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왜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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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왜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11.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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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의미와 문제점 (1)

세상의 어떤 독재자도 스스로를 독재자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그런데 마르크스는 이상사회인 공산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획득하고 독재권력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Dictatorship of the Proletariat)’라고 명명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왜 자신이 희망하는 체제에 일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반자유적이고 반민주적인 함의를 갖는)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후에 대하여 대강의 조감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연설하는 레닌
연설하는 레닌

 

마르크스가 그리는 혁명 이후

 

노동자 혁명의 첫걸음은 프롤레타리아트를 지배계급으로 끌어올리는 것과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트는 자신의 정치적 지배를 이용하여 부르주아지로부터 모든 자본을 점차 빼앗아 모든 생산도구를 국가의 수중에, 즉 지배계급으로 조직된 프롤레타리아트의 수중에 집중시키며 가능한 빨리 생산력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은 물론 처음에는, 소유권과 부르주아적 생산관계를 전제적(專制的)으로 침해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발전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계급적 차이들이 소멸하고, 모든 생산이 연합된 개인들의 수중에 집중되면 공권력은 그 정치적 성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본래 정치권력이란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해 사용하는 조직적 폭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낡은 생산관계의 폐지와 더불어 프롤레타리아트는 계급대립의 존립조건들과 계급 일반을 폐지하게 될 것이며, 결국 자기 자신의 계급적 지배까지도 폐지하게 될 것이다. 계급과 계급대립으로 얼룩진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가 나타날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후를 이행기와 완성기로 나누고 있습니다. 나중에 그는 이 과정을 낮은 단계높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구분했고, 레닌은 이를 각각 사회주의공산주의라고 불렀습니다. 마르크스는 완전한 자유의 연합체인 높은 단계의 공산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프롤레타리아트 혁명의 성과를 수호하고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키고 계급과 소유를 점차 폐지하고 공산주의를 향한 일련의 조치를 추진할 과도기적 정치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여기서 혁명 이후 임시적·과도기적인 것을 포함해 모든 국가권력이나 정치권위를 부정하는 아나키즘(Anarchism, 무정부주의)이나 생디칼리즘(Syndicalism, 노동조합주의운동)과 마르크스주의가 구분되는 점입니다.

 

마르크스는 왜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독재라는 단어로써 그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마르크스에게서 독재는 통치(rule)'와 비슷한 의미를 갖습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는 지금의 체제는 부르주아지가 지배하는 독재체제에 불과합니다. 마르크스에게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이에 대비되는 말로 결국 프롤레타리아트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프롤레타리아 통치(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에 그는 왜 굳이 독재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요? 그가 프롤레타리아 독재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Dictatorship’입니다. 이는 고대 로마적 전통에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공화국에서는 전쟁 등의 위기상황에서 한시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독재관(dictator)을 임명해 이를 극복하는 임시체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성과를 수호하면서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추진할 임시적인, 그러나 강력한 권력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독재적인가?

 

단어 상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앞서 보았듯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소유에 대하여 전제적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언어적 의미 그대로 독재적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 독재는 그와 동시에 너무나 민주적인 정치체제라고 주장합니다. 독재적이며 동시에 민주적이라니,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를 민주적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그 독재기구의 구성과 운영 원리에 있습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기구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될까요?(마르크스가 활동하던 19세기 중반만 해도 선거권은 극소수의 귀족과 부유층에게만 주어졌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다음의 자치제냐 대의냐를 논하기 이전에, 프롤레타리아 독재에서는 모든 시민들에게 동등한 참정권이 부여되기에, 당대 현실에 비해서는 월등히 민주적입니다)

 

1871년 나폴레옹 3(루이 나폴레옹)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파리의 노동자들과 민중들은 봉기를 일으켜 구체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체제와 질서를 수립했는데, 이를 파리코뮌이라고 합니다.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었습니다. 마르크스는 ≪프랑스 내전≫에서 파리코뮌에 대하여 자세히 언급하며 이를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의 하나의 모델로 평가합니다. 파리코뮌은 기본적으로 고대 아테네 민회처럼 시민들의 직접 자치에 토대를 두고, 그보다 상위에서는 빈번한 선거·명령적 위임·즉각적 소환제도 등의 대리제(delegate)에 기초한 피라미드식의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가졌습니다.

또한 입법기능과 집행기능이 통합(권력분립의 폐지)되어 있으며, 법관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은 선거로 선출했습니다. 이는 근대의 의회와 대표제(representative), 권력분립제도와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가끔 있는 선거로 선출되고 선거민의 지시에 구속되지 않고 선거민에 의하여 즉각 소환당하지도 않는 의회와 대표제, 정치권력을 분립하여 많은 부분을 비민주적으로 임명된 자들에게 맡기는 권력분립제도로는, 민주주의의 대표성과 책임성 원리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마르크스는 생각한 것입니다. 그는 모든 국가기구를 인민이 직접 수행하는 또는 인민의 통제 하에 편입시키는, 보다 민주적인 모델로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제시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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