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일 하다보면 ‘좋은 어른’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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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일 하다보면 ‘좋은 어른’이 돼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19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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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복대동에 사는 ‘복대동사람들’의 마을 사랑
최정민 대표, 5년 전 청주 왔지만 이미 ‘동네반장’

행복교육지구 10 -복대동사람들

 

청주시 복대동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다. 5년 전 서울에서 청주로 온 최정민 씨가 복대동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직업이 목수인 그는 복대동에 목수반장목공예 공방을 냈다. 외지에서 온 중년의 아줌마는 동네사람들과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실 남편이 청주에 있었는데 주말부부를 오랫동안 했죠. 5년 전 청주에 내려와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어요. 서울에서는 요리 강사로 활동했어요. 충청대 평생교육원에서 제갈제호 목공예 명장의 수업을 듣게 됐고 그 길로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천을 오가며 배웠어요. 이후 청주에서 공방을 알아보던 차에 복대동을 알게 됐어요.”
 

‘복대동사람들’의 최정민 대표는 마을일을 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됐다고 고백한다.
‘복대동사람들’의 최정민 대표는 마을일을 하면서 진정한 어른이 됐다고 고백한다.

 

구심점이 된 목공예방

 

그의 공방에 마음이 맞는 이들이 모였다. 그렇게 모인 이들과 복대동사람들을 결성했다. “복대동 주택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여기 아이들은 1학년들도 책가방을 메고 스스로 등교해요.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복대동 아이들을 위해 어른으로서 무엇이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동네는 학원도 없고 아이들이 마땅히 갈곳이 없어요. ”

2021년 비영리법인 복대동사람들을 만들고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단체 운영을 고민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지난해 11월에는 주식회사까지 차렸다. 주식회사는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돼 새활용 가게인 리케아를 현재 복대동에서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공예교실을 통해 만든 작품들.
청소년들이 공예교실을 통해 만든 작품들.

 

사실 복대동사람들이 처음 마을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 덕분이었다. “지하 공간에 세를 얻었어요. 조합원들이 몇 개월을 치우고 리모델링을 했어요. 창고와 다름없던 공간이 마을의 사랑방으로 변신하게 됐어요.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하면서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동네 주택가 쓰레기가 방치된 공간에 학생들이 벽화작품을 그렸고 불법투기가 사라졌다.(벽화가 그려지기 전후)
동네 주택가 쓰레기가 방치된 공간에 학생들이 벽화작품을 그렸고 불법투기가 사라졌다.(벽화가 그려지기 전후)

 

마을 자원들이 손잡다

 

최정민 대표는 늘 바쁘다. 그를 찾는 이들이 많다. 올해부터 복대동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공예가이자 업사이클링(새활용) 작가, 마을활동가 등 그야말로 동네반장으로 매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올해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및 공예,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3월부터 11월까지 강사들과 참여학생들은 매주 토요일에 만나 기후위기 시대 환경문제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었다.

또 학생들과 복대동에 쓰레기가 불법투기된 두 곳에 벽화를 그려놓기도 했는데, 그 이후 불법투기는 사라졌다고 한다. 이럴 때마다 복대동 행정복지센터와 유기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그는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돼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동네에서 어른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표현한다.

복대동사람들에 참여하는 이들은 복대동 광림교회 정대위 목사, 충청대 박용수 교수, 식당 주인 오선교 씨, 수리수리마수리 대표 최정호 씨다. 정 목사는 환경에 대해 교육하고, 박 교수는 아이들과 새활용 스피커 및 작품을 만든다. 수리수리마수리 최정호 대표는 취미로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는데 동네의 만물수리상역할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복대동사람들이 탄생된 이후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주거 임대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집수리 교육을 지난해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청원자활센터, 대학생 집수리 봉사동아리 위더스등과 연계돼 일을 벌였죠. 올해는 동네 집수리 교육을 제대로 해 볼 생각이에요. 모든 일을 복대동사람들과 함께 해보려고요.”

그는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지만 청소년프로그램이 열리지 않는 평일엔 지역민들을 위한 목공예 교실 수업도 개최한다.

또 최 대표는 지난해 개인적으로 동네 취약계층의 집을 방문해 가구 수리나 선반을 고쳐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그 일로 청주시에서 주는 ‘2022 모범시민상을 받기도 했다. “남편이 이러다가 시의원 도전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세상을 돌아보고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고 싶어요. 자녀도 다 키워 여유도 생겼고요. 제 자녀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어든요.”

그는 에너지가 넘친다. “우리 동네 사람들이 저를 사회복지사로 알아요(웃음).” 마을 일에 선한 욕심을 부리는 그는 영락없는 동네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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