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리니까 오히려 소통이 잘돼요”
상태바
“나이가 어리니까 오히려 소통이 잘돼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0.26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주행복교육지구 11-자갈자갈
20대 청춘들, 마을 공동체 사업을 시작하다
운천동 일대 공방 사장님들 ‘강사’로 초청해

자갈자갈은 순우리말로 여럿이 모여서 나직한 목소리로 지껄이는 소리나 모습을 의미한다. 비영리단체 자갈자갈을 만든 이들은 20대의 젊은 청춘들이다. 이들은 자갈자갈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갈자갈은 지역에서 예술을 전공한 이들이 뭉쳐서 올해 초 만든 단체다.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전연주(24)씨와 정하림(26)씨는 한국교통대 18학번으로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이 둘은 대학에서 전공 수업 외에도 문화예술프로그램 기획에 관해 배웠다. 재학시절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적용할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졸업 후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알게 됐고 첫 도전을 했다.
 

자갈자갈을 이끌고 있는 전연주(사진 왼쪽)‧정하림 대표.
자갈자갈을 이끌고 있는 전연주(사진 왼쪽)‧정하림 대표.

 

마음과 마을을 돌보다

 

자갈자갈이 기획한 프로그램은 마읆이었다. ‘마읆은 마을과 마음을 함께 돌보겠다는 뜻으로 청주행복교육지구의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12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 청주시 운천동 들락날락카페에서 프로그램이 열렸다. 상반기는 3월부터 6월까지, 하반기는 8월부터 11월까지 행사가 개최됐다.

전연주 대표는 제 고향이 운천동이에요. 지금도 운천동에 살고 있어요. 운천동이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이곳에 공방을 연 분들이 늘어났어요. 마을에 있는 자영업자 분들과 학생들이 만나는 접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방 사장님들을 프로그램의 강사로 적극 초빙했죠라고 말했다.

 

자갈자갈에서 연 프로그램 모습

 

일상이 즐거울 수 있다면

 

상반기는 자아를 주제로 프로그램이 열렸다. 마을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 가죽 공방 사장님들이 강사로 나섰다. 전문 MBTI강사를 초청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 환경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서는 제로웨이스트 가게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쓰레기를 줄이는 실험을 해봤다. 이렇게 만든 작품으로 6월경 전시회를 열었다. 하반기 전시회는 1126일 들락날락 카페에서 열 예정이다. 전시회 답례품으로 학생들이 직접 구운 빵과 쿠키, 슈리클스와 비즈아트 액세서리 등을 관람객들에게 증정했다.

마을의 공방 사장님과 학생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학생들은 다도체험, 올인원바 만들기, 슈링클스, 베이킹, 가죽공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사회초년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른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전연주정하림 대표는 다들 배려해주셔서 사업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프로그램 수혜자인 학생들과 거리감이 많이 없었어요. 주변분들도 자갈자갈을 많이 응원해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정 공간이 없어서 운천동에 있는 들락날락 카페 2층을 프로그램 기간 동안 빌려서 사용했다.

비슷한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고 있는 운천신봉동 네트워크 소속 사람들도 힘을 보태줬다. 운천신봉동 네트워크에는 마을식당 구루물, 별별꿈충전소, 자갈자갈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구루물에선 동네 축제 때 미각시각촉각을 잡아라행사를 했고, 별별꿈충전소에선 메타버스 교육을 진행했다. 자갈자갈에선 퇴근길 인문학개념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길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길프로그램을 기획한 정하림 대표는 누구나 매일 다니는 길이 있잖아요. 그게 출근길일 수도 있고, 집으로 가는 길일 수도 있겠죠. 그 길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주고 싶었어요. 길을 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고 각자 글로 표현해보기로 했죠. 누구는 환타지를, 누구는 무협소설을, 누구를 에세이를 써내려갔죠. 지루한 일상에 뭔가 즐거운 사건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전연주 대표는 평일에 피아노학원에서 강사로 일한다. 정하림 대표는 청주에너지센터에서 프로그램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둘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하면서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많이 배웠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문화예술 교육에 관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욕심도 생겨요. 하지만 그 일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가 없어서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직업을 병행해야 하는 게 안타까워요. 여건상 문화예술을 평상시에 잘 느끼고 체험할 수 없는 이들이 많잖아요. 일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 싶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