 정치권 공방은 계속됐다.

김문수 개인의 생각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는 타협을 통해 노사간 화합을 이뤄내야 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런 그가 전임 대통령에 대해 거침없이 총살감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에 앞서 여기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는 극우 유튜버로 평가받는 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용어와 혐오로 추종자들을 열광케 했고, 그 자신도 점차 상승 작용으로 빠져들었을지 모른다.

지역의 모 인사는 유튜브는 고사하고 하루 종일 계속되는 모든 방송의 정치 평론 시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야 국회의원, 또는 보수·진보 성향의 인사들을 불러 사사건건 논쟁하게 하는 것, 이것 또한 사회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패널들은 자기주장만 할 뿐이지 상대의 논지에 대해 이해하고 타협하려 하지 않는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까 생각하게 된다.

윤핵관을 비롯 잘 나가는 정치인들의 말을 들으면 모두 싸워보겠다고 덤비는 것 같다. 대통령부터 사회 지도층, 여야를 막론하고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거칠고 욕설에 가까운 말의 수준이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조용히 살려는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누가, 무엇이, 곱디곱게 늙어 가시는 나의 막내 고모에게 험한 문장의 메시지를 보내게 하는 것인가. 그래서 이익 좀 보셨습니까? 000님들. 김문수의 거침없는 말에서 고모의 문자 메시지 창작자들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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