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폐지, 그 대안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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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 폐지, 그 대안은 무엇?
  •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 승인 2022.11.23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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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소유 폐지와 공산주의적 소유의 의미와 한계 (1)

마르크스는 사적 소유가 폐지된 공산주의 사회를 만들자고 합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사적 소유 폐지 주장만큼 역사적으로 수많은 조롱과 야유를 받아온 것도 없습니다. 소유욕은 인간의 벗어날 수 없는 본성인데, 이를 부정하는 공산주의란 우매한 몽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몽상이 아니더라도, 내가 열심히 일해 취득한 물건이 내 소유가 아니라니 말이 되는가? 그것이 내 소유가 아니고 모두의 공유물이라면 이것은 강도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사적 소유가 폐지된다면 누가 힘들게 노동을 할 것이며 누가 공동의 소유물을 아낄 것인가? 결국은 인류는 나태와 낭비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지 않은가?

대공황시기 배급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미국시민들
대공황시기 배급을 받기 위해 줄 서있는 미국시민들

 

사유재산 폐지, 이토록 우매한 몽상이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조롱과 야유는 우리의 무지와 왜곡에 기인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오히려 마르크스는 우리가 열심히 일하여 취득한 물건과 재산의 소유권에 대하여 열렬히 옹호한 사람이었다면? 공산주의는 당신의 소유물을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당신의 빼앗긴 소유물을 정당하게 되찾아주려는 것이라면? 조롱과 야유는 오히려 우리와 우리의 자본주의가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 마르크스는 바로 그렇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의 특징은 소유 일반의 폐지가 아니라, 부르주아적 소유의 폐지에 있다.우리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취득한 재산, 다시 말해 온갖 개인적 자유와 활동과 자립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권리를 폐지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그러나) 우리는 노동 생산물의 개인적 소유를 폐지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활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데 요구되는 개인적 소유, 타인의 노동을 지배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어떤 잉여도 남기지 않는 개인적 소유를 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폐지하고자 하는 것은 소유의 비참한 성격이다. 노동자로 하여금 자본의 증식을 위해서만 생존하게 만들며, 지배계급의 이익이 요구하는 한에서만 생존을 허용하는, 소유의 비참한 성격 말이다. - 마르크스와 엥겔스, 공산당 선언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은 기본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기계와 도구 등 생산수단을 소유한 부르주아 계급(부르주아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그래서 노동력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프롤레타리아 계급(프롤레타리아트)으로 나누어집니다. 부르주아 계급이 생산수단을 독점한 것을 빌미로 타인의 노동 생산물을 착취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전유(專有, appropriation)’ 관계입니다. 공산주의가 폐지하려는 것은 일체의 소유 자체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부르주아 계급의 착취를 가능케 하는 전유 관계(부르주아적 소유·생산 관계)뿐이고, 이것은 결국 노동계급에게 그들의 노동 생산물을 정당하게 돌려주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공산주의의 기본적 발상은 혁명적 인식 전환이나 비상식적인 궤변에 기초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노동생산물은 노동한 자의 것이다라는 인류의 보편적 도덕률을 재확인하는 것뿐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공산주의 기획이 인간의 소유욕을 무시한 우매한 몽상이라거나, 인류 사회를 게으름꾼과 강도들의 왕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조롱할 때, 마르크스는 몽상에 빠진 것은 오히려 당신이며, 바로 지금의 사회가 게으르고 도둑질하는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당신들(부르주아지)은 공산주의자들이 사적 소유를 폐지하려고 하다고 경악한다. 그러나 당신들 사회에서 이미 사회 성원의 10분의 9에게는 사적 소유가 폐지되고 있다. 소수에게 사적 소유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이들 10분의 9에게는 사적 소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사회의 압도적 다수가 아무런 소유물도 갖지 않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그런 소유형태를 폐지하려 한다고 우리를 비난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당신들은 우리가 당신들의 소유를 폐지하려 한다고 우리를 비난하는 것이다. 바로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사적 소유를 폐지하면 일체의 활동이 정지되고, 전반적으로 게으름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비난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부르주아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게으름 때문에 멸망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르주아 사회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무엇인가 얻는 자들은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 마르크스와 엥겔스, 공산당 선언

 

붕괴한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을 쓰던 19세기 중반에 이미, 자본주의의 생산능력은 너무나 발전하여 부르주아적 소유·생산관계는 이런 생산력 발전에 대한 질곡으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대표적 징후로 주기적인 공황을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수차의 공황에 내몰렸고 그 공황으로 인하여 세계대전까지 치렀지만, 자본주의는 붕괴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위기 적응력이나 부르주아적 소유·생산관계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했건,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을 과대평가했건, 150여년이 경과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마르크스의 예언은 틀렸음이 명백합니다. 마르크스의 예언만 틀린 것은 아닙니다. 지난 세기말 붕괴된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마르크스의 주장대로 공산사회를 이룩한 현실 사회주의였습니다. 도대체 마르크스의 공산사회 경제체제 기획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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