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글자에 상상력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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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글자에 상상력을 입히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26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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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몸 미술관 김용철‧홍인숙 작가 개인전

김용철 작가와 홍인숙 작가의 개인전이 스페이스몸 미술관 제2,3전시장에서 1111일까지 열린다. 김용철 작가는 <1988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를 주제로 31점을 소개하고, 홍인숙 작가는 <달빵달빵>을 주제로 8점을 선보인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올해 스페이스몸미술관은 종과 횡-강력한 염원이라는 타이틀 아래 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이 종과 횡-강력한 염원 시리즈의 마지막 일정이다.
 

김용철_1988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2
김용철_1988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2

 

김용철은 70년대, 80년대의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이라 불리는 변하지 않고 이어온 가치 함께하기를 풍요와 긍정, 사랑의 표상인 대상들로 작업해왔다. 모란꽃과 하트(기호), 새는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민화의 의미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전이시킨다. 가정의 화목과 부귀를 바라는 마음과 의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오는 절실한 바람이며 인류 사회를 지탱해온 근본 가치이다. 작가의 작품 속 도상과 이미지들은 변하지 않는 가치로서 반복적으로 그려 주술적 의미를 갖게 한다. 특히, 부귀를 뜻하는 커다랗고 풍성한 모란꽃은 민화에 즐겨 사용된 소재이기에 앞서, 작가에게는 유년 시절부터 보아온 강화군 온수리의 모란이며, 이색적 반짝이 안료와 원색조의 대중적 기호를 혼합하며 민화의 통상적 표현과 의미를 넘어 작가만의 상징이 됐다.

홍인숙은 한글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림과 문자, 소리가 겹쳐서 동시에 정보 이상을 전달한다. 종이판화 작업을 하는 작가는 작품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글자를 전면 배치하며 글자로 만들어진 풍경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말에서 글과 그림의 어원이 같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림인가하면 글자로 읽히고 글자인가하면 어여쁜 그림이 보인다.
 

홍인숙_달빵달빵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2
홍인숙_달빵달빵展_스페이스몸미술관_2022

 

이전에서 사랑/싸랑처럼 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최근작은 자로 옮겨가 밥, , 뿅 같은 단어 한글자로 축약됐다. ‘에 비하면 은 일어서는 글자이다. 땅을 의미하는 에서 솟아올라온 은 밥이라는 글자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느껴진다.

글자를 이루는 대부분은 기와를 인 담장의 형태이다. 글자를 한자씩 써 가듯 빼곡한 벽돌의 정교한 담장은 가지런한 정성의 미감을 전달한다. 한 글자로 대두되는 밥과 빵은 생명 연장의 원천으로 땅의 소산이다. 꾹꾹 눌러 그어진 선, 정확히 찍힌 잉크,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화면은 절대적 세계의 진리 같다.

우리의 전통적 사물에서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발현시키는 김용철, 홍인숙은 읽히는 글자와 이미지로 좁은 사이를 다시 확장시킨다. 쓰이면서 바람이 되고 염원이 되는 글자는 타인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발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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