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사범] 태국 왕실에 태권도를 전파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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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사범] 태국 왕실에 태권도를 전파한 주인공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2.10.19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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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 탄생 시켜…동남아 최대 규모로 발전
정성희 사범과 제10회 태국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 포스터.

[특별인터뷰]  정성희 태권도 사범

[충청리뷰_김천수 기자] 지난 15일 태국 방콕에서 제10회‘태국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Royal Princess Cup)'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태국 왕실에 태권도를 전파하고 공주컵 대회를 탄생시킨 주역이 정성희(51) 대회조직위원장이다.

태권도 공인 7단인 그는 현재 태국 왕실의 경찰사관학교 겸임교수, UN 에스캅 본부 수석사범, 왕비 군위대 수석사범을 맡고 있다. 태국 경찰청 자문위원과 재태국한인회 상임부회장을 지낸 정 사범은 30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세계한인태권도사범협회의 사무총장이다.

충북 출신인 정 사범은 충북도의 태국 국제자문관과 청주시 직지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이역만리에서 태권도의 품격과 긍지를 높이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Q. 태국 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의 유치 동기는?

10여 년 전 우연히 태국 지인의 소개로 시린돈 공주님 생신에 초대받은 게 계기가 됐다. 태국 공공기관에서 무료 태권도 수업을 꾸준히 하는 것에 주목하며 비서실 측에서 도와야 할 것이 있는지 물어와 공주님 이름으로 태권도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2011년 타이틀 허가서를 받아서 1회 대회는 200명으로 시작했다.

Q. 왕실공주컵 대회의 위상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권도 대회로 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열렸다. 유년부에서 청년부까지 5개 그룹에 12개 국가에서 1000여 명의 선수 등 300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태국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태권도 열기가 대단하다. 태국인 사범이 운영하는 도장이 늘면서 600여 개가 등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전통 무술인 무에타이 도장 수에 가까울 정도로 한류 열풍의 중심에 태권도가 있다.

Q. 왕실 경찰학교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는데.

태국 왕실 경찰사관학교에서는 12년째 태권도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특별활동 시간 중 20여 명으로 시작해 3년 만에 3학년 한 학기 정식 무도수업 4시간 과정이 되었다. 이전에는 태국인 사범이 중간 특별 시간에 가르쳤는데 한국적 교육방식이 맘에 들어서인지 강렬한 태권도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첫 제자들은 벌써 각 경찰기관의 소령, 중령급의 중간 간부가 되었다. 지난 8월부터는 한국문화원의 도움으로 한국어 학당이 만들어져 학생 및 교직원 50여명을 대상으로 김광일 사범이 한국어도 가르치고 있다.

Q. 왕비 근위대 등에서도 태권도를 가르치나?

2010년부터 한인 사범연합회가 무료 봉사로 지도하고 있다. 수석사범을 맡아 매주 수요일 한국 참전에 대한 감사함을 담아 한인 사범들과 돌아가며 수업을 하고 있다. 왕비 근위대 2사단 21연대는 한국전쟁 참전부대로 현재까지도 참전 기념식을 1년에 몇 차례 하는 부대다. 이 밖에 싱가포르 방콕국제학교 중‧고등부 체육수업에 태권도가 정식과목으로 채택되어 3년 넘게 수업하고 있다.

Q. 태국에서 언제부터 태권도를 가르치게 되었나?

2005년 캐리어 하나 들고 방콕에 왔다. 처음 6개월 간은 태국어를 공부했다. 이후 곧바로 방콕 스쿰윗 타임스퀘어 4층에 월드베스트 태권도 법인을 세웠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 사범은 송기영 사범님과 최영석 태국 국가대표 감독님 등 몇 분의 사범, 선교사가 있었다. 대부분 교회나 학교 특별활동시간에 태권도를 가르쳤다.
임대료가 비싼 곳이라 높은 수강료를 받았지만 열정이 대단한 한국 사범이 왔다는 소문에서인지 3개월 만에 50여 명이 등록했다. 명품 태권도 도장, 명품 강의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마침 관광업계도 호황이었고 태국 교민들 삶의 질도 높았던 시기였다.

Q. UN에스캅 본부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게 된 계기는?

문을 연 도장이 1년 만에 안정된 후 한국대사관의 소개로 UN에스캅 본부에 태권도 클럽 사범으로 나가게 되었다. 에스캅 역사상 본관 건물에서의 태권도 수업은 처음이다. 무에타이, 유도, 가라데는 있었지만 태권도는 없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10명으로 시작한 강의가 곧바로 30명으로 늘었다. 2년째에는 안전요원들까지도 호신술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건물 보수 공사로 중단됐지만 11년을 유엔 직원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Q. 태권도 보급에 어려운 점은 없나?

처음에는 젊은 혈기와 열정만으로 부딪쳐 어려움이 많았다. 차츰 태국 정서와 태국인들의 습성을 알고부터는 먼저 소통하고 후에 추진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태국의 경제, 사회 분위기, 자연재해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태권도의 강인함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최선을 다했다. 태권도 지도자로 한 우물만 파니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가족에게 미안함이 크다.

Q, 태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사범들과 단체의 역할이 큰 것 같다.

태국 내 한인 사범 수는 30여 명이다. 태국 국가대표단 감독을 비롯해 경찰, 군인, 마약청을 지도하는 재태국 한인사범님들, 장애인 태권도 단체를 지도하는 신영균 감독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창립한 한인 사범연합회는 태국 기관을 대상으로 무료 봉사하며 태권도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한인회와 한국대사관 등 모두에게 정말 고맙다.

Q. 향후 계획은?

40년 가까이 태권도 도복을 입었다. 20년 간은 배웠고, 나머지 20년은 배우면서 가르치고 있다. 태국 생활도 2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태권도 보급을 소명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발전이 필요한 태국 내 태권도 수련생 및 공공기관 직원 등에게 올바르게 보급하고 싶다. 태권도는 선하고 강인하며 바른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

(사진) 제10회 태국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가 열리고 있는 방콕 에이백 국제대학교 체육관.
제10회 태국왕실공주컵 국제태권도대회가 열리고 있는 방콕 에이백 국제대학교 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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