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유목민 모이니 ‘북문로는 BOOK文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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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유목민 모이니 ‘북문로는 BOOK文로’
  • 이재표 기자
  • 승인 2022.12.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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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참도깨비작은도서관 이어, 12월 꿈꾸는책방 이전
주거‧상업시설 떠난 구도심, ‘책‧예술의 거리’ 변모 중

청주의 대표적 구도심 북문로가, ‘BOOK가 될지도 모르겠다. 주민들이 떠난 주거와 상업시설이 문화공간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작은도서관과 서점, 예술인들이 작업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참도깨비작은도서관에 이어, 12월 초 꿈꾸는책방이 북문로로 왔다.


-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서점 ‘꿈꾸는책방’이 금천동에서 북문로로 이전했다.
- 다양한 문화행사를 여는 서점 ‘꿈꾸는책방’이 금천동에서 북문로로 이전했다.

양 떼를 몰고 다니는 유목민만 있는 게 아니다. 책 짐을 싸서 옮겨 다니는 예도 있다. 청주시청 인근에 최근 책 유목민들이 몰리고 있다. 도로명 주소로는 상당로지만 법정동으로는 북문로’, 행정동은 중앙동이다. 많은 이들의 귀에 익은 이름은 북문로다. 100여 년 전 파훼 된 청주 읍성 북문(北門, 玄武門)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122, 시청 네거리에 꿈꾸는 책방(대표 이연호·김미경 부부, 이하 꿈방)’이 책 짐을 풀었다.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시대를 접고 이곳에 신장개업했다. 이날 떡도 하고 누른 머리도 냈으니 개업식을 한 셈이지만, 아직은 서둘러 책장을 짜고 책만 꽂아놓은 상태다.

19929, 충북 충주에 책이 있는 글터(이하 글터)’라는 책방을 연 이연호 대표는 20157, 청주에 꿈방을 하나 더 개업했다. 책만 파는 서점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을 지향했다. 20191월부터 인근 주민 김은숙 시인이 진행한 책방통통(책방通通)’은 매달 두 차례씩 80여 회나 개최됐다.

꿈방은 임대료 인상 때문에 금천동을 떠났다. 옮길 장소를 찾느라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낙점한 장소가 이곳이다. 금천동 꿈방은 차량 50대 정도를 댈 수 있는 건물 뒤 주차장이 장점이었다. 북문로 꿈방은 청주 시내버스의 ‘T자형노선이 지나가는 대중교통 요충지에 있다.

12월 2일, 꿈꾸는책방 신장개업하는 날. 왼쪽 이연호 대표, 오른쪽은 이종수 참도깨비작은도서관장.
12월 2일, 꿈꾸는책방 신장개업하는 날. 왼쪽 이연호 대표, 오른쪽은 이종수 참도깨비작은도서관장.

이연호 대표는 금천동 꿈방은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있지만, 위치는 오히려 외진 곳이었다이곳은 일단 지나가는 사람에게라도 노출되는 장소라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면적은 예전보다 넓지만 방과 주방, 욕실 등 생활공간으로 빠지는 부분을 빼면 160, 금천동보다 다소 좁은 감이 있다. 손수 목공으로 서점을 꾸미고 있는 이연호 대표는 생활공간을 모임방으로 바꾸고 이곳저곳에 아기자기한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이 대표는 프랑스의 살롱 문화처럼 작가들도 보이고, 이웃도 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인근에 이미를 터를 잡은 작은도서관, 어린이전문서점 관계자들과 짜장면이라도 먹으면서 자주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은숙 시인은 122, 꿈방 손님맞이를 주관했다. 이튿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업 당일 꿈방에 들른 지인들의 이름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은숙 시인은 동네에 있던 꿈방이 근거지를 옮겨 아쉬운 점도 있지만 책방通通은 북문로 꿈방에서도 이어진다면서 모임방에서 회원제 독서 모임을 꾸려 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은숙 시인은 2023117, 책방通通 게스트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 소설가를 초청했다.

 

기존 문화공간과 연대 모색

참도깨비작은도서관은 지난 7월 말, 먼저 북문로로 왔다.
참도깨비작은도서관은 지난 7월 말, 먼저 북문로로 왔다.

이종수 시인이 관장으로 있는 참도깨비작은도서관(이하 참도깨비)’7월 말 율량동의 한 국민임대아파트에서 북문로(상당로 158번길-5)로 이사 왔다. 입주한 건물은 청주시민정보교육센터이고, 청주민예총의 공간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참도깨비야 말로 노마드(nomad)의 전형이다. 1997년 대전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청주로 옮겨왔다가 충주를 거쳐 다시 청주에 정착했다. 25년 동안 집과 상가, 컨테이너, 아파트 공유공간 등 열 곳 정도를 전전했다.

공간이 어디냐에 따라 성격을 조금씩 달리하기도 했지만, 문학 서적과 동시, 동화 등 어린이 서적으로 특화돼있다. 그러다 보니 청주시립공공도서관과 상호대차협약을 맺었다. 시립도서관 전산을 통해 협약한 모든 도서관의 책을 원하는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종수 관장은 문학 활동을 하면서 25년 동안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다 보니 오래된 책, 희귀본 등도 여러 권 소장하게 됐다상호대차 신청도서를 옮겨주는 대행업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민예총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문학은 물론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도 일상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꿈방이 이웃이 되면서 책을 매개로 한 북문로 네트워크까지 구상할 수 있게 됐다. 북문로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너나우리작은도서관(관장 팽혜영)’, 어린이전문서점 서당(대표 김해정)’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종수 관장은 옛 청주역을 재현한 광장과 도시재생허브센터, 소나무길과 청소년광장 등의 다양한 문화공간까지 있어서 뭔가 일을 만들어볼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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