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씨앗뿌려 열매 따나 했더니 물 안준다고?
상태바
공동체 씨앗뿌려 열매 따나 했더니 물 안준다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2.1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임 교육감의 대표 사업 행복씨앗학교·행복교육지구 사업 ‘흔들’
윤건영 교육감 공평성 잣대로 인근 학교와 교사 정원 동일 배치해
도교육청 “교육부 지시”주장, 교육단체 “전임교육감 지우기”반발

충북교육계의 수장이 바뀌면서 충북교육은 변화를 예고한다. ‘공평이 주된 키워드로 등장했다. 따라서 지금 교육을 공평과 형평성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아니면 소외된 지역과 공간에는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할지 갈림길에 놓였다. 이 교육철학을 두고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와 시민들의 공동체성을 키우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부대끼기 시작했다.

 

행복씨앗학교는 전임 김병우 교육감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지난 8년 전 전국의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혁신학교의 씨앗은 골고루 뿌려졌다. 경기도와 서울의 경우 이보다 4년 더 앞서 12년째 진행 중이다. 이번에 진보교육감(9)과 보수교육감(8)이 거의 절반비율로 당선되면서 이들 사업의 물줄기도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바뀌게 됐다.

 

수곡동 지역은 교육취약지구로 불린다. 최근 도교육청의 정책에 반발한 동네 사람들이 내건 플래카드.
수곡동 지역은 교육취약지구로 불린다. 최근 도교육청의 정책에 반발한 동네 사람들이 내건 플래카드.

 

행복씨앗학교는 2025년 말에 모두 사라진다

 

충북은 지난 8년 전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와 민간 교육공동체를 키우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시행됐다. 현재 행복씨앗학교는 도내 61개교가 지정돼 있다. 초등 27, 중등 21, 고등 7, 유치원 6곳이다. 하지만 앞으로 재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연차별로 4년 만기를 채우면 끝나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올해 14개교에서 사업이 종료된다. 더이상 신규지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사라진다.

2023년엔 11개교, 2024년엔 20개교, 2025년엔 15개교다. 2026228일 이제 행복씨앗학교는 도내 한 군데도 남지 않게 된다. 그동안 행복씨앗학교를 신청했다가 임기 이전에 마친 곳들까지 합치면 도내 약 504개 학교에서 약 18%가 이 사업을 경험했다.

교육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형 혁신학교사업을 새롭게 시행했다. 미래형 혁신학교는 혁신학교의 심화버전이다. 미래형 혁신학교도 지역별로 사업명은 조금씩 다르다. 충북은 행복자치미래학교라고 명명했다.

도내 행복자치미래학교는 2021년에 5개교, 2022년엔 기존 5개교에 4개교를 신규지정해 9개교가 됐다. 행복자치미래학교 또한 4년 단위 사업으로 20262월 이후엔 모든 사업이 종료된다. 현재 행복자치미래학교는 초등은 4개교(성화초, 청천초, 사직초, 예성초), 중등은 3개교(옥천여중, 수곡중, 대소중), 고등학교 2개교(서전고, 서원고) 9개교다.

지난 8일 충북교육연대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등 6개 교육단체가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교사 정원 감축 해결책을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지난 8일 충북교육연대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등 6개 교육단체가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교사 정원 감축 해결책을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행복씨앗학교, 행복자치미래학교 예산은?

 

행복씨앗학교 사업은 2015년 첫 시행당시 학교당 4000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점차 줄어들었다. 2018년엔 3000만원, 2021년에 2500만원, 2022년에 2000만원이 됐다. 올해 행복씨앗학교 전체 예산은 101000만원이다.

교육부가 행복자치미래학교 사업을 시행한 첫 해인 2021년엔 교부금으로 전액 지원했다. 학교당 3000만원이었다. 2022년엔 교육부 교부금이 안 내려와 자체 예산을 책정해 학교별로 지원했다. 행복씨앗학교 가운데 우수사례를 선정해 행복자치미래학교를 선정하기 때문에 9개교는 2000만원과 3000만원을 동시에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중지원논란도 있었다. 행복자치미래학교는 또 자율학교로 지정돼 교사 초빙, 공모 교장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교무실무사 배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일반고의 혁신모델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내년부터 행복씨앗학교 사업이 축소돼 교사 정원수가 감축되는 학교의 학부모들이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도교육청에서 벌였다.
내년부터 행복씨앗학교 사업이 축소돼 교사 정원수가 감축되는 학교의 학부모들이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도교육청에서 벌였다.

 

일반학교VS혁신학교 공평의 잣대를 적용하다

 

윤건영 교육감은 선거 당시 김병우 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학교 사업에 대해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교육감은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은 유지하기로 했지만 신규지정을 하지 않기로 해 절반의 약속을 지키게 된 셈이다. 윤 교육감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사이 공평의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많은 것이 뒤바뀌게 된다. 당장 행복씨앗학교에 적용되는 교실 당 학생 수 기준을 인근 일반학교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행복씨앗학교의 권장 기준 학생수는 20~25, 행복자치미래학교는 20명이다. 일선학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26~27명 선이다. 이렇게 되자 당장 이들 학교에선 교사들이 다른 학교로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교육부의 정원감축 기조까지 더해졌다. 만약에 행복씨앗학교와 행복자치미래학교를 같이 하는 경우는 더 많이 줄게 됐다.

 

교육단체 교사 수 줄이기 탄압’” VS 교육청 정원 감축 인한 조치

 

당장 청주 성화초가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월 성화초 교직원 및 학부모들은 교육감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감은 행복씨앗학교가 자체 노력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인정한다구성원의 건의 상황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성화초 사람들은 교사 정원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성화초는 이번에 가장 많은 교사 정원이 감축된 학교가 됐다.

성화초는 행복씨앗학교와 행복자치미래학교를 동시에 하는 학교다. 또 인근 학교의 경우 학급당 인원수가 26~27명이다. 따라서 성화초는 현재 18.5명 당 1명의 교사를 뒀지만 교실 당 정원비율을 일반학교(학급당 23.5)에 맞추게 되면서 15명의 교사가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이에 대해 성화초 학부모들은 1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정원 감축은 혁신학교 성과를 인정하지 않은 조치라며 반발했다. 수곡중은 1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교사 정원 감축을 시도하는 교육청을 규탄했다. 수곡중은 이번에 학급당 인원이 25명에서 27(인근 학교 기준)으로 늘어나 4명의 교사가 줄게 됐다.

또 지난 8일엔 충북교육연대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등 6개 교육단체가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교사 정원 감축 해결책을 마련하라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이들 단체는 시도교육감들은 공교육 황폐화를 가져올 정부의 교사 정원 감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견을 천명하고 있지만,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충북교육청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행복씨앗학교, 행복자치미래학교 등 혁신학교에 대한 신규 지정 또는 재지정 중단을 공문 한 장으로 통보했다공교육 혁신 등에 대한 대안없이 진행된 이번 조치는 전임 교육감 사업 지우기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을 앞으로도 예고하고 있다.

 

교사 정원 감축, 충북이 1등이라고?

 

교육부는 17개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총 2900여명의 교사정원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충북은 도내 504개 초··고교에서 내년에 초등 79(1.6%), 중등 253(5%) 교사를 감축하기로 했다. 도내 17개 시도 가운데 충북의 감축률이 제일 높다.

또한 감축된 교사 가운데 숫자상으로 보면 행복씨앗학교 및 행복미래자치학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교사 정원을 인근 일반학교 수준으로 맞추다 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등은 청주 성화초 15, 사직초 5, 충주 예성초 4, 제천 명지초 5, 청운중 1, 수곡중 4명이다. 초등은 79명 중에 29명인 36.7%에 해당된다. 중등은 미미하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행복씨앗학교 시행학교들의 교사 수가 준 데는 일선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신입생 자연감소도 원인이다고 밝혔다. 또 충북이 교사정원 감축 수가 제일 많은 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북이 일선학교에서 이른바 파견교사로 교육청 및 유관기관에서 일하는 수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행정지원을 위해 온 파견교사가 많다보면 교육청이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일선학교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임교육감 지우기일까 아닐까

 

하지만 진보성향의 교육단체 및 행복씨앗학교, 행복자치미래학교 관계자들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도교육청은 교육부의 정원감축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이를 제일 먼저 수용해 앞장서 인원을 줄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 정원외 기간제 교사 운영을 확대해 학교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곡중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상호 씨는 수곡동의 경우 8평 영구임대아파트부터 50평대 더샵신축아파트가 있는 동네다. 그동안 행복씨앗학교를 통해 이 지역 학교들이 반별 미션 및 공통 문제 해결 수업 등을 시행해 공동체성을 살려 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학생들이 오지 않으려는 학교에서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바뀌었다. 지역의 축제에도 학생들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는 등 자치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었는데 수년의 노력이 다 깨지게 생겼다. 교육취약지구를 무시하고 똑같이 지원하겠다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곡동에는 행복씨앗학교 및 교장 공모제 등의 제도를 통해 지역과 학교가 함께하는 활동이 다른 곳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한솔초 교장공모제가 무산됐고, 이어 수곡중에서 교사 감축 및 학교복지사 배정 철회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민들이 도교육청을 향한 불신이 커진 상태다. 따라서 수곡동 지역을 중심으로 학부모, 교사, 시민들이 연대해 도교육청 정책에 문제 제기하는 대책위가 조만간 꾸려질 전망이다.

 

청주시장도 합세? 행복교육지구 예산 전폭 삭감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민과 함께 교육공동체를 지원하는 행복교육지구 사업도 난항에 부딪혔다. 지자체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벌였던 청주행복교육지구사업이 좌초위기에 놓였다. 행복교육지구 사업은 방과 후 돌봄이나 마을속특색 프로그램, 청소년 활동, 마을교육네트워크 사업 등을 진행했다.

마을이 선생님이라는 모토로 지역민이 교사로 나서 교사, 학부모, 학생 3주체가 유기적으로 활동해왔다.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은 2018년에 출범했다. 청주교육지원청과 청주시가 함께 협력해 일대일 대응투자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도내 다른 지자체도 형태는 같다.

하지만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은 올해 청주시로부터 브레이크가 단단히 걸렸다. 2022년에는 청주교육지원청과 청주시가 각각 11억을 세워 22억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을 두고 청주시가 처음에는 2억원을 삭감해 9억원을 매칭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또 2억원을 더 삭감한 7억원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예산은 2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줄게 된다.

청주시내에는 지금 약 80개의 마을교육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성향의 단체장이 당선되면서 마을 교육을 지향했던 민간의 노력들도 물거품이 될 위기다. 이에 대해 주민공동체 대표는 청주시가 일방적으로 예산삭감을 하면 교육청이 나서서 설득하는 작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을 공동체를 위해 오랜 시간 수많은 이들이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끝난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밝혔다. 이들 또한 단체 행동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전임교육감, 전임시장의 대표적인 정책사업이 표면상으론 유지를 고수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론 생명력을 잃게 됐다. 이게 바로 공정공평의 잣대가 낳은 결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