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맞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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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맞는 마음
  •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 승인 2022.12.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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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

음악을 듣다가도 생각이 나고 밥을 먹다가도 생각이 난다. 커피를 마시다가도 생각이 나고 드라마를 보다가도 생각이 난다. 길을 걷다가도 생각이 나고 운동을 하다가도 생각이 난다. 가만히 누워 있다가도 생각이 나고 책을 읽다가도 생각이 난다. 생각은 불쑥 불쑥 찾아온다. 그 생각은 슬픔이다. 미안함이다. 죄책감이다. 분노다. 막막함이다. 안타까움이다. 답답함이다.

지난 1029일 밤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진 후 무얼 하든 생각은 되돌이표처럼 되돌아간다. 그동안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고, 대통령이 분향했으며, 모든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뤘지만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진상을 다 밝히지 못했고, 책임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국정조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야 유가족 협의회가 만들어졌고, 통곡 속에 49재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이런 소식을 날마다 소셜미디어와 뉴스로 접하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는 49재 무대에서 공개한 희생자들의 사진이 올라오는데 차마 그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사건 당사자도 아닌 나도 이런 마음인데 가족과 부모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감히 그 마음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콱 막힌 듯 갑갑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인터넷 뉴스 댓글과 유튜브 영상으로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비난한다. 참사 현장에 찾아와 고함을 질러대는 이들도 있다. 그 소식을 들을 때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세상은 왜 이리 잔인할까. 어떤 사람들은 왜 이리 모질고 험할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지만 이것은 의견이 아니다. 의견이 될 수 없는, 의견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 버젓이 의견처럼 행세하는 시대다.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되는 말들이 인간의 입에서 울려 퍼질 때 그 입을 막고 싶은 마음보다 인간에 대한 회의가 더 크게 밀려온다. 자신의 가족들이 죽었다 해도 이리 모질 수 있을까. 구하지 못한 이들 앞에서 머리를 숙이기는커녕, 눈물이 마르지 않은 이들 곁에서 함께 울기는커녕, 아무렇게나 말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다정할 것이다. 때때로 슬퍼서 울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왜 어떤 슬픔은 그들에게 닿지 못할까. 그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무심해져버렸을까. 그 생각을 하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동물보다 나은 존재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새해에도 똑같은 날 졸지에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들의 상처를 헤집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참사의 진상을 밝혀야 하고, 책임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그 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2022년은 끝나지 않는다. 20221029일 이후 하루하루가 더해질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이어지는 세상에서 살아간다. 우리는 1980518일에서, 2014416일에서 끝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새해에는 2022년을 끝낼 수 있을까. 섣불리 희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추위에 떨면서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 곁으로 갈 수는 있을 것 같다. 같이 눈물을 흘릴 수는 있을 것 같다. 폭언과 망발을 늘어놓는 이들에게 멈추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아직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이들에게 참회하라고 부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같이 찾아보자고 얘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마음으로 2023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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