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 전시관 임대…충북작가들 무료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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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에 전시관 임대…충북작가들 무료전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2.12.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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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작가들 “몇 년 지나면 작가 인프라 고갈”우려도
충북도, 성안길상인회·미술단체와 빈점포 갤러리 추진
미술인들 “전시 공간 신설 이전에 공론화 선행 돼야”

충북도가 내년부터 서울 인사동에 충북전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충북전시관 운영에 관한 예산 9억원을 세웠고, 예산안이 도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예산 9억원은 서울 인사동의 인사아트센터 공간을 임대해 운영하는 데 쓰인다. 전시 공간 전세금이 5억원이고 연간 임대료가 3억원이다. 1억원은 운영비로 잡아놓았다.

 

예산 9억원 잡아

 

이미 타 시도는 인사동 갤러리를 임대해 수십년 전부터 도단위별로 공간을 마련하고 지역 출신 작가들이 서울에서 전시하는 것을 도왔다. 이번에 충남이 별도의 전시공간 ‘CN갤러리를 종로구 소격동에 마련해 임대가 빠지면서 그 자리에 충북이 들어가게 됐다.

‘CN갤러리는 개관전으로 <서쪽의 거장들>전을 지난달 27일까지 벌였다. 1940년대부터 현대까지 왕성하게 활성을 이어온 이 지역 출신 작가 김두환, 이응노, 이종무, 최덕휴 작가를 조망했다. ‘CN갤러리는 충남문화재단이 운영을 맡는다.
 

사진) 충북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선 365일 연중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에 충북도는 서울 인사동에 전시공간을 임대해 지역작가들이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후원할 방침이다. 사진 충북문화관 전경.
사진) 충북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선 365일 연중 전시회가 열린다. 이번에 충북도는 서울 인사동에 전시공간을 임대해 지역작가들이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후원할 방침이다. 사진 충북문화관 전경.

 

사실 충북이 뒤늦게 서울 전시장을 낸 데는 도지사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었다. 이시종 지사 때 이러한 제안이 지역문화예술계에서 있었지만 추진이 무산됐다. 바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미 충북문화재단은 작가들의 서울 전시를 개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해마다 5000만원 예산을 세워 한해 7~9명의 작가들에게 5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를 지원했다. 지원 작가는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효율성이냐 기회확대이냐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의 경우 일주일간 전시하는 데 대관료가 800~900만원, 중급 전시관의 경우 400~500만원이 소요된다는 것이 지역 예술인의 전언이다. 이외에도 작품 운송비,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개인이 부담하기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보통 전시를 서울에서 개최할 경우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운송비대관비도록비체류비 등으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지역 에술가들이 서울 전시행을 택하는 것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충북문화재단의 지원 방식은 작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일부 작가들은 서울에 타 지자체처럼 비용절감을 위해 도가 임대한 전시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것을 바랐으나, 젊은 작가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모 작가는 서울 인사아트센터 전시장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겐 안 어울리는 고전적인 곳이다.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거는 공간도 작품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원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또 이미 지역전시관들은 전시를 채우지 못해 6~7년 전부터 지역 동호인들의 전시장소로 전락했다. 충북은 당분간 전시를 돌릴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역 작가 인프라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예술계도 우려를 표한다. 지역의 작가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1365일 전시를 다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문현 충북미술협회장은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지금에라도 충북도가 나서 예술가들에게 전시지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충북문화재단 공간 운영 확대

 

이 공간은 앞으로 충북문화재단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충북문화재단은 전시공간으로 충북문화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관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충북문화재단이 이번에 서울 전시공간을 맡게 된다면 내부에서도 큐레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충북미술협회와 성안길상인회, 충북민미협 등이 성안길 내 유휴공간에 전시장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 내용은 몇 차례 내부 회의를 통해 그림을 그렸지만 이번 예산안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충북미술협회는 이미 우체국 별관 자리를 찜한 상태고, 그러자 충북민미협은 공간 몇 곳을 프로젝트 기획 공간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성안길 유휴공간 내 미술관 운영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은 맞다. 아직 예산안을 올리지는 못했는데 차후 올릴 예정이다. 공간 운영은 아마 충북문화재단이 맡게 될 것이다. 특정 단체에 공간 운영을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영환 지사의 의지로 갑자기 서울과 성안길에 전시장이 생기게 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밀실논의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 미술인은 공간을 만든다는 건 전략이 필요하다. 전시공간이 없어서 전시를 못하는 게 아니라 전시를 해도 팔 수 있는 시스템이 지역에 없다. 전시공간에 대한 논의를 몇몇 특정단체가 주장해서 추진하는 것도 문제다. 아직 예산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방향성에 대해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운영방법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 단순히 예술인들에게 방 내준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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