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이자율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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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이자율은 얼마일까?
  • 우석훈 경제학자
  • 승인 2023.01.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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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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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꼭 지키는 제1 원칙 같은 게 있다. 2년치 생활비는 반드시 확보할 것. 물론 나의 생에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내 통장에 몇만 원, 심지어는 몇십 원 남은 적도 있기는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2년치 생활비를 채워 넣고, 그 뒤에야 비로소 내 삶을 살아가고는 했다. 물론 안 먹고 안 쓰고, 그런 생활을 했다. 내 차는 처분하고, 지방에 가야하면 아내의 모닝을 빌려 타고 가고는 했다. 아이들 둘 키우면서 2년치 예금이 내가 생각할 수 있던 최저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그 밑으로 내려가면 너무 불안하다.

이자율이 올라간 지금,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다. 물론 인플레이션 비율을 감안하면 은행 저축금리라고 해봐야 제로 금리 수준이다. 그래도 부채가 거의 없으니까 이자 비용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현금이라도 투자하라고 난리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는 했는데, 2년치 생활비 최저를 유지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라, 투자할 돈이 없어서 안 했다.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될까? 한국의 경우는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한국은행에서 기준 금리를 결정하고, 나머지 것들은 여기에 연동해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설명이 된 걸까? 이건 모든 죽음의 사인이 심정지라고 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 죽으면 심장이 정지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심장을 정지하게 만든 이유가 진짜 사인이다. 기준금리를 연준이 결정하고, 그에 따라 한국은행이 조정한다는 설명은 이자율이 결정되는 행정 절차에 대한 얘기지, 사실은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은 것과 같다. 금리는 화폐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이론 혹은 경제성장률과 수익률의 함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과 같은 많은 설명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예측이 쉽지 않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나왔고, 이 사람들을 고전학파라고 부른다. 경제학을 경제학으로 만들었다. 그 사람들은 자연이자율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마치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이 존재하듯이 궁극의 순간에는 모든 교란효과들이 사라지고 순수하게 남는 이자율, 그게 자연이자율이다. 경제 체계에 안정이 오는 순간 자연법칙처럼 결정된다는 말이다. 석유 파동의 여파를 겪던 80년대에는 10% 넘는 이자율이 자연 이자율 같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로 금리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가 자연 이자율 같았다. 지금 고금리라고 하지만, 80년대에 비하면 그렇게 고금리도 아니다. 다만 경제 주체들에게 이 변화가 적응하기 곤란할 뿐이다. 모두 그 시대에 적정한 이자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미국의 금리는 미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뿐더러, 미국 중심으로 세계적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금리다. 아마 그들에게는 이 금리가 적정 금리일 것이다. 부동산 대출이 기본적으로는 거치 없이 바로 갚는 데다가 고정금리로 계약되는 미국 시스템은 우리보다 개인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리고 이렇게 생겨난 경제질서에서 많은 국가들이 어렵겠지만, 그건 미국 달러 중심의 헤게모니가 개편되는 과정이다. 미국한테는 좋은 것이다. 아울러 달러에 잠정적 위협을 주던 암호화폐를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너무 높이면 자체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서, 달러의 권능과 미국 경제의 수용능력 사이 어디에선가 미국의 적정 금리가 결정될 것이다. 대략적으로 4%에서 5% 수준 어디가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더 높으면 미국 노동시장에 충격이 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 경제가 이 정도를 버틸 수 있다면, 그 상태로 꽤 오래 갈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로 동남아 등 중국의 경제적 배후지 몇 군데에서 상당한 충격이 올 때까지는 이 금리로 그냥 버틸 것 같다. 지금 좋은 상황인데, 굳이 내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적정금리 가설을 놓고 경제예측을 한다. 미국이 적당히 올리다 다시 적당히 내릴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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